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이근후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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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사계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띄우는 편지.

이근후 박사가 쓴 오늘을 사는 지혜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에 대해 아는 바는 없으나, 책을 다 읽고 나니 여든이라는 나이에 이르기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며 살아왔고, 자신의 이야기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깔끔하게 글로 써낼 수 있음에 부러움이 살짝 느껴졌다.


크게 보자면, 인생을 4계절로 나누어놓았다. 세상과 나를 알아가는 그대에게, 역할을 감내하며 오늘을 사는 그대에게, 다시 온전한 나를 찾고자 하는 그대에게, 행복하게 떠날 준비를 하는 그대에게 이근후 박사는 담담하고 힘있게 편지를 써내려간다.


생물학적인 나이로 볼 때 2부와 3부 사이를 오락가락 하지 싶은데, 어찌 4부에서 더 마음이 움직이는지... 어쩌면 내가 나의 오늘인 지금을 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삶의 첫 계절 봄은 이 세상에 태어나 부모에게 배우고 사회에서 학습하는 시기입니다. 그렇게 세상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히는 파릇파릇한 새싹 같은 청년기입니다.

"비교는 사실 죽기 전까지 이어지는 끝없는 과정입니다. 비교를 통한 우월감과 열등감은 살아가는 동안 결과적으로 더 만족스러운 나를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는 최고이기 이전에 유일한 존재입니다. 서로 저마다 다른 단 하나의 존재로 태어났을 뿐입니다. 그러니 남과 나를 비교하기 전에 우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해보는 건 어떨까요?" (p.24)


비교라는 말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아마도 지나친 경쟁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경쟁이 무의미해진다면 그 또한 살아있는 삶이 아니겠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비교는 좌절감을 낳게 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해보라는 말은 평생 기억해도 좋을 듯하다.


"내가 앞으로 그곳에서 그 일을 하기를 원한다면, 그곳과 그 일에 많은 관심을 가지세요. 직접 뛰어들어서 그 일을 경험해보세요. 그것이 목표이고, 나머지는 수단일 수밖에 없습니다. 젊은 시절에 목표가 아닌 수단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면, 자신의 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꿈은 만드는 것입니다."(p.32)

 


인생의 봄에 해당하는 계절은 청년기까지 모두 포함한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결혼 이야기가 나올 즈음은 여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인지하고 있는 결혼의 시기가 워낙 늦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있는 듯하다. 이근후박사는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가 해마다 가는 네팔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인생이야기같지 않고 문화에 대한 책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네팔에서의 경험을 잘 녹여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네팔에서는 남녀가 동거를 시작하고 1년 후 양가가 모여 재미있게 사느냐를 물어보는데 둘 중 하나라도 싫다고 하면 바로 원상복귀를 한다고 한다. 서로 만족해서 살다가 임신을 하면 다시 모여서 물어보고, 아이를 낳으면 다시 물어보고 그때도 괜찮으면 결혼식을 올린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시골에서 전해지는 전통이기는 하지만, 결혼을 한 후 이혼을 하면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한다고 한다. 즉 시간을 두고 네 번이나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결혼이란 선택과 책임이라는 덕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요즘처럼 결혼도 이혼도, 재혼도 많은 때에 새겨 들어야 할 말인 것 같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을 할 때 그 만큼의 선택의 기회를 가질 일이 거의 없다. 사람이란 겉과 속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시간이 흘르지 않고서야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네팔이라는 나라의 전통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삶의 두 번째 계절 여름은 익힌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살며 개척하고 홀로 서는 적응의 시기입니다. 청년에서 장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이고, 아직 젊기도 하고 이제 알 만큼 알기도 하며 맡은 책임과 역할도 늘어갑니다. 

 


편지 24의 제목은 "혹시 자녀의 삶 속에서 살고자 하지 않습니까?"이다. 나도 아이를 낳고 학부모가 되기 전에는 잘 몰랐던 부분인데, 저자는 자녀를 대하는 부모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1. 부모 자신의 삶을 자녀의 삶 속에서 구현하려는 부모(자녀의 삶이 곧 내 삶이다)

2. 외형상으로 부모와 자녀를 각각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하지만, 조종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부모

3. 자식을 나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는 부모


세번째가 가장 올바른 듯 보이지만, 실제로 아이를 키워보면 말만큼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에 대해서는 이미 답이 나와있다.


가장 뜨거웠던 시기를 보내고 삶의 세 번째 계절 가을을 맞은 당신은 이제 조금씩 차분하게 식어가는 자신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도 마음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삶을 반성하고 참회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 온전한 나로서 살아가려 합니다.

 


"누구에게나 말해주는 사람보다 들어주는 사람이 귀한 법입니다. 그러니 들어줄수록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옵니다. 나이가 들수록 말하기보다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최소한 상대방이 하려는 말을 정확히 인지하려는 노력은 해야 합니다."(p.177)


젊은이들이 나이가 든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부분이 바로 이것일 것 같다. 즉, 그들은 너무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자신의 경험에 대하여 확신을 갖고 있다 --) 젊은이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젊은이들은 그들의 이야기가 계속 반복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경험이 축적되었다는 것이지, 새로운 정보를 더 많이 안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결국 나이가 들어가도 아야 합니다. 이미 알 만큼 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늙어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p.236)


인생의 사계절이 끝나가는 겨울에 우리는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노년의 자유는 평온을 줍니다. 나 역시 노년이라는 마지막 계절을 보내며 느끼는 소회를 당신과 나누고자 합니다. 그리고 함께 봄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이 많이 움직였던 부분이다. 저자가 여든의 나이를 살고 있고, 그의 마음을 잘 표현한 것이 이 부분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인생의 이모작, 제2의 인생 설계를 이렇게 제안한다.


S : Simplifying, 단순화하기

M : Moving, 움직이디

A : Affecting, 마음을 유연화하기

R : Relaxing, 몸과 마음을 이완하기

T : Together-ing, 함께 하고 나누기


젊어 보이려 하지 말고 젊게 살라고 말한다. 잉그리드 버그만처럼 살지 말고 오드리 헵번처럼 살라고 한다. 저자의 마지막 계절의 이야기는 나에게도 많은 울림을 주었다. 나의 부모가 살아야 할 시기이고, 내가 경험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그렇다.


어쩌면 이런 책은 젊은 청년들에게는 잘 와닿지 않을 것 같다.


* 이 책은 샘터 물방울 서평단으로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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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21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젊은 친구들은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기에는 이르죠. ㅎㅎㅎ 그런데 아이들이 T에 많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작년에 청소년의 공동체 의식이 떨어진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요.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양물감 2015-01-21 17:09   좋아요 0 | URL
4부에서는 노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얘기합니다. 가장 와닿았어요.
생물학의 늙음과 사회적 늙음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기본적으로 공동체의식은 중요한 것이죠. 결코 혼자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란 걸 깨닫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게 안타까워요

hnine 2015-01-2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때는 하루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경험하는 것 같은 날도 있어요.
이분의 책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읽었어요. 하양물감님 리뷰를 읽어보니 이 책도 이전 책과 일관하는 느낌일 것 같네요.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어요.

하양물감 2015-01-21 23:17   좋아요 0 | URL
저는 이 분 책을 처음 읽었어요. 나름 의미있었구요. 4부 노년의 삶을 표현한 글이 좋았어요.
아마도 지나온 시간과 현재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다가올 미래에 나는 어떤 삶을 살까 궁금해서인것같기도 해요

해피북 2015-01-2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생을 계절에 비유해 생각한적이 있는데요 제 인생은 아직 뜨겁더록 따가운 여름에 놓인것 같아요 꿈과 목표는 저기 가을쯤에 두고서 늘 살아가는거 같아요 ㅎ 사진이 참 멋지네요~^^

하양물감 2015-01-22 17:09   좋아요 0 | URL
캘리그라피도 잘 뽑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