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과 무기력과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남자는 어떤 재앙과도 닮아 있었다. 아내인 의뢰인에게는견딜 수 없는 슬픔과 절망을, 의뢰를 수행하는 린에게는 피곤과부담감을, 담당 의사에게는 통제 불능인 환자에게서 모독을 느낀다는 점에서만 각기 다를 뿐이다. - P156
어찌 됐든, 내게 《롤리타》는 슬픈 소설이다. 어떤 희망도 없는 사랑에 목매다는 한 남자의 부질없음이, 눈멀게 하는 빛, 사랑이라는 아득한 봄빛에 홀려 인생에 금이 가는 줄도 몰랐던 미망이 슬프다. 한때, 그저 한때에 불과한 세월 동안 사랑하고 소유했던 것을 잃었기에 더욱 애절해지고 사무치는 것을 조금은 알기에 서글프다. - P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