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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ㅣ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이경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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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남아프리카공화국이란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맨먼저 떠오르는 건 넬슨 만델라와 영화 <파워 오브 원>, 그리고 아파르트헤이트로 알려진 백인 중심의 인종차별 정책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아프리카 대륙의 한귀퉁이에서 흑인도 아닌 유럽 이민들이 권력을 쥐고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을 차별한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곳과 내가 서 있는 곳의 거리만큼이나 인종차별도 먼나라의,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실감하지 못했다.
1948년부터 1994년까지 50년 가까이 소수에 의해 다수가 거주와 교육, 직업선택의 자유까지 박탈당하고 화장실까지도 백인용 유색인종용으로 나뉘어 차별을 당했다는 얘기는 예전엔 그냥 흘려들었지만 책의 각각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사연들을 보며 다수의 흑인들이 착한건지 모자란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그러한 인종차별이 공식적으로 사라지고 만델라 등 흑인정권이 들어섰음에도 유혈보복과 같은 일이 없이 조용한 점이다. 이젠 피부색에 따른 인종차별이 없더라도 소유에 따른 경제적인 차별이 존재하는지 등의 유무는 알 수 없지만 이후에 인종간의 갈등으로 소요가 일어났다는 얘기는 못들었으니 평화롭게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력적인 수단도 동원되었지만 그 이후에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남아공에서 여지껏 벌어졌던 차별 외에도 사실 세상에는 많은 차별들이 존재한다. 수천년 이어온 카스트의 굴레에 의해 차별이 자행되는 인도, 남과 여의 성별에 따른 차별, 가진자와 못가진자 속에서 벌어지는 차별, 출신지나 학벌에 따른 차별 등 무수한 차별이 우리 주위에서 자행되고 있지만 자신의 이익과 관련되는 부분이 있다면 목소리를 높여 주장하는 이들도 주변의 이웃이 받는 차별에는 눈을 돌리기 일수다. 세상이 조금씩 발전하고 민주화된다는 것은 다름을 차별로 해결하지 않고 차이로 이해해 그간극을 메워나가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 주위에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차별들도 생활 속에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하겠다.
얼마전 남들 다 보고 아는 <미수다>라는 방송을 처음 봤는데 남아공 출신의 이쁜 백인 미녀가 어눌하지만 당돌한 말로 한국사회를 평하는데 이쁘면 다 용서되는건지 재밌고 이쁘게만 보였다. 만약 미녀가 아닌 평범한 외국인이 능숙한 우리말로 그런 말을 했을 때도 똑같이 반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