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독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 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 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 위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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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시집을 꺼내 보다가 이문재의 <노독>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마흔해도 걸어오지 않았건만 ...발걸음이 무거운가.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때문인가? 아니면 나서 지도 못하면거 그리워하기만 한 죄 때문인가?
시가 눈에 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