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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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선전하는 곳에서는 실연을 당한 여자 - 리카가
실연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담히 그려낸다 어쩐다 하였는데

내가 보기에 실연은 또다른 여자주인공 - 하나코라 함 - 과,
나레이터로 등장하는 리카의 만남을 중개하는 소재에 불과한 듯.

리카와 하나코의 만남, 동거, 이별이 전체적인 줄거리라 해야 맞을 거 같다. 그렇다고 호모 섹슈얼적인 얘기는 아니고. -_-;

에쿠니 가오리나 바나나 같은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보면
투명하다 못해 으스러질 것만 같은
여자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하나코도 그런 여자 중의 하나.
말하자면 이 세계에 속할 수가 없는 사람.
아무 것에도 얽매이거나 집착하고 있지 않기 때문.
그런 탓에 꽤나 쿨해 보이지만..
결국은, 세상에 아무 미련이 없으므로
대부분 자살로 끝나고 마는 그런 부류.

가오리나 바나나 - 다 먹는 것들 이름이네 ^^
책을 즐겨 읽는 이유가 읽기 쉽고 감성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인데.
이 책은 어쩐지 읽기가 힘이 들었다.
뭐랄까, 억지로 억지로 아둥바둥해가며
적절한 때와 장소에서 적절히 눈감아 가며
세상에 발 딱 붙이고 사는 나같은 사람의
허를 찌르는 그런 면이 있다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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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0 23: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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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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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가 오래 전부터 알던 친구를 만났어. 평생 자기 길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던 친구였지. '이 친구에게 돈을 좀 줘야지.' 사내는 생각했어. 하지만 옛 친구는 부자가 되어 있었고, 실은 오래 전에 사내에게 졌던 큰 빚을 갚기 위해 그를 찾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야.

그들은 예전에 자주 갔던 술집에 갔어. 옛 친구는 술집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술을 한 잔씩 듈렸지. 사람들은 그가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했어. 그러자 그는 자신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고 대답하는 거야. 사람들이 물었어.

"다른 사람으로 산다는 게 뭐요?"

그가 대답했어.-555쪽

"그 다른 사람은 내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 지 가르치죠. 하지만 그는 내가 아닙니다. 그는 우리가 나이 들어 굶주리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평생 궁리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믿지요. 언제나 돈 벌 궁리를 하고 계획을 세우다 보면, 결국 이 지상에서의 날들이 끝났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땐 이미 늦은 거지요."

"그럼 당신은? 당신은 누구요?"

"난 그저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을이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요. 삶의 신비에 매혹된 사람들, 기적을 향해 열려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서 기쁨과 열정을 경험하죠. 그러나 실망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내 안의 다른 사람은 나로 하여금 아무것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합니다."

"하지만 삶에는 고통이 따르게 마련 아니오."-555쪽

듣고 있던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가 말했어.

"좌절도 있지요. 누구도 그걸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한 싸움에서 뭔가를 잃는 편이, 자신이 뭘 위해 싸우는 지도 모르는 채 좌절하는 것보단 훨씬 낫겠지요."

"그게 다요?"

다른 누군가가 물었어.

"그래요. 이게 전부입니다. 내가 이걸 깨달았을 때, 나는 내가 늘 되고 싶었던 바로 그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 안의 다른 사람은 방 한쪽 구석에 서 있었죠. 나를 지켜보면서 말이죠. 하지만 난 그가 내 안으로 다시 들어오는 것만은 결코 허락하지 않았어요. 비록 그가 나를 겁주고 미래에 대해서 염려하지 않는 것은 위험스러운 일이라고 경고했지만 말이죠. 내가 내 생에서 그 사람을 몰아낸 그 순간부터 신성한 힘이 기적을 행하기 시작했습니다."-5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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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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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그리고 일곱번째 날-이라는 3부작 소설 중 하나.
사랑을 소재로 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것..
사랑이 소재여서 그런지 굉장히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고,
과연! 하고 무릎을 치게 하는 뭔가가 있다.
그치만 어쩐지 너무 설교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카톨릭이 전체적인 배경으로 깔려 있어서 내 경우는 적응이 잘 안되었다. 파울로 코엘료 작품답게 표현들이 참 미려하고,
세상에 대한 시각이 예리하고, 또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준달까, 그런 책.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 물론 책은 좋은 책, 이란 생각이 드는데 나한테 그리 와닿지 않는달까.
 
아래는 마음에 들었던 예쁜 이야기.
-----------------------------------------------------------
"네게 주고 싶은 것이 있어."

그가 조그만 붉은 주머니를 건네며 말했다.
주머니 속에는 오래되어 녹이 슨 메달이 들어 있었다. 한쪽 면에는 자비로운 성모가, 다른 면에는 예수의 성심이 새겨져 있었다.

"그거 네 거야."

내가 놀라는 걸 알아채고 그가 말했다. 마음 속에서 다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이던가, 지금처럼 가을이었지. 우리가 열 살 때였을 거야. 너와 함께 커다란 참나무가 있는 광장에 앉아 있었어. 나는 네게 뭔가를 말하려고 했었지. 몇 주 동안 계속 연습했던 말이었어.하지만 내가 말을 막 시작하자마자, 네가 메달을 잃어버렸다고 했어. 산사투리오의 작은 예배당에서 말야. 넌 나한테 거기 가서 메달을 찾아봐줄 수 있느냐고 물었어."

기억이 났다. 세상에! 기억이 났다.....

"난 메달을 찾았어. 하지만 광장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오랫동안 연습했던 그 말을 할 용기가 사라졌지. 그래서 나 자신과 약속했어. 내가 그걸 완전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 때 네게 메달을 돌려주겠다고. 거의 이십 년 전 일이야. 오랫동안 잊으려고 했지만, 그 문장은 늘 그곳에 있었어. 그 문장을 속에 담고는 더이상 살 수가 없어."

그는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오랫동안 천장을 올려보았다.

"아주 짧은 문장이야."

그는 이윽고 나를 바라보았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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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0 2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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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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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야마다 에이미의 단편집.

야마다 에이미는 처음에 풍장의 교실 등등을 읽으면서
엄청 참신하다-고 감탄했는데..
정말 언어 사용이 너무 예리하면서 뭐랄까-
사람의 마음을 조여온다고 해야 하나 그런 맛이 있다.
그리고 그 특유의 도도함.
뭔가 악의가 숨겨져 있는 것 같은 - 나쁜 악의가 아니라
사람의 본성 중의 하나인 악의를 감추거나 포장하지 않는-
그런 말투라든가, 시선이라든가..
그런 점들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그럼에도 몇 권씩 읽다 보니 점점 시시해져 갔고.
이 단편집에서는 진짜 별루다. 이러구 읽었다.
그런데 책 뒤쪽에 실려 있는 공주님, 이라는 표제작과
샴푸 라는 작품은, 좋았다.
공주님- 은 정말 멋지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고-
그러면서도 뭔가 마음을 파고드는 애절함이 있다고 해야 하나.
샴푸는 야마다 에이미의 특기 중 하나대로
어린 소녀를 화자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야기 자체가 꽤 상큼하고 느낌이 좋았다.. ㅎㅎ

나머지 작품들은 쫌.. 내 취향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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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0 2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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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남자 - 양장본
카롤린 봉그랑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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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제법 오래 전에 나왔던 책인데
지난 번에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들게 되어서 그냥 사버린 책.
늘 한번 읽어보고 싶은데- 생각만 하다가 이제야
기회가 왔다고 해야 하나.
사실 제목은 꽤 흥미진진해 보이는데 내용은 시시한 책이 많은 터라 그런 것을 경계해 왔기도 하고.

그런데 이 책, 생각보다 훨씬 재밌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그어진 밑줄- 을 보고
밑줄 긋는 남자와의 게임/사랑을 하게 되는 여주인공의 이야기인데.

마치 아멜리에를 보는 듯도 하고.
또 내가 좋아하는 책들 얘기가 많이 나오기도 하고.
밑줄긋는 남자라는 소재도 너무 재밌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통근 버스에서의 그 달콤한 잠도 반납하고
열심히 책장을 넘기게 한, 모처럼의 책.

이 책에 나온 책들 중에-
결혼을 앞둔 여자들은 꼭 읽으라고 한
앙드레 지드의 "여자의 학교" 를 읽고 싶다, 이젠. 히히.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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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0 22: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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