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거기서 깃털 이불 같은 게 시작된다고. 휴! 깃털 이불 하나만이 아니지! 끌어당기는 게 있다니까. 세상의 끝, 닻, 조용한 안식처, 지구의 배꼽, 세상을 떠받친 세 마리의 물고기가 있고, 블린과 기름진 파이, 저녁의 사모바르와 조용한 한숨소리, 따뜻한 조끼와 불을 지핀 페치카 위의 침상, 이런 것들의 정수가 있어. 그러니 넌 꼭 죽은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살아 있는 것 같기도 할 거야, 일거양득이지! - P324

‘노파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발작적으로 홍분하며 생각했다. 노파는 어쩌면 실수일지도 몰라. 문제는 노파가 아냐. 노파는 한낱 질병 같은 거야…… 난 어서 빨리 넘어서고 싶었어........ 난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원칙을 죽였어! 원칙을 죽이고도 넘어서는 걸 넘어서지 못하고, 이쪽 편에 남았지.…… 죽일 줄만 안 거야. 그것조차도 결국은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원칙이라고? 아까 바보 같은 리즈미한은 무엇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을 욕했을까? 근면성실하고 장사에 능한 족속인 걸. 그들은 ‘공공의 행복‘에 전념하지 …… 아니, 내게 삶은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아. 더이상은 결코 없을 거야. 나는 ‘모두의 행복‘을 기다리고 싶지 않아. 나 자신 역시 살고 싶고, 그러지 못한다면 죽는 게 더 나아. 대체 그게 어때서? 난 그저 ‘모두의 행복‘을 기다리느라 주머니에 돈을 꽉 움켜쥔 채, 배고픈 어머니를 외면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모두의 행복을 위해 한 장의 벽돌을 나르고 그걸로 마음의 평안을 느낀다‘라고, 하하! 어째서 너희는 나를 빼놓은 거냐? 난 고작 한 번 살기에, 나 역시 살고 싶단 말이다.…… 아, 나는 미학적 ‘이‘다.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리며 덧붙였다. 그래, 난 정말로 ‘이‘다. - P4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내세를 믿지 않아요." 라스콜니코프는 말했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생각에 잠긴 채 앉아 있었다.
"만약 거기에 거미나 그 비슷한 것밖에 없다면 어쩌지요." 그가 불쑥말했다.
‘미쳤구나.‘ 라스콜니코프는 생각했다.
"우리에게 영원성이란 늘 파악할 수 없는 어떤 이데아로, 뭔가 거창한, 거창한 것으로 표상되곤 해요! 하지만 대체 왜 그게 반드시 거창해야 하지? 상상해보시오, 그 모든 것 대신 느닷없이 시골 목욕탕처럼 연기에 까맣게 그을린 작은 방이 하나 있고, 구석마다 거미가 진을 치고있는, 그게 영원성의 전부일 수도 있지 않소, 가끔 이런 종류의 생각이떠오르곤 해요."
- P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걸 어디서‘, 라스콜니코프는 더 걸어가며 생각했다. ‘이걸 어디서 읽었더라.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 죽기 한 시간 전 이렇게 말했던가 생각했던가 했지. 만일 절벽 높은 곳, 두 발로 간신히 설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 공간에서, 더구나 사방이 낭떠러지와 대양, 영원한 어둠, 영원한 고독, 영원한 폭풍으로 둘러싸인 그런 곳에서 살아야 한대도, 1아르신의 공간에 서서 평생을, 천년을, 영원을 살도록 내버려진대도, 그렇게 사는 게 지금 죽는 것보다 낫다고! 살 수만 있다면, 살 수만, 살 수만 있다면 말이지! 어떻게 살건, 단지 살 수만 있다면 말이야!.... 이게 진실이지! 세상에, 이만한 진실이 또 어디 있나! 인간은 비열하다! 또 그렇다고 해서 인간을 비열한이라 부르는 사람도 비열해‘ - P2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론 세상에는 많은 마법이 있을 테지만 사람들은 그게 어떤 건지, 어떻게 일어나게 할 수 있는지 몰라. 마법을 처음 시작하는 방법은, 어쩌면 말야, 멋진 일이 일어날 거라고 그냥 얘기하는 걸지도 몰라. 마침내 그 일이 일어나게 될 때까지 말이야. 난 한번 실험해 볼 거야." - P3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