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1
연상호.최규석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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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짧은 만화 두 권을 읽었을 뿐인데... 난 왜 역사 속 잔혹사들이 떠오르는 것일까? 멀게는 어린 소년과 소녀들이 신의 부름으로 전쟁에 내몰렸던 십자군 원정부터, 가깝게는 SBS 시사 방송 프로그램인  꼬꼬무가 생각났다. 특히 시즌1 에 등장했던 '오대양' 사건이 떠오른다. 어릴 적 내 기억 속 '오대양 사건'은 모든 방송국 뉴스 1면을 차지했었다. 이들의 죽음은 너무나 기괴했고, 이성적으로 납득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공포심과 호기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기이함과 공포심은 연상호, 최규석이 쓴 지옥』에서 재현된 듯했다.

어떤 알 수 없는 대자연의 힘에 의해 사람들은 '죽음 선고'를 받게 된다. 이들의 죽음은 우연히든 의도적으로든 방송으로 노출되고, 이 불가사의한 현상 앞에서 한 종교 단체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형벌이라 명명한다. 그리고 그들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온갖 폭행과 살인을 저지른다. 이에 사람들은 극심한 공포에 내몰리게 된다. 

21세기가 되면서 종말론의 대두는 상당히 사라졌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밀레니엄 종말론과 각종 사이비 단체는 세상을 놀래키는 집단 자살 사건을 일으켰고 이 모든 잔혹사들은 엄연히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다. 인간은 알 수 없는 대상으로부터 엄청난 공포를 느낀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 19! 이 바이러스가 처음 유행했을 때 나라별 사재기로 무혈 사태가 있었고, 이탈리아는 넘쳐나는 시체와 병원 시스템 운영 마비로 잠시 무정부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호모 사피엔스라 불리는 현생 인류 앞에 나타난  '바이러스가 준 공포심'은 사람들 내부에 잠재되어 있던 폭력성과 잔혹함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정보화 시대, 교육과 기술을 익히는 시대, 인류 문명 탄생 이후 물질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시대, 이런 인류에게 인간은 과연 이성적 동물인가? 자문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물음은 행동 심리학이란 분야로 관심이 확대된다. 그래서 추천한다. 나는 '지옥'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새 의문을 갖게 됐으며, 오래 기억될 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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