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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프럼 어스 - The Man From Earth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목 : 맨 프럼 어스 The Man From Earth, 2007
감독 : 리차드 쉔크만
출연 : 존 빌링슬리, 엘렌 크로포드, 윌리암 캇, 애니카 피터슨 등
등급 : NR
작성 : 2008.10.21.
“내가 만일 14000 여 년 동안 살아남았다면 어땠을까?”
-즉흥 감상-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정확한 기억이 없지만 ‘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 라는 작품과 연관되어 입수하게 되었었고, 최근에 인터넷 지인분의 블로그에서 감상문을 접해 볼 수 있었음에 이 작품으로의 관심이 싹트기 시작했었는데요. 위의 제목과는 달리 ‘지구에서 온 사나이’라는 이름으로서 만나보게 되었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작품은 저녁의 붉음으로 물들기 시작한 산과 나무 그리고 차의 짐칸으로 짐을 싣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서 시작의 문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자 모여들게 되는 사람들이 있게 되었다는 것으로 본론으로의 문이 열리게 되는군요.
그렇게 그저 떠날 때가 되었기에 떠나려한다는 ‘존’이라는 남자에게 시원하게 속을 털어놔보라는 사람들의 요구가 있게 되고, 무엇인가 자꾸 뜸들이던 그는 결국 어떤 이야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혹 어떤 사람이 구석기 후기부터 현재까지 생존했다 치면?”이라는 질문이었는데요. 그것을 시작으로 인류의 기원을 되짚어 현재의 시점으로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단순한 이론에 논리적 설명이 살을 붙여나가기 시작하고,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으로 부각되기 시작하는 ‘존’이 바로 문제의 ‘원시인’일 가능성에 대한 대화로까지 확대되고 마는데…….
영화를 볼 때는 이야기자체에 푹 빠져버렸었기에 다른 생각이 없었지만, 이렇게 감상문을 쓰면서는 문득 소설 ‘퇴마록 退魔錄’을 통해 알게 되었던 불사신 ‘아하스 페르쯔’를 시작으로, 영화 ‘핸콕 Hancock, 2008’에 등장하는 신이나 천사로 불리기도 했다던 ‘핸콕’을 떠올려 볼 수도 있었는데요. 그런 그들보다도 더욱 오래된 역사를 가진 인물에 대한 가능성의 대화는 정말이지 입증도 힘들지만 반증마저 힘들게 하는 묘한 흡입력을 가졌으며, 비록 수박 겉핥기식으로라도 철학, 종교, 사회과학, 순수과학, 기술과학, 예술, 언어, 문학, 역사에 이르는 전 주제 분야로의 접근이 있었다는 점에서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는 영화이기에 여기에서 사실성을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위에서의 질문 마냥 심심풀이로 소설을 쓰듯 이번 작품을 만난다면 재미있을 듯 한데요. 생각해봅시다. 10년마다 그의 변하지 않는 모습을 눈치챌까봐 이동할 수밖에 없었으며, 인류의 역사 속에서 큰 사건의 중심과 함께 했었던 사람이 현존하는데다가, 심지어 바로 앞에 자신과 함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특정 종교를 가지신 분들은 이 작품의 한 인물처럼 ‘믿음’에 대해 열변을 토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역사’와 ‘기록’에 대해서만큼은 흘러온 시간만큼이나 진실성에 의문을 가지고 비판적인 시각과 함께 모든 것으로의 가능성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 적어보는 바입니다. 아무튼, 화려한 볼거리도 없이 한정된 공간에서 대화만으로 1시간 30분 정도의 상영시간을 가졌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웠는데요. 한편으로는 무대 연극으로 이 작품을 만나보게 된다면 또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해져버렸습니다.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무엇을 얼마나 믿고 계시나이까? 혹시 자기 자신도 잘 못 믿는데 ‘좋은 말씀으로 가득한 책’을 맹신하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걸 믿기 이전에 스스로에 대한 믿음부터 챙겨보라구요. 거기에 과제를 위한 것이라지만 ‘편집성 성격장애, 2000’라는 책을 읽고 있다 보니 너 나 할 것 없이 ‘닫힌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무서움을 느끼고 말았는데요. 으흠. 지금 당장 무조건 열린 마음으로 살라는 것도 위험하지만, 모두 다 열린 마음으로 평화롭게 살아가는 미래를 꿈꿔보겠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보는 바입니다.
Ps. 이 작품은 ‘땅끝에서 온 사나이’라는 제목으로도 소개되었었다고 하니, 혹시 비슷한 작품을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기분이 드신 분들은 참고 되시기를 바랍니다.
TEXT No. 802
[CAFE A.ZaMoNe]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