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노네 고만물상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나카노네 고만물상은 특별한 곳이다. 값나가는 골동품을 취급하는 곳도 아니고 이사가는 집이나 주인이 세상을 떠나 더 이상 찾는이가 없는 물건이나 잡동사니를 취급한다. 벼룩시장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체계를 잘 갖춘 기업의 형태도 아니다. 원주인에게서 버림받아서 잠시 머물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시 떠나는 중간 정류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나카노네 고만물상에 있는 이들도 평범하지는 않다. 주인 나카노씨는 가게의 운영에는 별관심이 없어 보이는 50대 초반이다. 세번의 결혼을 했다고 하지만 가족들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 정도에 은행을 핑게로 새로운 사랑에 빠져 있다. 물품의 수령과 운송을 담당하는 다케오는 '생명의 위협'으로 학교를 관두고 가게에서 일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내보이지 않고 묵묵히 일만해서 속으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지경이다. 이책의 화자 히토미는 가족을 떠나 살고 있고 다케오에게 연정을 느끼고 있다. 나카노씨의 누나 마사요씨도 혼자서 화려하게 인형공예 등으로 살아가지만 옛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다.

나카노씨네 고만물상이 한번쯤 주인에게서 버림 받고 새로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기다리 듯이 나카노네 고만물상에서 일하는 이들도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들을 찾고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가족들과는 단절된 체 외로움을 품고 사는 군상들이다. 그 외로음을 사랑으로 채워보려 하지만 그조차도 쉽지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아프게 한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다들 하나씩의 아픔을 안고 들러 뭔가 자신을 위로해 줄 것을 찾는 모습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어쩌면 홀로 떨어져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고 자신을 사랑해 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온전한 주인을 찾기 전에는 누구도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중고품일지라도, 한번 세탁하면 길이가 짧아져 버리는 원피스처럼 헛점과 약점이 있더라도 자신을 선택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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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7-09-12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이 책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그러지 않겠어요. 안티님이 이렇게 다 써주셨으니까요. 저는 그냥 추천으로 묻어가요.

antitheme 2007-09-13 08:10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들르셔서 칭찬에 추천까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