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는 나‘라는 상상의 프레임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 빠져 살다 보면 객관적으로 나를 보는 눈을 잃기 쉬운데 그럴 때 남들이 나에게 어떤 기회를 주는지 냉정하게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되곤 했다. 아무리 내가 원해도 털끝만큼의 진입도 허락지 않은 곳이 있지만, 어쩌다 보니 내게 이런 기회가 생겼네! 하는 일도 있다. 그래서인지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이야기는 애석하게도 더는 믿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절실하면 상처를 입었다. 그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열정 코르셋을 입히는 일이었고, 이루지 못했을 때의 나에 대한 실망감과 절망스러움이 더 컸다. 되고 싶은 나에 사로잡히면 다른 쪽으로 방향을 트는 일도 미련 때문에 쉽게 하질 못한다. 지금은 생각만 많이 하는 일이 아닌,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정말 움직이고 있는 일이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온 우주가 내 소망을 실현해주기 위해 도와준 경험을 단 한 번이라도 경험했더라면 갖지 않았을 생각일까? 그토록 어린 시절 원했던 ‘패션 피플이 되지 못했지만,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읽고 쓰다 보니 기자가 되었고, 홍보담당자로 일했다. 그리고 동시에 칼럼니스트와 작가로 활동하며 어쨌든 지금도 글 쓰는 사람으로 산다.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삶에 스민다. 천재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할 만큼 좋아하는 일은 바로 내가 가지고 태이난 재능.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커 김연아의 공통점은 어린 나이이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인데, 그들의 인터뷰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그냥 하는 거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는 게 아니다‘라는 것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태도다.
정말 좋아하는 일은 고민하지 않는다. 목표를 정해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하고 싶으니까 별다른 계산 없이 한다. 그런 알 하나를 찾았가면 손에 꽉 쥐고 잘되든지 말든지 계속하는 거다. 성공에 욕심부리는 순간 부담감에 짓눌려 재미가 사라질 테니까. 그러니까 그저 ‘또 쓸 수 있어서 좋다‘라는 가벼운 느낌으로 오늘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