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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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해도 우리사회는 소위 좌파성향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넘쳐나는 시기였다. 대학주변에는 사회과학 전문 서점들이 한둘씩은 있고, 각종 논쟁의 담론들이 쏟아져 나왔고 <현실과 과학>, <이론> 등 다양한 형태의 잡지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가 그러한 논쟁도 진보적 지식인도 사라지는 느낌이다.

얼마전 김수행교수의 정년퇴임과 함께 서울대 경제학과에  맑스주의 강의가 사라지게 된다는 기사를 접하며-그것도 조선일보 기사를 통해-우리사회의 보수화가, 10년 20년 전에 비해서 사회가 진보됐다고 생각되는데도, 우리의 의식과 젊은 청년들의 의식이 일면 보수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진다. 물론 예전에 비해 요즘의 젊은이들이 현실적이고 실리적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것의 반대급부로 지금 당장은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사회와 역사를 위한다는 책임의식은 옅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어라는 독특한 쟝르를 개척하고 있는 지승호의 글을 예전부터 하나쯤은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인 FTA나 노무현정권, 한겨레, 안티조선 등을 소재로 이시대의 진보적 논객이나 정치가들의 육성을 통해 진보가 무엇이고 개혁이 무엇인지 소위 자신이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라고 믿는 이들이 지지했던 현정권의 성격이 무엇이고 당면해 있는 FTA나 대미관계를 바라보는 시각들에 대해 폭넓고 깊이있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현정권에 기대를 가졌다가 그들의 모습에서 실망을 느끼고 자신의 스탠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 작가를 보며 "그것도 몰랐었단 말이야?"하는 물음을 던지는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그보다 더 현실에 순응하며 가진 것 없으면서 내것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부끄러움도 들었다.
한겨레는 학교 때 동아리방이나 과 학생회에 넘쳐나는 게 한겨레였는데 사실 난 왠지 끌리지 않았었다. 언젠가 우리 학교에 강연을 왔던 당시 한겨레 논설위원이셨던 정운영선생이 그내부에서도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갈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그시절부터 한겨레의 시작부터 나름의 한계를 지니고 있기에 소위 진보적이라는 진영이 거기에 기댈 부분이 적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었다. 지금도 홍세화선생처럼 한겨레에 희망과 미련을 가지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쇄매체를 새롭게 만드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진보와 개혁의 차이에 대해 논했던 김규항 등의 목소리에서 그래 역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게 아니라 명확히 진보라는 개념을 명확히 해야해 라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내생활에 기반이 되고 있는 부분과의 괴리감이 요즘 청년들의 보수화만을 탓해선 안될 문제라는 깨달음과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소위 정치적인 입장을 중심으로 우리 현실을 분석하고 고민하는 글을 접한 건 실로 오랜만이다. 말로만 머릿 속의 관념만 80년대식으로 가지고 현실의 생활은 2천년대 중산층에 편입하기 위해 아둥바둥 사는 내모습을 비춰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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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7-11-1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서 봤었나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서울대생들 중 조사해보니 자기가 보수적 성향이라고 한 학생들이 상당히 많은 조사결과가 나왔더라구요. ㅋㅋ

2007-11-22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