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0
니꼴라이 고골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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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답답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이 작품에서 통쾌한 쾌감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최근에 종방한 드라마 펜트하우스2의 내용을 언뜻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이리 감상한다면 너무 심한 자의적 해석이 되는걸까? 하지만 내 눈에 비친 검찰관 속 등장 인물들도 펜트하우스의 부유층들처럼 부도덕함과 비윤리적인 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었으며, 풍자하고 있었다. 두 작품은 장르면에서도 이질적이지 않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예리하게 간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다.  

 

[작가 소개]
우크라이나 출신인 니꼴라이 고골 그의 약력을 읽으면서 나는 메이저가 아닌 마이저의 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그의 서러움과 울분은 세상의 불공평함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갖게 주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펼칠 수 있었다. 그는 부정적 인물을 묘사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반면 긍정적 인물을 표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을 가졌다고 작품 해설에서 소개하고 있다. 민음사 책 뒤편에 실려 있는 작품 해설은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 및 검찰관 작품에 대해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우선적으로는 개인의 독립적인 감상을 가진 뒤 책의 내용도 참고로 읽으면 좀 더 폭넓은 식견과 감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줄거리]
어느 지방의 도시를 시정하고 있는 시장은 관리자들을 모아 수도로부터 파견된 검찰관 소식을 전한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자선병원장, 교육감, 판사, 경찰서장, 의사, 경찰 두 사람 등 등장인물들이 대화하는 내용은 혼자 듣기 아까울 정도로 가관이다. 
 병원장 - 자연 상태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치료에 더 좋다는 것이죠. 값비싼 약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인간이란 단순해서 어차피 죽을 사람은 죽기 마련이고, 나을 사람은 낮기 마련입니다. 19쪽 
이렇게 관리들은 검찰관 대응 매뉴얼? 의논을 하게 되고, 시의 지주인 형제가 여관에 검찰관이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된다. 시장과 그의 추종자들은 곧장 검찰관을 만나러 간다. 검찰관은 여관비와 음식비 등 지불 능력이 부족해 체류 중이었고, 곧장 시장의 호의를 받아들이게 된다. 시장의 집에 머물면서 시장의 아내와 딸을 노골적으로 농락하기도 한다. 검찰관은 시장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 끊임없이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며 이는 청탁이나 뇌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방의 지주 및 관리들이 그에게 많은 돈을 빌려주게 되고, 시장의 딸과 결혼을 약속한 검찰관은 바쁜 일을 처리하고 다시 돌아오겠다며 도시를 떠난다. 
[비평]
소설에 대해 너무 자세히 언급하면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꼭 읽어 보시라 권하고 싶다. 한국의 김순옥이 펜트하우스를 썼다면, 러시아의 문호 니꼴라이 고골은 검찰관으로 상류층의 민낯을 폭로하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어느 정도 반영된 작품이란 점을 감안해서 보더라도, 완연히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기에 두 사람의 작품을 비교 감상해 보는 즐거움이 분명 있으리라 본다. 또한 고골이 살았던 당시 러시아 사회의 암울한 단면을 블랙코미디로 만나 볼 수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의 두 번째 묘미를 꼽으라고 한다면 내 입장에선 언어의 이중성 혹은 말장난 같은 대사처리다. 시장과 검찰관은 서로의 대화를 계속 자의적으로 해석하는데 그런 대화가 미묘하게 연결된다. 그리고 이런 두 사람의 대화는 이 모든 과정을 다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크나큰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처음 만나게 된 시점이 이러하다.
 
홀레스따꼬프 검찰관 : 내요. 돈 낸다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은 없어요. 한 푼도 없어요. 그래서 지금 여기(여관) 이렇게 주저앉아 있는 겁니다.
 
시장: (방백) 오. 재치 있는 농담이네! 별 수작 다 걸려고 들어! 뭐가 뭔지 모를 알쏭달쏭 한 소리만 하는데! 생각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이 수수께끼를 한번 풀어보실까? ... 그래 참 다행이다! 돈을 받았어 61-62쪽
 
얼마나 부정한 일을 밥 먹듯 저질렀길래 확연히 보이는 검찰관의 헛소리도 저런 식으로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묘미는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야기들 중 반전이 있는 스토리만큼 더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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