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에서 바다로 향하는 기차가 지나간다
후루룩, 황급하게 면발을 집어넣는 고단한 입처럼
터널이 동해남부선을 빨아들인다
밤이 도계(道界)를 넘어간다
잔상으로 남아 있는 시린 차창
기차가 멀어지는 소리가 멀어진다
한바탕 눈이 퍼부울 것 같다
검은 산맥의 능선들이 뒤척인다
국군통합병원 나팔수가 홀로 자정을 밟고 있다
마우스 피스를 입에 대고 무슨 음정을 만든다
휘익, 어둠의 안쪽을 긁고 가는 한줄기 바람의 끝이 녹슨다
산악이 제 높이만큼 파 놓은 계곡보다
이 가을 밤이 훨씬 깊고 길다
돌연, 추락 직적에 생의 빛깔을 되찾은 선명한 나뭇잎들이
깊은 가을 밤의 맨 아래로 착륙한다
한 사람이 한 사람 쪽으로 좀더 가까워지고 싶어한다
지구가 한 칸, 자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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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도 밤 10시 가까이까지 일했다.즐겁게 하는 일도 아닌......뜬금없는 오더성 작업도 하나 있었다.팀원들이 다들 궁시렁 궁시렁 거렸다.결국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결론은 누가 그걸 하느냐로 이어졌다.내가 하겠다고 자원 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가장 불만이 많고 가장 부당하다고 느끼는 내가 하겠다고 했다.다들 그거 안해서 좋은 듯...그래...그럼됐다....로 상황종료.
오늘 아침 7시에 출근했다.아마 내일 모레는 새벽이 되어야 퇴근 가능할 듯.....못된 성질 부려서 덤쓴 것 같기도 하다.하지만 이것도 내가 허수아비들과 싸우는 방법이다.몸이 좀 피곤한게 당당하지도 못한 꼭두각시 되는 것 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