불의 지배자 두룬 2 - 뱀의 혀들 초록도마뱀
김정란 지음, 김재훈 그림 / 웅진주니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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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간의 욕망은 참 무섭다.

선하게 출발하여도 언젠가는 악의 유혹에서 흔들릴 때가 있다. 자만과 오만, 욕심이 선한 마음을 이기거나,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사람을 흔들어놓기만 하여도 사람은 변한다. 우리가 현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람들 - 그 사람 뜨고 나니 변했다거나, 그 사람 예전엔 안 그랬는데 성공하고 나니 달라졌어 라거나... 의 이야기이다. 사실 그 사람이 변하거나 달라진 게 아니라 그의 본성에 숨어있던 또 다른 한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두룬 1권에서는 두룬이 태어나게 된 상황과, 그가 영웅의 면모를 갖춰가면서 겪은 고행, 그리고 우정과 배신 등을 다루었다면, 2권에서는 욕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사욕을 버리지 못한 채 여전히 악의 화신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이 나온다. 물론 그 속에는 두룬도 포함된다. 1권에서 신녀이자 두룬의 어머니인 복숭아꽃이 두룬에게 두룬이 가진 신비한 힘을 자기자신을 위해 쓸 때 저주에 걸릴 것이라 예언한 바 있다.

 

기억을 잃은 두룬이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 앞에 아니의 고행이 펼쳐진다. 온갖 역경 속에서도 어머니의 마음을 품은 아니는 다다라마을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전쟁을 치루고, 촌장이 된다. 싸움을 대하는 두룬과 아니의 다른 태도와 방법은 또다른 볼거리이다. 두룬의 남성성과 아니의 여성성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굳이 남과 여를 구분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두룬은 생명의 영성을 완성한 후 (아, 물론 서부루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굳이 완성하지 않고 비밀의 방에 두어도 되는 것을 완성하고자 했던 서부루 역시 자신의 욕망에 굴복한 결과라 할 수 있으므로) 그것을 드러내 보이고 싶은 욕망 때문에 사랑하는 아니를 잃게 된다.

 

인간의 욕망은 반인반수의 길달도, 영윤인 두룬도 피해갈 수 없는 길이었던 것이다. 길달이 마지막에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으며 인간세계에서의 욕망을 버렸다면, 두룬은 살아남음으로써 또다른 욕망을 품게 된 것이다.

 

2권에서는 뱀의 혀라고 불리는 언관들이 등장한다. 현재의 시점에서 보더라도 언론의 장악은 권력자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일조를 한다. 언관들에 의해 조작되고 왜곡된 역사는 백성들을 현혹하고 권력자들의 배를 채워준다. 어찌 그 옛날 그 곳에서만 그랬겠는가? 우리는 지금도 그러한 언론의 작태를 알고 있다. 감추려고 하는 자와, 감추는 것을 도와주는 자들 사이에는 언제나 계약이 존재한다. 그들에 의해 핍박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자들은 힘없는 백성들이다.

 

물론 그 백성들이라고 해서 다들 선하고 착하지만은 않다. 그들도 언제든지 욕망의 포로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은 바로 조작되고 왜곡된 그들의 질서 속으로 편입하는 길뿐이므로..  책을 읽는 동안, 현실의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선한 마음으로 아니를 주막에 묵게 했던 주모가 아니의 보물을 보고 검은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을 어찌 욕할 수 있으랴.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인 것을.

 

어쨌든 2권에서는 두룬과 아니의 상반된 상황이 이어진다. 고통과 위험을 이겨내고 그들은 다시 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3권이 읽고싶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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