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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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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한 해는 정말 많은 사건이 있었더군요. 미국이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고, 영화에서 종종 만났던 히피족의 탄생 비화도 알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시작된 록 페스티벌!!! 특히 베트남에서 전쟁을 일으켰던 미국은 패운의 기운이 짙어오면서 미국 젊은이들은 '자유'와 '평화'를 외치며 반전 운동을 펼칩니다. 어쩌다 시대 영화를 보면 영화 속 히피족들의 장발 머리와 마약 그리고 다소 무분별하게 보이는 성 등 그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요. 당시 제왕적 사회 질서, 섹스와 정치 스캔들 등 기존 권력에 대한 반항 행동이었음을 알고 나니 그들의 저항이 이해 가기도 합니다. 히피족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모델로 삼았다고 해요. 그러고 보니 인디언들의 장발과 자유로움이 닮은 듯도 하네요.


260쪽이 조금 넘는 페이지 안에서 많은 인물들이 나열됩니다. 이 인물들을 한 사람씩만 살펴봐도... 저의 상식? 수준은 상당히 레벨업 될 것 같습니다. 나무위키 속 1969년을 읽어 보니 이 책 자체가 그 시대의 축소판임을 알게 됩니다. 저는 책 읽는 내내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더군요.


[줄거리]

1969년 최고의 명문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는 북진고 학생인 주인공 겐! 그는 학교에서 꽤 유명 인사입니다. 의대 희망자 대상으로 치른 아카데미 모의시험에서 2만 명 중 321등을 했고, 록 밴드의 드럼 연주자이며, 신문부 활동에선 '발행금지 처분'을 받기도 합니다.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 저지를 그린 투쟁 연극으로 선생들에게 제지당한 경력도 있지요. 겐은 학년이 오를수록 성적이 떨어져만 갑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시험공부를 하는 놈은 자본가의 앞잡이라는 사고방식이 있기도 했습니다. 겐은 그가 좋아하는 영화, 음악, 연극을 한꺼번에 해치울 수 있는 페스티벌을 계획합니다. 미군 기지촌 출신 겐과 탄광촌 출신 아다마 작은 구멍 가계를 운영하는 부모님과 사는 이와세 세 사람은 이런 복잡한 환경 속에서 미군이 일으킨 베트남 전을 비판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학교 최고 미녀 마쓰이 가즈코의 눈에 들기 위해 페스티벌을 구체화합니다. 


[추천]

저는 이 책 덕분에 비틀스의 음악을 들으며, 달 착륙 사진을 보았고, 베트남 관련 자료도 읽어 보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머나먼 정글'이라는 외화 드라마가 있었는데요. 여기서 나왔던 타이틀곡이 그 유명한 롤링 스톤즈의 Paint it Black이라는 노래랍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리듬과 가사에서 전율이... 오늘날 해리 포터와 같은 판타지 소설이 큰 유행을 했는데요. 무라카미 류의 '식스티 나인'은 그 시대를 잘 모르는 90년 대생에게는 아주 재기 발랄한 모험 이야기로 좀 연륜 있으신 분들께는 과거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우리 삶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습니다.


일단 한 번 읽어 보시라 권하고 싶어요. 그의 자유분방한 삶 속에는 유연한 저항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학창 시절 그에게 억압의 세계를 보여줬던 어른들에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보다 '더 즐겁게 사는 것'이라고 말이죠. 동정 딱지를 떼기 위해 가출을 하고, 미소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 일로 경찰이 잡으러도 오고, 지역 불량 학생들로부터 폭행 위험에 놓이기까지... 저는 그의 불량스러운 듯한 유연함에서 투쟁의 시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에너지를 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결론에 다다르게 되실까요?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소설 '식스티 나인'이었습니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협찬 받아 솔직히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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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양장)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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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의 시간적 배경은 미래다. 하지만 미래의 시간을 잠시 빌려 현재의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은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소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도 현재 자신의 상황과 가족의 관계를 언급해 놓고 있다. 이 소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짧은 글이지만 전체를 반영해 주는 듯하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무작위로 부모를 만난다. 좀 더 좋은? 나은? 부모를 얻게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소설은 아이의 입장에서도 부모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나의 '선택'이 아닌 '천륜'이란 이름으로 맺어진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 이 만남을 내가 주도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은 좀 더 나아졌을까? 역으로 부모의 입장에서도 질문을 하게 한다. 좀 더 나은? 좋은? 아이를 선택하게 된다면 나의 책임감과 자책은 줄어들게 될까? 미래 과학 기술은 양부모의 우월 DNA를 축출해서 완전체의 자녀를 낳게 된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새롭게 누릴 행운이 될까? 아니면 재앙이 될까?



[줄거리]

NC 센터 이 센터의 정식 명칭은 Nation's Children 즉 국가의 아이들이라 불리는 곳이다. 아이를 낳은 부모가 양육을 포기하게 되었을 때 국가가 친부모를 대신해 돌보는 곳이다. 이곳의 환경과 복지는 최상이다. 하지만 NC 센터 출신의 아이가 '살인'이라는 반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면서 이전부터 있어 왔던 이들에 대한 미묘한 차별이 더욱 가시화된다. 국가의 아이들은 13살 되면 '페인트'를 진행한다. 페인트는 부모 면접이란 의미로 13살부터 18살의 아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게하는 제도다. 그리고 NC 센터를 벗어나 평범한 시민이 되는 것을 말한다. 제누, 노아, 아키... 세 명의 아이들은 페인트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부모를 만나게 될까?



[감상]

줄거리만 놓고 보면 재미있는 가족 이야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역시 '창비'!!! ㅎㅎㅎ 개인적으로 청소년 관련 소설은 부모라면 꼭 읽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녀가 사춘기 이거나 사춘기에 들어서기 전이라면 이런 책을 읽고 아이와 나눌 이야기를 미리 생각해 둔다면 나름 의미 있지 않을까? 물론 대화조차 나눌 수 없는 관계가 되지 않도록 고려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권하거나 꼰대처럼 굴 거란 의미는 아니다. 


소설에서는 양육이 어려운 자녀를 국가가 대신 돌봐준다. 정말 이런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날 베이비 부스에 버려지는 많은 아기들을 보면서 그리고 한 종교인의 끊임없는 희생과 헌신을 보면서 차라리 이런 세상이라도 와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더불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한 부부의 문제로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페인트는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도 국가 최고 시스템조차도 결국 가정의 본질을 다 채우지는 못한다는 점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인간은 수학이나 과학처럼 정해진 답대로 살아지는 존재가 아니다. 무수히 많은 변수와 오류 속에서 스스로를 다듬어가고 만들어가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에서 자란다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인간은 많은 가치를 경험하고 배우게 된다. 왜 그것이 꼭 부모여야 할까?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점은 바로 부모와 아이 사이에 주고 받는 존중이 바탕이 된 사랑과 스킨십의 중요성이다. 물론 이 아이들은 13살이 된 이후에서야 부모 선택권을 가지지만, 그 채워지지 못한 애정의 빈자리를 뒤늦게라도 채우기 위해 박은 실적 압박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부모를 찾으려 한다. 성숙한 인격체로 자란 제누 사회의 부당함에 맞서 당당히 살아갈 제누, 그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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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잎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0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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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출신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력이 있는 작가입니다. 이 작품을 읽고 책 후반부에 있는 작가 생애와 이력에 대해 읽어 보았는데요. 내용들이 앞서 읽었던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와 [썩은 잎]을 이해하는데 단초 제공을 해줍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는데요.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살았던 90년대에는 그의 작품들이 베스트셀러에 들어설 만큼 인기 작가였다고 합니다. 대중성이 있는 작가였다는 거죠. 역시 작품은 시대와 함께 어우러진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더 하게 됩니다. 소설 속 화자는 세 사람입니다. 처음 등장하는 '나'라는 소년에서 소년의 할아버지와 엄마가 각각 화자로 등장합니다. 그들 세 사람이 한 의사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줄거리

마콘도라는 마을에 한 의사와 '풋내기'로 불리는 신부가 찾아듭니다. 의사는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인물입니다. 그는 빼어난 의술로 마을에서 돈을 벌고 그러던 중 바나나 회사가 들어오게 되면서 의사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나나 회사가 진료소를 세우면서 의사는 점점 마을 사람들로부터 소외되고 그는 진료 보는 것을 그만두게 됩니다. 

 

 P.81 그는 마을의 유일한 의사였다. 그런데 바나나 회사가 도착하고 철도 부설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가 마콘도에 체류한 처음 사 년 동안 그를 찾아왔던 사람들은 바나나 회사가 노동자들을 위해 진료소를 설치하자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마도 썩은 잎들이 계획한 새로운 방향을 보았을 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명의 환자도 찾아오지 않은 채 수많은 날이 흘렀다. 그는 문에 자물쇠를 채웠고, 그물 침대 하나를 구입해 방 안에 틀어박혔다.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은 실제 일어나지도 않은 헛소문을 퍼트리며 의사를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의사는 자신을 소개해준 이 소설 속 주인공인 대령에 집에서 8년을 머물다가 대령의 수양딸로 있던 메메와 함께 길모퉁이로 거주지를 옮기게 됩니다. 메메와의 갑작스러운 동거 역시도 사람들은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길모퉁이에서 잡화를 하기 시작한 메메가 어느 날 보이지 않자. 그들은 의사가 그녀를 살해했다고 믿으며 그의 집을 급습합니다. 이렇게 마을 사람들의 오해는 깊어만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나나 회사의 부당 착취에 항의하던 노동자들이 군부에 의해 무자비한 학살이 자행되고, 이미 회사와 함께 퇴소한 진료소에는 의사가 없었기에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서 유일한 의사였던 그에게 달려갑니다. 그리고 그는 끝까지 그들의 진료 요청을 거부합니다.


 감상

마을에서 외면당했던 한 의사가 있습니다. 마을에서 무자비한 학살이자행되던 날 일부 부상자들은 의사는 그들의 진료를 기어코 거부합니다. 이 사건으로 마을 사람들은 의사에게 엄청난 분노와 원망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소년의 할아버지이자 그와 함께 살았던 ' 대령'만큼은 P. 82 그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소설은 몽환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의 소설을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표현하더군요. 처음에는 마르케스의 소설에 왜 이런 수식어가 붙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설 속 '마콘도'가 사실은 마르케스가 살았던 '아라카타카'를 상징한다는 것을, 의사가 사실은 그의 외할아버지를 모델 삼았다는 것을, 바나나 회사는 실제로 있었던 유나이티드 프루트 회사가 콜롬비아 군부를 통해 최대 3000명의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던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왜 그런 수식어가 붙게 되었는지도 조금씩 이해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소년의 아버지와 어머니(마콘도가 바나나 회사 덕분에 부를 축적하자 외부에서 온 이방인이란 생각은 살짝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역시도 바나나 회사와 함께 떠나고 말았지요.)와의 관계, '풋내기'로 불린 신부의 출현, 의사와 함께 살림을 차렸던 메메의 역할 등등 책 속 메시지를 다 소화해 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다음에 다시 읽었을 때 현재의 감상과 미래의 감상이 다를 것임을 알기에 기록차원에서 남깁니다. 


스토리만 보면 의사의 행동이 야박해 보입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썩은 잎'을 환영했고, 경기가 좋을 때는 의사를 외면했으며, 마을의 번영이 회사가 떠남과 동시에 종식되자 그 화풀이를 엉뚱한 인물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의사는 바나나 회사의 본질을 이미 꿰뚫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는 결단코 '썩은 잎'과 손을 잡을 수 없었던 거죠. 그런데 그들과 손을 잡았던 이들이 자신을 향해 근거 없는 소문을 만들어 내고 퍼트리고 비난했으니... 과연 의사만 나쁘다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마르케스가 하고 싶었던 말들이 아주 깊게 숨겨져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니면 제가 마르케스가 살았던 시대상을 잘 몰라서 작품 해석을 잘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의 수작 [백년의 고독]을 반드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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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1
연상호.최규석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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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만화 두 권을 읽었을 뿐인데... 난 왜 역사 속 잔혹사들이 떠오르는 것일까? 멀게는 어린 소년과 소녀들이 신의 부름으로 전쟁에 내몰렸던 십자군 원정부터, 가깝게는 SBS 시사 방송 프로그램인  꼬꼬무가 생각났다. 특히 시즌1 에 등장했던 '오대양' 사건이 떠오른다. 어릴 적 내 기억 속 '오대양 사건'은 모든 방송국 뉴스 1면을 차지했었다. 이들의 죽음은 너무나 기괴했고, 이성적으로 납득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공포심과 호기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기이함과 공포심은 연상호, 최규석이 쓴 지옥』에서 재현된 듯했다.

어떤 알 수 없는 대자연의 힘에 의해 사람들은 '죽음 선고'를 받게 된다. 이들의 죽음은 우연히든 의도적으로든 방송으로 노출되고, 이 불가사의한 현상 앞에서 한 종교 단체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형벌이라 명명한다. 그리고 그들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온갖 폭행과 살인을 저지른다. 이에 사람들은 극심한 공포에 내몰리게 된다. 

21세기가 되면서 종말론의 대두는 상당히 사라졌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밀레니엄 종말론과 각종 사이비 단체는 세상을 놀래키는 집단 자살 사건을 일으켰고 이 모든 잔혹사들은 엄연히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다. 인간은 알 수 없는 대상으로부터 엄청난 공포를 느낀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 19! 이 바이러스가 처음 유행했을 때 나라별 사재기로 무혈 사태가 있었고, 이탈리아는 넘쳐나는 시체와 병원 시스템 운영 마비로 잠시 무정부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호모 사피엔스라 불리는 현생 인류 앞에 나타난  '바이러스가 준 공포심'은 사람들 내부에 잠재되어 있던 폭력성과 잔혹함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정보화 시대, 교육과 기술을 익히는 시대, 인류 문명 탄생 이후 물질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시대, 이런 인류에게 인간은 과연 이성적 동물인가? 자문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물음은 행동 심리학이란 분야로 관심이 확대된다. 그래서 추천한다. 나는 '지옥'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새 의문을 갖게 됐으며, 오래 기억될 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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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0
니꼴라이 고골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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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답답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이 작품에서 통쾌한 쾌감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최근에 종방한 드라마 펜트하우스2의 내용을 언뜻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이리 감상한다면 너무 심한 자의적 해석이 되는걸까? 하지만 내 눈에 비친 검찰관 속 등장 인물들도 펜트하우스의 부유층들처럼 부도덕함과 비윤리적인 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었으며, 풍자하고 있었다. 두 작품은 장르면에서도 이질적이지 않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예리하게 간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다.  

 

[작가 소개]
우크라이나 출신인 니꼴라이 고골 그의 약력을 읽으면서 나는 메이저가 아닌 마이저의 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그의 서러움과 울분은 세상의 불공평함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갖게 주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펼칠 수 있었다. 그는 부정적 인물을 묘사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반면 긍정적 인물을 표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을 가졌다고 작품 해설에서 소개하고 있다. 민음사 책 뒤편에 실려 있는 작품 해설은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 및 검찰관 작품에 대해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우선적으로는 개인의 독립적인 감상을 가진 뒤 책의 내용도 참고로 읽으면 좀 더 폭넓은 식견과 감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줄거리]
어느 지방의 도시를 시정하고 있는 시장은 관리자들을 모아 수도로부터 파견된 검찰관 소식을 전한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자선병원장, 교육감, 판사, 경찰서장, 의사, 경찰 두 사람 등 등장인물들이 대화하는 내용은 혼자 듣기 아까울 정도로 가관이다. 
 병원장 - 자연 상태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치료에 더 좋다는 것이죠. 값비싼 약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인간이란 단순해서 어차피 죽을 사람은 죽기 마련이고, 나을 사람은 낮기 마련입니다. 19쪽 
이렇게 관리들은 검찰관 대응 매뉴얼? 의논을 하게 되고, 시의 지주인 형제가 여관에 검찰관이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된다. 시장과 그의 추종자들은 곧장 검찰관을 만나러 간다. 검찰관은 여관비와 음식비 등 지불 능력이 부족해 체류 중이었고, 곧장 시장의 호의를 받아들이게 된다. 시장의 집에 머물면서 시장의 아내와 딸을 노골적으로 농락하기도 한다. 검찰관은 시장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 끊임없이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며 이는 청탁이나 뇌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방의 지주 및 관리들이 그에게 많은 돈을 빌려주게 되고, 시장의 딸과 결혼을 약속한 검찰관은 바쁜 일을 처리하고 다시 돌아오겠다며 도시를 떠난다. 
[비평]
소설에 대해 너무 자세히 언급하면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꼭 읽어 보시라 권하고 싶다. 한국의 김순옥이 펜트하우스를 썼다면, 러시아의 문호 니꼴라이 고골은 검찰관으로 상류층의 민낯을 폭로하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어느 정도 반영된 작품이란 점을 감안해서 보더라도, 완연히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기에 두 사람의 작품을 비교 감상해 보는 즐거움이 분명 있으리라 본다. 또한 고골이 살았던 당시 러시아 사회의 암울한 단면을 블랙코미디로 만나 볼 수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의 두 번째 묘미를 꼽으라고 한다면 내 입장에선 언어의 이중성 혹은 말장난 같은 대사처리다. 시장과 검찰관은 서로의 대화를 계속 자의적으로 해석하는데 그런 대화가 미묘하게 연결된다. 그리고 이런 두 사람의 대화는 이 모든 과정을 다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크나큰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처음 만나게 된 시점이 이러하다.
 
홀레스따꼬프 검찰관 : 내요. 돈 낸다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은 없어요. 한 푼도 없어요. 그래서 지금 여기(여관) 이렇게 주저앉아 있는 겁니다.
 
시장: (방백) 오. 재치 있는 농담이네! 별 수작 다 걸려고 들어! 뭐가 뭔지 모를 알쏭달쏭 한 소리만 하는데! 생각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이 수수께끼를 한번 풀어보실까? ... 그래 참 다행이다! 돈을 받았어 61-62쪽
 
얼마나 부정한 일을 밥 먹듯 저질렀길래 확연히 보이는 검찰관의 헛소리도 저런 식으로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묘미는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야기들 중 반전이 있는 스토리만큼 더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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