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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의 세계사
가와기타 미노루 지음, 장미화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총 페이지 수가 192쪽에 달합니다. 저는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세계사는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의 고리 때문에 독자 개개인이 지닌 배경지식에 따라 평가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적절한 정보와 새로운 관점을 안겨준 책으로 기억되는 반면 또 어떤 이들은 달리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니 말이죠. 꼭 세계사 책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암튼...
설탕의 세계사를 집필하신 가와기타 미노루님은 근대 세계가 하나의 생물처럼 성장하고 발전되었다는 세계체제론과 과거 사람들이 사용한 상품이나 습관 등을 통해 역사인류학적 관점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특히 설탕이 고급 식품에서 일반 대중 식품으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실재 있었던 사건을 근거로 설명해 가는데요. 아주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커피하우스의 등장이 영국 사회 이면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 저... 저만 모르고 있었나요?
설탕이 유럽 사회로 전해지게 된 배경에는 '십자군 원정'으로 인한 이슬람 문화와의 접촉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불규칙적인 식사로 소화불량(음식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이 있었는데 설탕이 약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소화제 역할뿐만 아니라 감기 등에도 활용됐다죠. 유럽에서 발병된 페스트는 설탕 의존도와 명성을 높이는데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설탕의 순백색은 당시 크리스트교의 영향으로 성스러운? 존재로 취급됐다는군요. 또한 쉽게 구할 수 없었기에 주로 왕족이나 귀족 혹은 대부호들이 사용했는데, 이런 고급 상품이 어떻게 대중의 품 안으로 스며들 수 있었는지를 논리적으로 꽤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거든요. 특히 영국의 커피하우스의 등장은 실로 흥미롭습니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의 살롱과 같은 의미인가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7년 전쟁, 영국과 미국의 보스턴 차 사건, 크롬웰의 청교도 혁명, 찰스 2세의 등장 등등 역사의 인과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답니다.
가장 슬펐던 것은 플랜테이션 농업에 대한 교수님의 해석인데요.
대량의 값싼, 때로는 노예처럼 강제로 동원된 노동자를 이용하여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대량 생산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카리브 해의 설탕 생산은 실로 이 조건에 딱 들어맞았다. 53쪽
역사의 흐름을 살펴보면 과거의 사건이 오늘날 비슷하게 그려지는 것을 보게 되고, 또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하게도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의 예측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서두요.ㅎㅎㅎ 나름의 시각을 가지게 된다고나 할까요? 저는 이런 점이 역사가 주는 매력이자 읽는 재미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세계사는 참 흥미로운 분야 같습니다.
참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알고 싶은 부분도 생겼어요. 그것은 사탕수수는 인도네시아 혹은 뉴기니라 칭해지는 지역의 토종식물로 알고 있는데 이 토종식물이 어떻게 이슬람 사회에 진입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수당시대, 실크로드, 1000년의 오스만 제국까지 살펴봐야 할까요? 끙... 암튼 정말 재미있게 읽은 설탕의 세계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