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담은 글씨 -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캘리그라피 책, 박병철의 멋글씨 가이드북
박병철 지음 / 샘터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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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펜글씨 연습용 책자가 제법 나오던 때가 있었다. 바르고 정확한 글씨 쓰기 연습은 꽤 많은 사람들이 하였던 것 같다. 캘리그라피에 관심이 없다면, 이 책을 보면 펜글씨 교본을 떠올릴 수도 있다. 펜글씨교본과 이 책이 다른 것은, 따라 쓰기를 통해 바르고 정확하지만, 개성은 없는 글씨를 쓰게 되는 펜글씨교본과는 달리, 글씨에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보는 순간 느끼게 만들고, 쓰는 사람의 개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글씨쓰기 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POP하고는 또 어떻게 다른 걸까? 나는 그 분야에 전문가가 아니니 이들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캘리그라피를 '글씨예술'이며, 한글과 만나 우리만의 아름답고 멋스러운 감성의 글씨문화를 만들어간다고 말한다. 


캘리그라피라고 하니 예전에는 없던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난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예전부터 우리가 낙서하듯 끄적이던 다이어리 속 꾸밈글과 같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손글씨가 사라지고, 많은 부분을 컴퓨터의 정해진 서체가 자리잡으면서 글씨체를 보고 누구인지 짐작하던 시대는 사라졌다. SNS는 우리에게 여전히 글쓰기를 요구하지만, 글씨를 통해 개인의 생각과 마음을 읽기는 어려워졌다. 그래서일까? 획인적인 글씨체와는 다른 디자인된 서체들이 제법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전자글씨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자, 이 책은 교보생명 '광화문글판'의 대표작가인 박병철씨의 책이다. 부산시청 글판도 이 분이 썼다고 한다. 캘리그라피로 쓰여진 수많은 글귀들이 우리 마음에 쏙 들어오는 것은 바로 한글로 쓰여졌고, 한글을 읽을 때 우리 머리와 가슴에서 느껴지는 감성이 글씨체에 묻어났기 때문이다. 마음을 담은 캘리그라피를 저자는 힘주어 강조한다.


 


글씨는 말과 같아서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용서와 위로, 희망과 기쁨을 주듯, 말로 다하지 못하는 감정을 글씨로 대신하기도 하고, 표정을 담기도 한다. 내가 나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손글씨를 애써 쓰듯이, 컴퓨터 자판으로 두들긴 글자를 통해서는 감정을 배제하고 메마른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마음을 담은 글씨를 쓰고 그 글귀를 읽는 사람은 글귀의 내용과, 글씨체를 통해 전달되는 감정을 함께 느끼게 되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캘리그라피의 순화어로 '멋글씨'를 선정했다고 한다. 멋글씨를 쓰기 위한 재료에서부터 한 글자, 두 글자, 세 글자, 문장 등의 예가 풍부하게 소개되고 있다. 글씨 자체의 멋도 중요하지만, 각 글씨들의 조화로움도 고려해야 함도 알려준다.


 


멋글씨를 배우러 다니는 친구들이 제법 많다.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등의 문화강좌에서도 제법 수업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글씨를 잘 쓰고 못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도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어떤 글귀를 어떻게 표현하는가 하는 것이 캘리그라피, 멋글씨의 가치를 달라지게 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어느 시인은 자신의 시를 멋글씨와 그림을 곁들여 페이스북에 공개하는데, 그냥 시만 올렸을 때와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는다. 일단 시 자체가 주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씨와 그림이 어우러져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이 책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멋글씨 쓰기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붓을 이렇게 잡으세요, 이렇게 선을 그어보세요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책은 아니다. 어떤 글귀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은지, 그것을 통해 무엇을 드러내고 싶은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 이 책은 샘터 물방울 서평단으로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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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4-29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캘리그라피 배우고싶었는데 어딜 가지 않아도 좋은 교본이 될 책이군요. 마음과 느낌을 담는 게 우선이니‥

하양물감 2015-04-29 22:17   좋아요 0 | URL
자기만의 스케치를 해보고, 어떤 도구든 다 사용해보라고 권하네요. 글씨를 흉내내는게 아니라 마음을 표현하라 합니다^^

cyrus 2015-04-2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나름 멋있게 저런 글씨체를 썼다면 지렁이가 종이 위를 지나간다는 소리를 들었을 거예요. ㅎㅎㅎ

하양물감 2015-04-29 22:41   좋아요 0 | URL
어린이 그림책이지만 지하100층짜리 집에 보면 지렁이가 서예를 합니다. ^^♡

서니데이 2015-04-30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의 캘리그라피 서체는 하양물감님이 쓰신 것인줄 알았는데, 유명한 작가가 쓰신 거네요. 한 글자에 감정을 담아 쓴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하양물감님, 좋은하루되세요.

하양물감 2015-04-30 05:06   좋아요 1 | URL
네. 이 책 저자가 쓴 멋글씨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