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받이 없는 의자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세월이 300년이 넘는다 이제 난 지

 쳤다 왜 아직도 소식이 없소? 문

 지기에게 물어도 대답이 없다 겨울

 저녁 해가 진다 눈이 내린다 문 앞

 엔 작은 등불이 걸린다 난 문 앞에

 앉아 눈을 맞는다 등받이 없는 의

 자에 앉아 문지기에게 다시 묻는다

 왜 아직도 소식이 없소? 그건 당신

 이 바란 거야! 문지기가 대답한다

 문 앞에 앉아 300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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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보고 두 가지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하나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영화<시네마 천국>에서 사랑에 빠져 버린 청년 토토에게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담벼락에서 해주던 어느 공주와 기사의 우화...그래도 결국은 카프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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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은 그렇게 왔다

얼음 녹는 개울의 바위틈으로

어린 물고기가 재빠르게 차고들 듯이

사랑은 그렇게 왔다

 

 알 수 없는 차가움이

 눈을 투명하게 한다.

 

사랑은 그렇게 왔다.

발가벗은 햇빛이 발가벗은

물에 달라붙듯이

사랑은 그렇게 왔다.

 

 수양버드나무의 그늘이 차양처럼

 물을 어둡게 한다

 

사랑은 그렇게 왔다.

할 말 없는 수초가 말

잃은 채 뒤엉키듯이

사랑은 그렇게 왔다.

  

 가라앉아도 가라앉아도

 사랑은 바닥이 없다.

 

       2

 

사랑은 그렇게 갔다.

미처 못다 읽은

책장을 넘겨버리듯이

사랑은 그렇게 갔다.

  

 말하려고 입 벌리면

 더러운 못물이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사랑은 그렇게 갔다.

날아가며 남겨둔

여린 가지가 자지러지며 출렁이듯이

사랑은 그렇게 갔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만 

 꽃들은 예쁘게 피어났다.

 

사랑은 그렇게 갔다.

이미 범람해버린 강물이

지루하게 제 수위를 회복해가듯이

사랑은 그렇게 갔다.

 

 

 사랑이 어루만진 부위에

홍수가 휩쓸고 간 잔해가 남았다.

 

        3

 

사랑은 그렇게 왔다.

사랑은 그렇게 갔다.

 

 

기포가 떠오르고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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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날이 흐리고....할 일은 깜깜하다.하루에 시 한 편은 읽는 생활이어야겠다는 마음에 시를 적는다.어떨때는 2편도 보고 3편도 보겠지.어쨋거나 빼먹지 말고 하루 한 편은 느껴야겠다.아침이 조금 촉촉해진다.팍팍한 회사의 하루 일상을 버틸만큼의 습기는 되지 않을까....

'사랑은 그렇게 왔다.사랑은 그렇게 갔다.......  기포가 떠오르고 말할 수가 없다' .......사랑을 잃은 사람이 말할 수 있는 최고의 말인 것 같다. '''말할 수가 없다" 라는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어렸을 때 연애에 실패해서는 신세한탄,분노,자학의 말들이 나를 찌르고 상대를 찔렀다....한걸음 멀어져서 바라보니....결국 말할 수가 없다.라는 말의 무게에 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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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2

다음 세상에서 만나면

끊긴 인연의 실을 찾아

 

저승 어느 호젓한 길목에서

문득 마주 서면

 

내 어리석음이 조금은 씻겨

그때는 헤어지지 않으리

 

나는 아느니,

아득한 내 가슴은 아느니.

 

어디에고

다음 세상은 없다는 것을.

.................................................................

맹호연의 시에서 제목을 따온 듯 하다.왕유를 보내며 쓴 시인 <유별시어왕유>...

맹호연의 시가 지음과의 헤어짐을 아쉬워 한다면

이 시는 또(?)  연애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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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6-04-25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필 받으셨나봐요. 키득키득

드팀전 2006-04-25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원래 FELL이 많습니다.FELL은 나의 무기
구두님>웃깁니다.....아...네 네....
 

다시 바닷가의 장례 / 김명인

내가 이 물가에서 그대 만났으니
축생을 쌓던 모래 다 허물어 이 시계 밖으로
이제 그대 돌려보낸다
바닷가 황혼녘에 지펴지는 다비식의
장엄한이란, 수평을 둥글게 껴안고 넘어가는
꽃수레에서 수만 꽃송이들이 한번 활짝 피었다 진다
몰래몰래 스며와 하루치의 햇볕으로 가득 차던
경계 이쪽이 수평 저편으로 갑자기 무너져내릴 때,
채색 세상 이미 뿌옇게 지워져 있거나
끝없는 영원 열려다 다시 주저앉는다
내 사랑, 그때 그대도 한 줌 재로 사함받고
나지막한 연기 높이로만 흩어지는 것이라면
이제, 사라짐의 모든 형용으로 헛된
불멸 가르리라
그대 나였던가, 바닷가에서는
비로소 노을이 밝혀드는 황홀한 축제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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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그때 그대도 한 줌 재로 사함받고 나지막한 연기 높이로만 흩어지는 것이라면

이제 사라짐의 모든 형용으로 헛된 불멸 가르리라..... 라는 구절이 마음에 듭니다.

다비식을 본 적이 없습니다.대개 TV에 나오는 다비식은 고승을 보내는 길이라 장엄하지만 소란 스럽습니다.

노을 드는 바닷가에서 사랑하는 이를 조용히 불 속에 보낸 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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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등꽃 나무 아래/김명인

오늘은 급식이 끝났다고, 밥이 모자라서 
대신 컵라면을 나눠주겠다고, 
어느새 수북하게 쌓이는 
벌건 수프 국물 번진 스티로폼 그릇 수만큼 
너저분한 궁기는 이 골목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니라 
부르면 금방 엎어질 자세로 
덕지덕지 그을음을 껴입고 
목을 길게 빼고 늘어선 앞 건물도 허기져 있네 
나는, 우리네 삶의 자취가 저렇게 굶주림의 기록임을 
새삼스럽게 배운다, 빈자여, 
등나무꽃 그늘 아래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며 
우리가 무엇을 이 지상에서 
배불리 먹었다 하고 잠깐 등나무 둥치에 기대서서 
먹을 내일을 걱정하고, 먹는 것이 
슬퍼지게 하는가 
등꽃 서러움은 풍성한 꽃송이 그 화려함만큼이나 
덧없이 지고 있는 꽃 그늘뿐이어서 
다시 꽃 필 내년을 기약하지만 
우리가 등나무 아랫길 사람으로 어느 후생이 
윤회를 이끌지라도 무료급식소 앞 이승, 
저렇게 줄지어 늘어선 행렬에 끼고 보면 
다음 생의 세상 
있고 싶지 않아라, 다음 생은 
차라리 등꽃 보라나 되어 화라락 지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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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선생의 2000년 현대 문학상 수상작품이었다.

김명인 선생의 시를 좋아해서 몇 권의 시집을 샀다.조금 관념적인 면도 있지만 그것도 매력이다.

그의 시에는 불교적인 향이 많이 난다.최근의 문태준 시인의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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