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밤늦게 TV를 봤더니 대학가요제가 중계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대학 특유의 문화가 대학가요제에서도 배제된 느낌이 들어 안본지 오래됐는데 기성가수들처럼 하고 나온 학생들이지만 쟝르나 내용에서 뭔가 풋풋한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젊은이들이 듣기엔 안그런데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점은 축하공연이었다. 덕분에 평상시 TV볼 일이 거의 없어 못보고 듣던 음악들을 들을 수도 있었지만 예전엔 참가자들이 뮤지컬을 하거나 뭔가를 준비했었는데 기존 가수들의 명성에 기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간만에 DJ DOC를 보니 그들이 데뷔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얼마전 모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창열이 요즘 아이들은 자신을 개그맨으로 안다고 하소연을 했지만 그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애들이 가수야? 양아치야? 하는 생각도 들긴했지만 그들의 데뷔곡인<슈퍼맨의 비애>는 여러면에서 독특했다. 군대에서 갓 제대한 난 이노래와 당시 유행하던 담론인 포스트모더니즘과 연관지어 볼려다 친구들과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뭔지로 갑론을박하다가 그럼 우리가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문제가 다다르자 다들 할말을 잃었었다.
원판인 모더니즘과 리얼리즘도 모르면서 거기서 파생된 개념을 이해하려니...황지우가 쓴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호>에서 읽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실주의(리얼리즘)이란 있는 현실을 그냥 보여주는게 아니라 봐야만 하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고 한다.
강산이 한번하고 반이 변한 지금 난 봐야만 하는 현실을 제대로 보고나 있는지 있는 것조차도 제대로 보고 판단하지 못하고 사는 건 아닌지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