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어둠이 울타리 밑에
제비꽃 하나 더 만들어
매달아 놓았네
제비꽃 밑에 제비꽃의 그늘도
하나 붙여 놓았네

...................................................................

이 시를 보다가 앞으로는 꽃만 보지말고 꽃그늘도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 투표를 하고 일하러 나왔다.투표를 6번 했는데...도장의 방향에는 일관성이 있었다.다만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던 경우는 좀 고민되었다.투표하는 도장 생김이 꽃무늬 도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민주주의가 활짝 만개했으면 좋겠다만....

오늘은 밤 늦게 까지 일해야 한다.아마 자정을 넘기지 않을까....남들 노는데 이게 뭐람.하지만 더 작은영세 업체에 다니는 노동자들은 오늘도 일하는 사람도 많다.물론 내가 영세 업체 파견 노동자인건 아니다.(지난 번에도 한번 이야기했지만 노동계급 안에서 보면 난 노동귀족에 가깝다.) 투표일에 다 쉬는 건 아니다.법정 공휴일이니 쉬는 건 쉬자.하지만 공휴일에도 쉬는 사람 바라보면 어쩔 수 없이 푸념하는 영세업체 노동자들도 한번은 생각하자.

제비꽃의 그늘을 생각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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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옛집에 갔지요
푸르디푸른 하늘 아래
머위 이파리 만한 생을 펼쳐들고
제대하는 군인처럼 갔지요
어머니는 파 속 같은 그늘에서
아직 빨래를 개시며
야야 돈 아껴 쓰거라 하셨는데
나는 말벌처럼 윙윙거리며
술이 점점 맛있다고 했지요
반갑다고 온 몸을 흔드는
나무들의 손을 잡고
젊어서는 바빠 못 오고
이제는 너무 멀어서 못 온다니까
아무리 멀어도 자기는 봄만 되면 온다고
원추리 꽃이 소년처럼 웃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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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마지막 문장이 좋다. '아무리 멀어도 자기는 봄만 되면 온다고 원추리 꽃이 소년처럼 웃었지요'  10년이상을 살던 집을 떠나던 날이 생각난다.그 집은 시골에서 올라오신 아버지가 결혼 후 처음으로 자기명패를 단 집이었다.당신 집이 처음 생긴 아버지는 며칠 밤을 잠 못이루었단다.붉은 지붕에 까만 대문집이었다.요맘때가 되면 붉은 장미 덩쿨이 담장을 넘었다.처음에는 한 두 송만 월담을 했다.그러나 햇살이 따가와지면 마구 흔들다 터져버리는 사이다 거품처럼 붉은 꽃이 낭창 낭창 담을 넘었다.붉은 파도를 막을 길은 없었다.우리 집 뒤편에 있던 쪽방살이 공장 누이들이 가끔은 집  대문안 까지 들어와서 꽃을 탐하였다.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으며 누이들도 뭐라 할 만큼 담 안을 넘보지는 않았다.흰 목련이 진 후 잠시 외롭던 파란 하늘이 빨간 장미를 만나 다시 즐거웠다.화단에는 장미외에도 지금은 이름도 기억 나지 않는 화초들이 많았다.목련나무가 두 그루,홍매화 한 그루,마구 엉켜있던 장미나무,붓꽃,다알리아,채송화....... 겨우내 항아리를 앉고 있던 김장독 구멍 두 개,팔 힘이 무척 셋던 땅강아지들...

10여년을 햇볕 예쁜 그 집에서 살았다.그리고 아파트란게 들어서면서 우리도  이사를 가게 된다.미리 보고 온 새 아파트는 신문명의 도래였다.물도 펑펑 잘나오고 내가 그리 싫어하던 쥐도 없었다.또 난청지역이라 못봤던 MBC방송도 잘나왔다.어서 짐을 사써 떠났으면... 하루 하루를 기다렸다.

이사 하던 날.짐 차 뒷 칸에 앉아서 작아져가던 옛 집을 보았다.갑자기 눈물이 고였다.내가 배신자 같았다.주변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어서 그 집은 더욱 누추해보였다.붉은 지붕도 색이 바래고 이미 집 담장 한축은 쓰러졌다.침묵하는 절름발이 거인처럼 옛 집이 어린 나를 배웅하고 있었다.그의 눈빛이 쓸쓸했고 그의 거대한 덩치가 외로왔다.눈가가 슬슬 빨개지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고개를 돌려 마지막으로 그 집과 인사를 나누었다.논 가운데 옹기종기 모여 있던 집들.그 사이 벙어리 거인처럼 웅크리고 나를 보내던 그 집의 모습은 나이가 들어도 잊혀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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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6-06-0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국 시인과는 사소한 안면이 있는데, 덕분에 기억을 되살리게 됐습니다. 시도 좋네요.^^

드팀전 2006-06-01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가끔 로쟈님의 서재에 가보곤 합니다만...흐...내 수준을 넘어서 그냥 기웃하고 옵니다.ㅜㅜ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 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 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 내린다
그 흘러 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림 줄 쳐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

그러고 보니 너무 오랜만에 시를 읽네.1주일 동안 맘이 바빳다..... 어제는 어떻게 일이 있다보니 모 대학의 야간 대학원 강의를 듣게 되었다.중간에 빠져 나갈 수도 없는 입장이었고 또 내용도 관심이 가는 분야여서 밤 10시가 되도록 죽치고 앉아 있었다.그러고보니 참 오랜만에 강의란걸 들은 셈이다.야간 대학원생들의 구성은 거의 중고등학교 사회과 선생님들이었다.강의 대용은 한국정치의 변화 뭐 이런것.한국정치 개혁과제에 대한 발제가 있었고 그 다음은 신자유주의와 국가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다.발제 후 교수님이 발제 내용에 문제제기를 했다.... 그런데 대학원생들의 답은 참으로 실망 실망스러웠다....내가 보기엔 그저 다 학위가 필요해서 앉아 있는 분들 같았다.... 이 사회과 선생님들의 시각이 거의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해질 터임을 생각하니 참 ... 그분들이 무슨 대답을 했길래 라고 궁금해 할 수 도 있는데 거의 대답다운 대답이 없어서 별로 남길게 없다. 결국 수업 끝나고 교수실에서 차 한잔 하며 그냥 수업중에 들었던 내 생각을 교수와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나오는 사회조합주의에 대한 의견.나는 산별노조  자체의 성립도 난망한데 독일류의 사회조합주의가 가능하겠냐는 것이었다.교수 역시 조합주의를 위해서는 각 주체별 합의에 의한 대표성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하지만 결국 그 방향으로 가야지 않겠냐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간만에 학교를 가니까 좋았다....공부해보고 싶은 마음도 마구 생겼지만.... ㅋㅋ 언젠가 아는 형님의 일화가 생각이 났다. 회사에는 관련학과를 다닌다고 뻥치고 어떻게 시간을 내어서 일반 대학원 연극학과에 들어갔다.한 학기를 나름대로 다녔는데 2학기에는 아예 휴학을 하고 그다음은 아예 다니지 않기로 했다.이유는 무지 간단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원 수업에 갔다.형은 나이가 당시에 40대 초반이었고 나머지 동료원생들은 대개가 20대 초중반이었다.형은 대학 졸업한지는 오래되었지만 꾸준한 독서로 바탕을 만들어왔다.그런데 대학원에가서 토론도 하고 뭐 이럴 거라 생각하고 갔는데. 한 학기동안 교수랑 자기랑 만 토론을 했다고 한다. 당연히 교수는 무지 좋아했겠지만....형은 대학원에 실망했다고 했다. ...자기가 발제하고도 그게 어떤 의미인지 다른 주제들과 어떤 연관을 갖는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거의 태판인데 무슨 토론수업이 되겠는가.형이 보기엔 그 친구들은 자기가 맡은 챕터 요약하기에도 정신이 없어보였다고 한다.형은 무슨 학위가 필요해서 대학원을 간게 아니기 때문에 거기서 계속 있을 필요를 못느낀거다.비싼돈주고 말이다.

그냥 그 돈으로 책이나 사보기로 했단다.대학원 말고도 또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은 어디에든 있었으니말이다......

모든 대학원생들이 형의 케이스같지는 않을 것이다.그쪽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는 원생들도 있다.하지만  반 이상은 그냥 저냥 소속이 필요해서 있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소속이 필요한 사람들의 공부가 얼마나 싶을 수 있는지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대한민국의 학력은 계속 높아지는데 그게 그다지 미덥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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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6-05-24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이렇게 몰래 추천을 한방 눌러 주시는 분은 누굴까?
올드보이 버전으로....넌 누구냐?
Anyway 감사.....

드팀전 2006-05-2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켁.....당신이 보이지 않는 추천 한방의 주인공이요? 아니면 대학원생이야기요?
아저씨같은 대학원생들이 많으면 나도 대학원다니겠오.시간과 돈이 없긴하지만...
어디가나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으니....공부 안하는 대학원이라고 뭐라하는건 아님.

비로그인 2006-06-0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대학 다닐 때 학비 번다고 시간 버리고, 그 학비에 비해 넘 부족한(그닥 열심히도 안 했지만) 커리큘럼 들 땜에 허탈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대학원이 궁금하면서도 가기가 겁나더라구요. 글 퍼갑니다.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당신의 눈에서 눈으로 산그림자처럼 옮겨가는 슬픔들

오지항아리처럼 우는 새는 더 큰 항아리인 강이 가둡니다

당신과 나 사이
이곳의 어둠과 저 건너 마을의 어둠 사이에
큰 둥근 바퀴 같은 강이 흐릅니다

강 건너 마을에서 소가 웁니다
찬 강에 는개가 축축하게 젖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낮 동안 새끼를 이별했거나 잃어버린 사랑이 있었거나
목이 쉬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우는 소의 희고 둥근 눈망울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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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시인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시인이다.고정 수입은 라디오 PD해서 벌고 짬짬히 시를 쓴다.그의 시집은 지금까지 2권이 나왔다.<수런거리는 뒤란><맨발>....최근에 소월문학상 수상집으로 나온 것도 있지만 그의 단독시집은 아니니까...거기에 실린 <그 맘때에는>은 올해들어 만난 최고의 시였다.내가 좋아하던 형님 -자유인 형님,지금은 북경땅에 가있는-그 분께 이 시를 메일로 보냈더니...답이 왔다. '시를 보고 숨이 멎는 줄 알았어.너나 나나 너무 예민한가보다.'....시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나이 50을 바라보는 사람이 이런 답을 보내주어서 난 그가 좋다. 문태준 시인은 불교적 색채와 농촌의 서정이 강하다.

문태준 시인은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다.백석 시인에게 받았던 그런 느낌을 그에게서 받는다.운율과 우리말의 속닥함에 대해서는 백석을 따라갈 수 없지만........소월문학상집을 사야되나..아님 좀 기다렸다 그의 시집이 나오면 사야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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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있는 곳 어디에나

파리가 있고

부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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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느 곳에나 부처가 있고 하느님의 얼굴이 있다". 도를 다 닦으신 분들이나 또는 아직 도에 이르지 못했지만 본인은 그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가끔 내 마음이 편안할 때는 그런 행복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일종의 편안한 마약과도 같은 나른함.

세상이 적과 아군으로 나뉘어 있지는 않다.하지만 적들은 있다.또한 적들은 아주 평범하고 때론 온화하고 인자한 모습을 띄고 있기도 하다.그래서 잠깐 생각을 놓으면 그 달콤함에 깜빡 정신을 잃기도 한다.비록 착하다는 평가를 듣더라고 그 달콤함에 오래도록 길들어 있다면 ....그저 평범하고 막막한 흰 벽일뿐이다.

이사의 말이 내게는 더 편안함을 준다.물론 가끔 패배주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다 그러니 니가 그냥 무시하라고.....

어제 오늘 파리들이 내 앞에서 담배를 피워서 심기를 거스른다.그들이 앉은 자리 뒤에는 금연이라고 써있다.하지만 그 파리들은 부끄러움 없이 뻑뻑 담배를 피운다.사무실에서....  동물생태학에서는 그런걸 영역표시라고 한다는 데......즉 아무도 피우지 못하는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지들이 그만큼 권력을 갖고 있다는 표시 같은 것이다.어제는 사장 파리가 그러고 오늘은 그 밑의 파리도 그러고...... 어떻게 보면 영역 표시하느라고 전봇대마다 오줌 질질 싸고 다니는 강아지들 같기도 하다. " 사무실은 원래 금연이지만...나는 여기서 최고니까 내 영역이니까 괜찮아"..... 파리들은 아무데나 오줌싸고 돌아다녀도 부끄러운줄 모른다.

며칠전 ebs 지식 다큐에서 5.18관련된 것을 봤다.요즘 가장 잘만드는 프로그램이 그 짧은 영상 다큐라고 생각한다.작년인가 올해의 실험정신 프로그램상을 받기도 했다는데.....수없이 봐왔던 5.18 사진들은 다시 봐도 코 끝이 찡하고 가슴을 누가 손으로 쥐어짜는 듯하다....길바닥에서 피 질질 흘리면 누워있는 사람,팔로 머리를 가리며 도망가는데도 쫓아오며 곤봉으로 두드려패는 군인....그 거대한 참혹극을 연출한 주인공 파리들은 감옥에 있어야하는데...비서들 두고 아직도 옛 가신들의 대접 받으며 거만하게 산다...파리와 그 추종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후안무치 파리들 안에 하느님이 있고 부처님이 있다고.......

개풀은 개가 뜯어 먹는 것이지 글 읽는 사람이 뜯어 먹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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