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소감 -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김혼비 지음 / (주)안온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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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나도 모르게 끌리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던져버린 매력에 나는 풍덩 빠져버린다. 그리고 그 매력이 더 궁금해지고, 더 알고 싶어지는 그런 묘한 심리를 받는다. 박완서 선생님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시작으로 다정소감을 만나면서 산문집이란 장르와 김혼비 작가에게 반하고 만다. 그리고 이 책을 완독하자마자 나는 그녀가 쓴 책 전권을 구매했다.(그렇다 나는 책에 있어서는 충동구매자다.)

농담을 잘하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생기가 돌고, 즐겁다. 인간관계에서 이런 사람들은 윤활유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지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 웃음 코드도 지나치면 가벼운 인상을 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혼비 작가는 유머를 겸비한 나름의? 개념녀이자 진지녀다.(개념을 장착한 진지한 사람이란 뜻)

이 산문집은 세상을 조금은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김혼비 작가의 조용하지만 단호한 외침이 담겨있다. 나는 늘 비슷한 매일을 맞이한다. 하지만 바닷가를 거닐다 모래에 감춰져 있던 예쁜 조개껍데기를 발견한 것 마냥 다정소감은 내게 어떤 센세이션(sensation)을 일으켰다. 특히 '가식에 관하여'에서의 주장은 신선하고도 놀라움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녀는 <더 스퀘어>라는 영화를 보면서 '현대인의 위선과 가식을 까발린다'라는 주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감독의 의도와는 다르게(아니, 아마도 의도와는 정반대로) 모두가 위선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 사실은 얼마나 바람직한지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역설 말이다. 54쪽

어쩌면 '위선이 사라지고 인간의 솔직한 본심만이 남은 세상'은 형용모순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본심만이 남았을 때 세상은 붕괴되고 말 테니까. 55쪽

선을 '나의 것'으로 만들려면 우리는 세상이 선으로 규정한 어떤 모델을 위조해 보고 모방도 해보면서 습득하는 '위선'의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다. 55쪽

다정소감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혼비 작가의 의도를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녀가 주장하는 위선은, 위악과 다르다. 우리 모두는 사회관계 속에서 페르소나를 쓰고 생활한다. 그러나 나는 쿨한 사람 나는 솔직한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상대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배려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의 위악과 그녀가 주장하는 위선은 분명히 다르다. 핵심은 선을 모방하려는 위선이 그리고 그 연습이 진정한 나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이 된다는 점이다. 그녀가 주장하는 위선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직접 읽어 보길 추천한다.

이렇게 나는 하나의 에피소드만을 예로 들었다. 이 산문집에선 그녀만의 유머와 긍정 에너지가 전해져 오는 것 같다. 그녀의 첫 직업은 스튜어디스로 치장 때문에 늘 지적 당했다. 첫 비행을 앞둔 그녀에게 늘 잠이 부족한 동료들이 우정 방문을 한 것이라든지, 이직한 새 직장에서 승진이 준 몸살 훈장 때문에 친구로부터 정성껏 우려낸 사골국을 접대받은 이야기라든지, 어머니를 일찍 여읜 탓에 독립적이고도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그 아이만이 지닌 장점은 외면하고 어머니의 부재가 어머니 탓인마냥 여성을 낮은 시각으로 바라본 당시 어른들의 편협한 시선이라든지 ... 이런 모든 그녀만의 생각이 나의 뇌리에 생생히 새겨졌다. 축구를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그녀는 젊은 나이에 많은 경험을 한 사람 같다. 그리고 그녀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행복과 감사를 우리들에게도 공유함으로써 나도 모를 미소를 짓게 만든다. 여러분들도 다정소감을 통해 행복을 공유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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