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 문을 닫고서 어찌 산빛 진함을 알 수 있으랴?
산꽃 그림자가 무논에 비치는데
물 속의 꽃들을 꼼꼼히 세어보니
산꽃과 짝이 되어 하나하나 같은 모습
양만리 <수중산화영>....
여름 아침의 시골은 가족과 같다.
햇살을 모자같이 이고 앉은 사람들이 밭을 고르고
우리집에도 어저께는 무씨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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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이기적인 시간 위에서
나는 나의 검게 타야 할 정신을 생각하며
구별을 용서하지 않는
밭고랑 사이를 무겁게 걸어간다.
-김수영 <여름아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