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대한 노트 채석장 시리즈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알렉산더 클루게 저자, 김수환.유운성 역자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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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본에 대한 노트 |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펴냄)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의 영화를 보았다. 대략 20분 좀 넘는 짧은 영화라고 하기에는 영상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걸까? 에이젠슈테인은 소련의 영화감독이자 영화이론가 출신이라고 한다. 혁명이 터졌을 때 가담을 한 인물이라고도 한다. 그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영화로 만드는 게획을 세웠는데, 이 프로젝트는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고 한다.

책 서문을 쓴 옥사나 불가코바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자본]을, 자신을 매혹했던 [율리시스]의 내적 독백을 사용해 영화로 만들어보겠다는 에이젠슈테인의 생각은, 요란한 농담이거나(스탈린이 바로 그렇게 반응했는데, 그는 에이젠슈테인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중략- 에이젠슈테인의 기획은 마르크스주의를 구현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7쪽


에이젠슈테인의 이 프로젝트를 독일의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문화비평가, 사회학자, 변호사 분야를 넘나드는 알렉산더 클루게가 흥미를 가지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게 이르렀고,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당시 박물관이었던 겨울궁전은 마치 영화 스튜디오의 소품 보관소처럼 보인다. 에이젠슈테인이 거기서 본 것은 거대한 백화점, 말하자면 '뮤어와 미릴리즈'였다. 그는 권력이 축적해온 물건들의 무의미함 속에서 권력의 악덕과 부조리함을 열어 보였다. 혁명이란 부조리한 세계로부터 불필요한 대상들을 해방시키는 일이다. 11쪽

 젊은 시절 마르크스는 급격한 산업의 발전과 그 속에서의 빈곤을 보면서 과연 자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본론]이라는 책을 집필하기에 이르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우선적으로 읽어봐야 하는 책이 바로 자본론이다. 자본주의는 서양의 봉건주의가 무너지자 절대왕정 시대가 도래하면서 입헌제와 돈과 돈으로 명예나 권력을 산 상인들이 점점 의회로 진입하게 되면서 점점 그 힘의 영역을 넓혀가게 된다. 


마르크스는 잉여물이 공장에 산처럼 쌓여있으면서도 사람들이 거리에서 굶주려 결국 죽음으로 내몰리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고, 에이젠슈테인도 '겨울 궁전'을 보면서 아마 이런 부분에서 공감이 갔기에 혁명에 가담하고 저와 같은 표현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혁명이 일어났던 나라들 대체로 대륙이 넓었던 것을 고려했을 때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으면 하는 마음과...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게 된다.


이로써 채석장시리즈 마지막 책까지 마무리를 했다. 어려운 책이었지만, 나름 보람도 있고, 출판사에서도 이런 책들을 출판해 주신 것에 대해 그 노고와 정성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인기 많은 책보다는 이런 양서에 관심을 기울이는 문학과 지성사 딱 출판사 이름에 걸맞은 시리즈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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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엘러리 퀸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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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리즈 마지막권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까지 전 권을 다 읽었다. 이 시리즈물은 크리스마스가 주는 기쁨과 사건, 사고 등을 다채롭게 들려 주고 있다. 때로는 감동으로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풍자로 때로는 공포로... 하지만 엄청 무섭거나 소름돋는 공포물은 아니다. 아기자기한 공포물이라고나 할까?


크리스마스 풍경을 미스터리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좋아하는데 그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 실린 것도 흥미로웠고, 생물학적으로 병이 있는 아이의 병을 고치려고 백방으로 의학 공부를 한 아버지의 최후는 안타까웠고, 1945년대 풍경을 바탕으로 여인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에서는 그녀들의 삶의 무게가 전해져와 마음이 안쓰러웠다. 어린 나이에 두 남녀가 일찍 결혼하는 바람에 아버지로부터 경제적 외면을 당해 하루 하루 위기의 삶을 살던 젊은 부부에게 마치 선물처럼 찾아든 아버지의 부름은 반가웠고, 유언비어를 퍼트려 사촌의 재산을 탐내다 오히려 목숨을 잃은 자의 교훈도 전해져 왔다.


크리스마스 이브 혹은 크리스마스 날 충분히 벌어질수 있는 사건, 사고를 다룬 이야기들! 영미 소설 중 추리 장르 마니아 계층들에게 홈즈를 모르는 이는 없을 터이다. 어린 시절 추억을 돋게 해주는 홈즈와 왓슨 박사의 출현은 더더욱 반가웠다. 각 단편들마다 작가가 다르며, 긴 호흡의 소설이 읽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독서 습관을 길들이고픈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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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시 말들의 흐름 3
정지돈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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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시 | 정지돈 (지음) | 시간의 흐름 (펴냄)


총 4분의 작가분들 중 가장 다가가기 어려웠던 작가분이였다. 일단 이분이 언급하시는 영화나 시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데다가 관심사도 다르다보니 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정지돈 작가님도 책에 이렇게 언급하셨다.


그러므로 이 에세이는 가십이자 자서전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흐름이나 주제와 상관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출판사 지원 도서를 읽으면서 정말 좋은점이 있다. 정말 좋은 작가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이다. 사실 이분의 책은 이해가 안가서 동영상을 찾아 보았다. 와... 어쩜 사람이 책이랑 말이랑 완전 다를 수 있지? 인터뷰 내내 그가 보여주는 수줍음을 보며 나는 단박에 호감이 갔다. 내면이 맑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깊은 사람이라는 인상도 받았다. 좀 까칠한 사람이겠다는 인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 까칠함이란 소설가로서의 자기 가치관이 확고한? 자기 생각이 있는? 그런 인상을 받았다. 사실 말들의 흐름을 통해 나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좋은 작가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이 깊어질수록 진위 판단이나 가치 판단이 더해지는 건 피할 수 없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거나 이론적으로 뛰어난 작가들, 의심할 나위 없는 경지에 오른 작가나 평론가도 이러한 상황을 피해가지 못한다. 판단을 취향으로 미루는 것은 업무 유기다. 판단을 보류하는 것은 위선이거나 거짓이다. 비판을 절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은 글 속에서 은근한 방식으로 선과 악, 옮음과 그름을 대립시킨다. 55쪽

그는 저작권법에 대해서도 짧게 그 역사를 언급하고 있다. 


실제 저작권이 문제가 되는 건 작가와 작가 사이가 아니라 작가와 영화사 또는 출판사의 관계에서다. 카피라이트의 기원은 특정 출판업자에게 배타적인 권리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 1557년 런던의 인쇄업자 길드인 '인쇄출판업자조합'에게 배타적 인쇄 독점권이 부여되었는데...(중략) 저자의 저작권이라기보다 인쇄출판업자조합의 독점을 깨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저자는 지식재산권의 시작부터 착취의 대상에 가까웠다.

사실 나는 몰랐다. 그의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아직도 모호하게 인지하고 있지만 대충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안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소신을 말한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마흔이 넘어가니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나는 정지돈 작가를 주목하기로 했다. 매력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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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말들의 흐름 1
정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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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 정은 (지음) | 시간의 흐름 (펴냄)



정은 작가님의 에세이는 딱 반항아 이미지랄까? 아님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마이 웨이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작가라는 직업 예술을 하는 직열은 다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분의 남다른 담배와 커피 예찬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내게는 더 인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온 듯도 하다. 정은님의 인생 여정에서 가장 부러웠던 점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았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여행!!! 나도 20대 시절 머릿속으로는 많은 나라를 상상하며 떠나고 싶은 공상을 하곤 했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며 늘 타협했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자신이 꿈꾸고 생각하는 바를 실현시키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고 돈을 모았으며, 인간성은 또 얼마나 좋으신지 친구가 여행 다녀오라고 카드까지 빌려준다.(이런 인간관계가 가장 부러움 누가 친구 여행 가라고 자기 카드를 선 듯 내어주나,,, 그것도 돈이 많은 친구도 아니다.) 요즘 세상에 그런 우정을 나누는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다. 옛말에 유유상종이라고 했는데... 정은 작가라는 인간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대목이기도 했다. 


암튼 그는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커피가 얼마나 평등한 음료인지를 품평? 한다. 그리고 커피를 예찬한다. 사실 나는 정은 작가가 사랑해 마지않는 커피와 담배 둘다 좋아하지 않는다. 커피는 잠을 자지 않기 위해 사약 들이키듯 마시는 음료이고... 담배는 ... 냄새조차 혐오해 남편은 늘 아파트 공터에서 전자 담배를 피우고 집 오자마자 양치질을 한 후 방으로 들어온다. 그래도 냄새가 나서 나의 구박을 듣는다. 그렇게 잔소리를 들어가며 담배를 피우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정은 작가의 담배에 얽힌 에피소드를 듣고 보니 남편한테 구박하는 짓을 이젠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복분자를 두고 남편과 두세 시간을 대화하며 보내는 일이 잦아졌는데 남편이 나의 취미 생활을 존중해주듯 나도 남편의 취미 생활이나 그의 기호 식품을 존중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때마침 『커피와 담배』를 시의적절하게 읽은 이유도 있다. 이런 걸 두고 우연의 필연이라고 하나? 암튼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이런 글귀를 보았기 때문이다. 


한 개비의 담배가 매번 하나의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것은 매번 우리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담배를 피우기 전과 나는 조금은 달라져 있다. (중략) 그것이 좋은 변화든 나쁜 변화든, 담배를 피우고 바뀌기를 선택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담배는 누군가에게는 해로운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수많은 기회이다. 그것으로 만나게 된 사람, 그것으로 잃게 된 것들, 얻게 된 것들, 무엇이 옳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건 각자의 삶에서, 그동안 펼쳐진 삶과 앞으로 펼쳐질 총체적인 삶 안에서 결정된다.

지금까지 못 끊은 것을 앞으로 더 구박해서 얻는 것은 다툼뿐일 것이다. 어쩌다 핀잔은 주겠지만,,, 끊으라고 스트레스는 주지 않으려 한다. 작가의 말처럼... 인생이란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나도 동의하는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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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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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원의 에세이에선 편안함이 다가왔다. 금정연 작가님 정지돈 작가님의 무게감 때문에 한정원 작가님의 글이 더 반갑게? 여겨졌는지도 모르겠다.(이렇게 적으면 세분 작가님 다 서운해하시려나?)) 아무튼 지금의 나로서는 이 책을 읽은 소감이 그러하다. 그리고 어릴 적 연애편지를 대필해서 써준 이야기라든지 과일 장수 아저씨와의 추억 이야기라든지 아픈 과거의 이야기라든지... 소소한 에피소드는 사건의 경과가 제법 나타났지만 꽤 진지한 아픈 경험은 구체적으로 언급해 놓지 않으셨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기에 공감이 갔다. 이전과는 절대 같을 수 없고, 돌아갈 수 없다는 그 말이...


한정원 작가는 에밀리 디킨슨과 이웃해서 살았다면 꽤 가까운 친구가 되었을 것이라 언급한다. 그녀와 시대도 성격도 격차가 있지만, 왠지 영혼의 몇몇 지점이 겹쳐진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아무런 노력 없이도 그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에밀리 디킨슨의 인생을 살짝 언급해 놓았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녀의 삶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참 관심도 많고 말도 많았던 것 같다. 솔직히 자기 삶 살기도 바쁜데 남 사는 거에 그리 관심이 많다는 게 신기하다. 아무튼 한정원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녀는 혼자 살고 싶어서 혼자 살았다. 바깥세상에 나가봤는데 별 마음을 끄는 게 없길래 은둔했고, 흰옷을 입은 자신이 가장 멋져 보이길래 흰옷만 입었다. 그것뿐이다. 

맞다. 사람들은 때로는 상대방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이면의 숨은 뜻을 파악하려고 하려 들 때가 있다. 아니면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옷차림 등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그렇게 봐주면 좋을 텐데 말이지... 


한정원이 즐겨 있는 저녁용 시집이 있다고 한다. 릴케가 만년에 10년을 걸쳐 쓴 [두이노의 비가]라는 시인데 한 구절을 언급해 놓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세계란 우리들의 내면에 아니고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의 삶은 변용하며 떠나간다. 그리고 외부 세계는 시시로 초라하게 사라진다.


'변용'이라는 딱딱한 어휘에는 번역자의 주석이 달려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옮기는 것." 바로 저녁이 하는 일, 저녁에 벌어지는 일이다. 124쪽


사실 이 부분을 완전히 이해하는 건 아니다. 말로는 표현하기 애매하고... 뭔가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렇게 글로 남기고 싶어 언급해 보았다. 한정원의 글은 처음에는 가볍게 다가왔다가 책을 다 읽을 때쯤이 될수록 점점 내면으로 파고드는 그런 느낌과 인상을 받는다. 그의 문체는 편안함이었고, 그 속에서 뭔가 생각을 담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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