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문고
L-SHIN님의 난독증 얘기가 나와 생각해봤더니 난독증은 아니고 독해하면서 오해를 하고 실수를 하는 경우들이 몇몇번 있었다.
상황1
어릴적 텔레비젼에 유명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름하여 <유모어극장> 지금으로 치면 개그콘서트 정도급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난 항상 유모극장인데 왜 유모는 안나올까 하고 궁금해 했다. 어린 나이에 유모라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진 못했지만 내가 살던 골목에 어느할머니를 다들 유모할매라고 불렀기 때문에 유모라는 게 따로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끝내 유모어극장에서 유모를 볼 순 없었지만 가끔씩은 요즘 개그프로보다는 그시절 코미디프로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상황2
내전공은 환경공학이다. 학교를 다니며 전공공부를 제대로 한 기억도 없고 졸업하고 여지껏 전공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으니 어찌보면 나와는 거리가 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하며 산다. 그런데 학교다닐 때 -그때도 과공부보다는 다른 거 하러 다니느라 바빴는데- 게시판에 붙어 있는 대자보에 '장전베가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고 학교 주변에 배기가스를 분출하는 곳이 있어서 그런건가 하고 자세히 읽어봤더니 '장전베가스'란 학교가 있는 동네 장전동과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의 합성어로 학교주변이 유흥업소로 넘쳐난다는 걸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상황3
군대 제대하고 영어공부를 열심히 할 때가 있었다. 그전까지 영어와는 담 쌓고 살아서 남들하는만큼 따라갈려고 vocabulary를 열심히 공부했었다. 눈에 띄는 영어단어들은 사전을 찾기보단 접두사, 접미사, 어근을 분해해서 의미를 유추하는데 한참 재미를 붙이던 때였다. 그런데 내 앞에 나타난 단어 하나. <postcard(엽서)> 굉장히 간단한 단어이고 이미 알고 있는 단어였음에도 vocabulary로 모든 영단어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머리가 굳어선지 그런건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법칙에만 충실히 해서 추정한 뜻은 post(뒤의, 후기의) + card(카드) ? 혹시 화투장의 뒷패가 아닐까?
세상은 아는만큼 보이고 느껴진다고 한다. 살아가는데서도 직업병이라고 해서 모든 걸 자신이 익숙하고 아는 걸로만 끼워 맞출려고 하게 된다. 머릿 속에 뭔가 선입견이 있고 세상이나 바깥의 일을 무시하고 자신의 관념 속에만 빠져 있다보면 쉬운 진실도 놓치고 바로 볼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