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기와 박중훈. 내가 그리 선호하지 않는 배우들이다. 이들이 처음 모습을 보였을 때만 해도 대단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속에 품고 있던 에너지를 다쓰고 연륜과 관록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둘이 함께 출연해 공전의 히트를 친 <투캅스> 이전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연기관을 구축한 멋진 배우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가벼운 코메디로만 돌며 자신들의 재능을 소비하는 느낌이었다. 개중 <박봉곤 가출 사건>에서 보여준 안성기의 모습이나 <황산벌>에서 보여준 박중훈의 모습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그외의 작품들은 내눈엔 지리멸렬로 보였다.
한물간, 과거의 영화만 곱씹으며 살아가는 퇴물 가수와 그에게 올인해 청춘을 다 바쳐놓고선 가수는 가수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망가진 채 살아가는 매니저. <황산벌>, <왕의 남자>처럼 쉽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예상치 못한 웃음과 감동을 준 이준익감독의 작품이라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런 갈데까지 간 인물들이 영월이란 낯선 곳에 가서 주변의 사람들과 부딫히면서 겪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영화라 좋았다. 영월의 풍광도 좋았고, 열정적인 Rock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좋았고 다방에서 차 배달하는 아가씨와 주변의 서민들의 모습, 영월이란 곳을 배경으로 우리가 사는 도시의 각박함을 벗어던지고 순수하게 사는 이들의 모습이 좋았다.

결말에서도 늦긴했지만 철든 최곤의 모습을 보여주며 혼자 잘나서 성공하는게 아니라 그를 비춰주는 주위 사람들과 그를 사랑해주는 많은 이들이 필요하단 걸 알려주는 따뜻한 에피소드를 가진 영화라 좋았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건 마지막 결정적인 한방이 빠진 느낌이다. 따뜻하고 정겨운, 재미있고 즐거운 에피소드들은 나열했는데 정작 감독이 관객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그걸 나처럼 무딘 사람은 알기가 어려웠다. 감독의 전작들이 보여준 해학에 비해 사회에 대한 굴절된 것들에 대한 야유와 비판도 없이 이제는 자신의 제일 큰 장점을 빼버린 조금은 밋밋한 느낌이어서 자극적이기 않고 가슴 따뜻하게 사는 사람들 이야기 이지만 조금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