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양장)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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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페인트의 시간적 배경은 미래다. 하지만 미래의 시간을 잠시 빌려 현재의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은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소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도 현재 자신의 상황과 가족의 관계를 언급해 놓고 있다. 이 소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짧은 글이지만 전체를 반영해 주는 듯하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무작위로 부모를 만난다. 좀 더 좋은? 나은? 부모를 얻게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소설은 아이의 입장에서도 부모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나의 '선택'이 아닌 '천륜'이란 이름으로 맺어진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 이 만남을 내가 주도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은 좀 더 나아졌을까? 역으로 부모의 입장에서도 질문을 하게 한다. 좀 더 나은? 좋은? 아이를 선택하게 된다면 나의 책임감과 자책은 줄어들게 될까? 미래 과학 기술은 양부모의 우월 DNA를 축출해서 완전체의 자녀를 낳게 된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새롭게 누릴 행운이 될까? 아니면 재앙이 될까?



[줄거리]

NC 센터 이 센터의 정식 명칭은 Nation's Children 즉 국가의 아이들이라 불리는 곳이다. 아이를 낳은 부모가 양육을 포기하게 되었을 때 국가가 친부모를 대신해 돌보는 곳이다. 이곳의 환경과 복지는 최상이다. 하지만 NC 센터 출신의 아이가 '살인'이라는 반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면서 이전부터 있어 왔던 이들에 대한 미묘한 차별이 더욱 가시화된다. 국가의 아이들은 13살 되면 '페인트'를 진행한다. 페인트는 부모 면접이란 의미로 13살부터 18살의 아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게하는 제도다. 그리고 NC 센터를 벗어나 평범한 시민이 되는 것을 말한다. 제누, 노아, 아키... 세 명의 아이들은 페인트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부모를 만나게 될까?



[감상]

줄거리만 놓고 보면 재미있는 가족 이야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역시 '창비'!!! ㅎㅎㅎ 개인적으로 청소년 관련 소설은 부모라면 꼭 읽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녀가 사춘기 이거나 사춘기에 들어서기 전이라면 이런 책을 읽고 아이와 나눌 이야기를 미리 생각해 둔다면 나름 의미 있지 않을까? 물론 대화조차 나눌 수 없는 관계가 되지 않도록 고려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권하거나 꼰대처럼 굴 거란 의미는 아니다. 


소설에서는 양육이 어려운 자녀를 국가가 대신 돌봐준다. 정말 이런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날 베이비 부스에 버려지는 많은 아기들을 보면서 그리고 한 종교인의 끊임없는 희생과 헌신을 보면서 차라리 이런 세상이라도 와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더불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한 부부의 문제로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페인트는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도 국가 최고 시스템조차도 결국 가정의 본질을 다 채우지는 못한다는 점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인간은 수학이나 과학처럼 정해진 답대로 살아지는 존재가 아니다. 무수히 많은 변수와 오류 속에서 스스로를 다듬어가고 만들어가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에서 자란다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인간은 많은 가치를 경험하고 배우게 된다. 왜 그것이 꼭 부모여야 할까?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점은 바로 부모와 아이 사이에 주고 받는 존중이 바탕이 된 사랑과 스킨십의 중요성이다. 물론 이 아이들은 13살이 된 이후에서야 부모 선택권을 가지지만, 그 채워지지 못한 애정의 빈자리를 뒤늦게라도 채우기 위해 박은 실적 압박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부모를 찾으려 한다. 성숙한 인격체로 자란 제누 사회의 부당함에 맞서 당당히 살아갈 제누, 그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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