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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프로페셔널 - 자신이 믿는 한 가지 일에 조건 없이 도전한 사람들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디선가 하나의 국가가 가진 문화수준을 측량하는 방법 중 가장 손쉬운 게 어휘의 수를 측정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새로운 문물이 발생하고 기존의 분야에서는 더욱 세분화되고 정교화되면 어휘의 숫자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그럴려면 하나의 분야에 빠져서 연구하고 청춘을 바치는 쟁이가 필요하다. 지금은 말이 좋아 프로페셔널이지 옛날 우리 조상들은 쟁이란 말을 많이 썼다. 조금은 부정적인 어감을 가지고 있는 조금은 낮추어 부르는 이 쟁이들이 있었기에 외침과 각종 사회의 모순으로 피폐해지고 황폐해지는 조선에서도 새로운 문화들이 싹트고 발전되지 않았을까?
바둑이나 검무, 그림 등 그시대의 시각으로는 잡기에 불과한 분야를 개척한 10명의 쟁이들. 아무리 그림으로 시로 바둑으로 춤으로 발명가로 이름을 떨쳐도 신분의 제약때문에 아니면 그들의 직업 자체가 금전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권세가의 식객이나 술 좋아하고 풍류를 즐기는 그들의 예술가적 기질 때문에 제대로된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역사에 묻혀질뻔한 이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라 무척 반가웠다. 책장수 조신선의 이야기는 정말 존재했던 인물인지 아닌지 의심이 나기도 하지만 아직도 번역되지 못하고 각 문중의 창고에 묻혀있는 옛문헌들 속에 여기 소개된 쟁이들과 같이 하나의 분야에 매진해서 우리 문화와 역사의 어휘를 늘렸을 이들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시대를 잘못 만나 이름없이 사라질뻔한 쟁이들이 200년이 지나 다시 재조명 받고 그들의 업적을 재평가 받는 속에서 우리 문화의 토대가 한층 단단해 지고 있다. 지금도 우리 주변 어디선가에서 돈안되는 일한다고 구박받고 천시받는 이들이 200년쯤 후에 새롭게 인정받는 세상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