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 속도에서 깊이로 이끄는 슬로 리딩의 힘
이토 우지다카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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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에서는 교과서는 들춰보지도 않은 채 얇은 소설책 한 권으로 3년 동안 공부한다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적'의 수업(p.4)을 했던 일본 메이지 시대에 태어난 하시모토 다케시와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소설책 한 권을 그렇게 오랫동안 읽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만으로 정말 국어공부는 물론이고 전체 학습에 있어서 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까? 최근 EBS에서 슬로리딩수업을 한 방송을 내보내면서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관심도 받고 있다. 슬로리딩에 관한 다른 책도 있지만, 이 책을 가장 먼저 읽기로 한 것은, 그 시작을 보고 싶어서였다.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1장에서는 천천히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2장에서는 하시모트 다케시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수업을 하게 되었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본다. 3장에서는 소설책 1권을 3년 동안 읽기란 어떤 수업을 말하는지 알려준다. 4장과 5장에서는 하시모토 다케시의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 수업을 하기 위해 교사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수업의 결과는 6장과 7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함께 이 책을 읽은 선생님은, 우리 수업에서도 응용해볼 수 있지 않은지 고민을 시작했고, 수많은 우려들(교과서가 없는 수업에 대한 것, 눈에 보이는 결과를 바로 보여줄 수 없는데 대한 학부모의 우려, 제도와 입시의 벽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였다.

 

솔직히 나는 이런 수업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가능할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공교육 안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수업에 임하는 학생의 의식도 변해야하지만, 기본적으로 교사의 자질이 우선되어야하기 때문이다.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이 은수저라는 소설 한 권으로 수업을 하기 위하여 학생들에게 줄 인쇄물을 작성하였다. 그 안에는 우리가 요즘 하고 있는 독후활동의 다양한 방법들이 포함되어 있어 낯설지 않았다. 그는 이뿐만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하여 작가와 연락을 하고 정보를 얻었으며. 소설의 내용에 국한되지 않고 옆길로 새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조사하였다. 이러한 교사의 노력은 학생들에게 밥을 떠먹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더 깊게 탐구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주입식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흥미를 느껴 빠져들게 하려면 무엇보다 '학생이 주인공이 되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작품의 내용과 작품 속의 단어에서 파생되는 것들까지, 학생에게 진정한 국어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줄 교재는 없을까. 줄곧 그 생각만 했습니다." (P.22)

 

그래서 그가 선택한 교재는 바로 『은수저』라는 소설이었다. 학생의 감성을 자극하고, 지적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며,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탐구하는 자세를 가르치고 싶었던 것이다.

 

국어는 모든 공부의 기본이라는 말은 수십번, 아니 수만번을 들었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학력의 토대가 되는 것은 바로 국어실력이다. 국어실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어떤 문제에 부닥쳤을 때 그 문제를 어떻게든 넘으려는 학생은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이다. 책을 단순히 많이만 읽는다고 국어실력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책 속의 상황과 정보와 지식을 잘 이해하고 공감했을 때에 가능하다. 그것이 가능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하시모토 선생의 수업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도 그와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가능할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하시모토 선생은 '다면적으로 보는 눈'을 기르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기억력이 아니라 관찰력, 판단력, 추리력, 종합력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였다. 빨리 읽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많은 책을 읽히기 위해 숫자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고민해보아야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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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07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로리딩은 쉬운데 불구하고 한가한 시간이 많지 않고, 신간이 계속 나오니 실천이 잘 안 되네요... ^^;;

하양물감 2014-12-07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현실적으로 어렵긴해요. 보통의 열정이 아니면힘들듯.

바람돌이 2014-12-0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교육법이든 만능인건 없다는게 제 생각이에요. 저 방법도 아마도 맞는 아이들이 있을거고 아닌 아이들이 있겠죠. 근데 우리나라의 문제는 뭔가 하나가 좋다고하면 그걸 학교 현장에다가 무조건 일률적으로 적용할려고 해서라는.... 그래서 뭔가 새로운 교육방법론 얘기하면 무서워요. ^^

하양물감 2014-12-08 10:51   좋아요 0 | URL
네 그렇죠? 저도 이 책을 함께 읽었던 선생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법이라 하여도 동일하게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었죠.
 

박신영 작가의 새 책이 도착했다.
그녀의 역사에세이는 쉽지만 가볍지 않은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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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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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생각에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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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밤샘을 하며 책이야기를 하였다.
언제였을까? 밤 새워가며 책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던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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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01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족들끼리 책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제일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친구랑 책 이야기를 했던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하양물감 2014-12-01 22:27   좋아요 1 | URL
지난 토요일저녁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5명의 아줌마들이 함께 책을 읽고 수다를 떨었답니다.
정말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