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하는 글쓰기]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치유하는 글쓰기 - 발설하라, 꿈틀대는 내면을, 가감 없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2008년 끄트머리에서 읽은 [타임패러독스]의 타이밍이 절묘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2009년의 벽두에서 만난 이 책 역시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타이밍이 예술이다. 이런 것을 융의 동시성의 원리라고 한다는데, "'이제 자기 성찰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때쯤 우연히 마음성찰이나 심리학 관련 도서를 선물받는 경우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는 내가 인생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도록 누군가가 안내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신이 가고 있는 그 길이 맞다, 아니면 다른 길로 가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p.127)" 내가 내 상황에 대한 고려없이 대뜸 서평단에 지원한 것, 처음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여러 가지 치유글쓰기 방편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12주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치유글쓰기 모임에서 첫 주제로 주어지는 것이 `죽도록 미운 당신에게`라고 한다. 내면의 상처가 된 그 분노의 근원을 찾는 치유의 출발점이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의 죽도록 미운 당신은 부모나 형제자매등 가족일 경우가 가장 많고 나 자신, 어떤 특정 상황 등등까지 다양하다.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대상이 가장 멀고 증오하는 대상이 되는, 알 수 없는 삶의 모순을 실감한다. 

죽도록 미운 당신에게 쓰는 편지를 시작으로 다양한 글쓰기가 행해진다. `그 때, 그 장소, 그 사람`, `내 생에 최초의 기억`과 같은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그저 생각나는 대로, 의식이 흘러가는 대로 글을 쓰기도 하고, 분노의 대상을 떠올리며 격정에 휩싸여 내 속의 말을 가감없이 터뜨리는 [미친년 글쓰기]나 내가 나에게 묻고 대답하는 [셀프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상처를 어루만지기도 한다. 내가 버스운전자가 되어 어떤 사람들을 태우고 어디로 갈 것인지 상상해보는 `버스명상`, 내가 마음을 쉴 수 있는 가상의 공간으로 `내 인생의 집 한 채`를 지어보는 명상시간도 갖는다. 그리고 프로그램 마지막 날에는 `지금 여기, 나의 과제와 각오`라는 글을 쓰고 참가자들이 모두에게 편지를 한 통씩 쓰는 것으로 끝난다. 그 편지는 두고두고 마음의 위안과 힘이 된다고 한다.

글쓰기가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렇게 몇 주간에 걸친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글을 써보는 일은 `정신적 지병`을 갖고 있든 아니든 한번쯤 경험해볼 만하다. 책에 소개된 체험자들의 생생한 글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지만, 고통스럽더라도 상처를 드러내어 치유하고 나면 한없이 짓눌려있던 감정들이 풀어지면서 서서히 정화되어 내면이 고요해지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제3자의 시각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가 너무 나만의 늪에 빠져있었다는 걸 깨닫기도 하고, 상처를 준 당사자를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며 그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나를 위로하고, 그들의 삶에 내 모습을 투사함으로써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내어놓으며 스스로 감정의 중심을 잡아가고 아픈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혼자 글쓰기는 가뜩이나 기억이란 것이 불완전한 터에 부정적인 기억을 더욱 부정적으로만 각인시킬 우려가 있고, 홀로 어두운 감정의 굴 속에 처박힌 꼴이 되기 쉽다. 나 역시 경험해 본 바다. 집단 글쓰기를 통해 타인의 시선을 접함으로써 내가 `내 기억에 거리두기`를 해보고, 여러 사람들의 진심어린 위로를 받고 또 내가 진심으로 위로를 하며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스스로 과감히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이미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마음이 아픈 사람은 어떻게든 글쓰기를 하게 되어 있다. 단 한 줄의 낙서라도 한다. 상처를 극복하려는 사람은 무슨 무슨 코칭프로그램이 있는 지 몰라도 스스로 방법을 찾고 터득하기 마련인데,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고 관절이 아프면 정형외과에 가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면 마음을 치료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 제대로 치유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종교가 있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고 관련 서적이 충분하니 혼자 이겨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자기 마음 하나 어쩌지 못해서 남한테 의지하는 나약함을 용납할 수 없더라도, 어차피 짐을 지고 갈 바에야 짐을 진 사람들과 함께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힘든 걸 남이 알고 남이 힘든 걸 내가 아는 것 자체로도 기운이 날 것이며, 내 짐이 누군가에게는 가벼울 수 있고 누군가의 짐이 또 내게 가벼울 수 있으므로 그것 또한 위안이 될 수 있다. 공감의 힘이란 그렇게 크다. 내 상처는 결국 나의 몫이긴 하지만, 내가 아닌 남이 더 치료를 잘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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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만으로도 간접치유 효과가 있다. 책에 소개된 프로그램을 따라 다양한 글쓰기를 직접 해보면 내면의 깊은 곳까지 변화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 사람풍경/김형경

책 말미에 단계별로 저자가 추천하는 도서도 따로 소개되어 있다.  

- 아티스트 웨이/줄리아 카메론
-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나탈리 골드버그
- 치유의 글쓰기/셰퍼드 코미나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가슴 속에 응어리를 안고 있거나 인간관계에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한 번.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우리 안에는 내면아이가 한 명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고통이 있던 자리마다 딱 거기서 성장을 멈춘 아이들이 있다. 아버지가 구타하기 시작한 그 시간에 머물러 있는 아이, 어머니가 집을 나간 그 날에 머물러 있는 아이, 길에서 부모를 잃어버려 헤매던 그 때 성장을 멈춘 아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죽을 듯이 싸우는 장면을 목격한 아이, 시부모 때문에 고통받던 어머니가 어느 날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우는 모습을 바라보던 아이... 다양한 정신연령을 가진 크고 작은 아이들이 우리 내면에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내면은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을 잃어버린 아이들로 꽉 찬 고아원이다.(p.14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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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1-04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융의 동시성의 원리와 비슷한 말 중에 도서관의 천사 라는 말도 생각나요.
도서관에 가면 수많은 서가 속에서 우연히 천사가 도와주는 것처럼 딱 필요한 책 앞에 서게 되는 경우가 있는 거. 한 때 참 좋아라 했어요, 이 말을.

건조기후 2009-01-04 16:53   좋아요 0 | URL
도서관의 천사라니. 참 예쁜 말도 다 있군요.. 그런 거 보면 책이랑 사람도 운명같은 게 있는 거 같아요.ㅎ 미약하든 지대하든.
 

훔. 즐겨보던 <TV, 책을 말하다>가 폐지되었다. 1월 1일 방송을 보긴 봤는데 MC가 마무리 인사를 하던 무렵을 놓쳐서 그게 마지막 방송인 줄 모르고 지금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고 알았다.  

게시판에는 방송 전날인 12월 31일자로 프로그램 종영을 알리는 글만 짧게 올라와있고, 다시보기를 해봐도 사회자의 막방 인사가 없는 것으로 보아 급작스럽게 결정된 것 같다. 소개되는 책은 물론 사회자나 패널 선정 등 전체적인 분위기상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기도 하지만, 막상 이렇게 쫓겨나듯 끝나는 걸 보니... 기분 드럽고 씁쓸하다.



1월 1일 방송에서는 진중권도 패널 중 한명이었다. 과학책이라서 그런지 말이 별로 없어서 참 아쉬웠더랬는데, 이건 아예 좋아하는 프로그램에서 볼 수조차 없게 되어버렸군.  

아 정말... 짜증난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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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01-0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겨 보던 프로는 아니더래도 저런 프로가 있어서 좋다.. 그렇게 생각했던 프로였는데 결국 시청률에 밀려 폐지되는군요.
(단순하게 '시청률'만의 문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
국영방송으로 국민에게 제공하는 여러가지 서비스가 참 단순화 되어가고 있네요..

건조기후 2009-01-03 20:33   좋아요 0 | URL
MC가 KBS직원으로 바뀌어서 프로그램이 없어지진 않겠다 생각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네요. 서비스의 단순화.. 명언이세요ㅠ

순오기 2009-01-03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 볼만한 프로는 다 없어지겠군요.ㅜㅜ

건조기후 2009-01-04 09:49   좋아요 0 | URL
비슷비슷한 오락프로그램만 넘쳐나겠어요. 에효효..

마늘빵 2009-01-03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게 없어지면 안되는데. 정말. 가뜩이나 시간도 뒤로 밀린 다음부터 별로 보지도 못했어요. -_- 100분 토론도 확 뒤로 밀더니. 하튼 좋은 것들은 다 사라지는군요.

건조기후 2009-01-04 09:49   좋아요 0 | URL
방송이 정말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 건지ㅠ
 
[타임 패러독스] 서평을 보내주세요.
타임 패러독스 - 시간이란 무엇인가
필립 짐바르도.존 보이드 지음, 오정아 옮김 / 미디어윌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칼 세이건의 유명한 우주력에 따르면, 지구는 우주가 생겨난 첫 해 9월에 만들어졌다. 공룡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타났으며, 유인원은 12월 31일 밤 10시 15분에 생겨났다. 우리의 첫 번째 조상들은 밤 9시 42분부터 직립보행하기 시작했고, 10시 30분에는 현생인류가 등장했다. 인류가 탄생하기 전인 364일 10시간 30분 동안에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은하수가 생겨나고, 태양계에 세밀한 균형이 부여되고, 행성들이 그 안을 채웠다."  

우주의 나이를 1년으로 환산한 우주력은 잘 알려져 있는 것이지만, 이렇게 갑자기 맞닥뜨리게 될 때의 새삼스러운 경이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보다. 역사책 첫 페이지에 늘 나오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1시간 30분 전에 등장했고, 25초 전인 밤 11시 59분 35초에 신석기 문명이 시작된 셈이다. 5천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반도의 탄생은 그럼 몇 시에 태어난 셈이 되나? 삼국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내가 태어난 1900년 후반대는? 온 세계가 난리법석을 피웠던 밀레니엄과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시간 속에 던져진 나의 존재를 실감한다. 내 삶이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평소에 죽음을 의식하며 살지는 않는 것처럼, 나의 존재가 굉장히 대단한 무엇이 아니라는 걸 알아도 이렇게 찰나의 점과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며 살지는 않는다. 마치 내 앞에는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 것처럼 내가 사는 시간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별다른 의식이 없다가, 이런 식으로 우주 안에 표시도 나지 않는 먼지같은 내 삶을 느낄 때면.. 소름이 돋고 아연해질 뿐이다. 

[타임 패러독스]의 주제나 결론은 간단하다. 이토록 기적같이 주어진, 짧아서 더 소중한 시간을 함부로 쓰지 말고 계획을 세워 의미있게 보내자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앞에 주어진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을 다양한 관점으로 수용하라고 말한다. 즉 시간에 대한 태도를 과거부정적, 과거긍정적, 현재쾌락적, 현재숙명론적, 미래지향적, 초월적 미래지향적 시간관으로 구분하고 "강한 과거긍정적, 현재쾌락적, 적당한 미래지향적 시간관"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과거부정적인 사람은 과거의 기억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발전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과거의 기억에 얽매일 경우 자신의 모든 현재와 미래를 과거속으로 매몰시킬 우려가 있다. 현재쾌락적인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원하는만큼 자유를 누리며 즐겁게 살 수 있지만 지나치게 지금 이 순간에만 충실하다보니 미래를 보장하기 힘들고, 현재숙명론적인 사람 역시 모든 것을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여 아무런 열정도 없는 타율적인 삶을 살게 된다.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철저한 계획속에 흐트러짐없는 생활을 영위해나가지만 자기자신을 지나치게 계획의 틀 안에 가두어버림으로써 심리적 압박에 시달릴 수 있고, 앞날의 성공을 위해 지금 내 앞의 작지만 소중한 일, 내 마음 속 깊은 곳의 감정을 소홀히 취급함으로써 공허한 노년을 맞을 수 있다. 또한 초월적인 미래지향적 시간관을 가진 사람은 종교적 믿음에 경도되어 영혼의 안녕을 위해 현세의 삶을 파괴해버리기도 한다. 각각의 시간관은 그 효용성이나 의미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편향될 경우 해악으로 작용하게 되며 그것이 바로 타임 패러독스라는 것이다. 물론 한가지 시간관만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그리하여 우리는 과거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되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현재 내 주변의 소중한 것들에 충실한, 유연한 시간관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한다.

말은 쉬운데 그것을 실천하거나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의 물리적인 시간을 만족스럽게 계획하는 일도 쉽지 않거니와 내 기억과 사고, 즉 나의 심리적 또는 의식적 시간을 컨트롤하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이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 인한 영향을 끊임없이 느끼고, 점점 무언가를 '극복'한다는 일이 어려워지는 세상에서 운명을 탓할 때가 많아지기도 한다. 구질구질한 감정들은 벗어던지고 최대한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 시간을 설계해나가야 한다고 주구장창 강조하는 걸 보자니 뻔한 얘기만 늘어놓는 자기계발서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저자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극복한 자부심과 수십년 간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여 권위자로 존중받는 뿌듯함과 은퇴 이후에도 강연을 다니면서 노후를 즐기는 열정과 여유로움은 대단히 존경할만한 것이지만 저명한 학자의 성공스토리를 자신의 전문분야인 심리학 지식으로 설명한 것에 불과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갖는 시간 인식에 관한 다양한 실험과 경험을 통한 분석은 굉장히 재미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성격이나 사고방식을 그들의 시간관과 연관지어 교육이나 사회문제, 인간관계까지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흥미로웠다. 숙제를 하지 않고 노는 현재쾌락적 아이와 놀고싶은 마음을 참고 기꺼이 `즉각적 만족` 대신 `지연된 만족`을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아이를 다르게 교육해야할 필요성이 있으며, 그 외 다양한 시간관이 동시에 작용하는 저마다의 경우에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살테러범에 대한 초월적인 미래지향적 시간관에 근거한 분석이나 각 나라의 대통령 등 지도자들의 성향을 보수/진보가 아닌 과거긍정 혹은 현재지향/미래지향같은 각기 다른 시간관에서 유추하는 대목 역시 인상 깊었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들 역시 시간관의 차이에 기인한다는 말은 무릎을 탁 칠 만 했다. 성격차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시간관이 성격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결국 인간관계란 상대방의 시간관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도 있을 듯 하다. 성격은 종잡을 수 없어도 시간관을 파악하는 데에는 객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식들이 있다. 애먼 혈액형이나 별자리만 들여다보지말고 자신의 시간관과 주변인들의 시간관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도 인간관계의 질을 높이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자기계발서같은 말이 많지만, 감동 어린 이야기로 눈물샘을 자극하거나 뻔한 교훈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에 관한 객관적 실험과 분석을 토대로 일반론을 이끌어내는 흥미로운 과정을 통해 새삼 자기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 나아가 내 주변과 사회, 국가 간에 일어나는 문제들을 바라보는 관점에 훌륭한 학습이 되어주는 것은 이 책이 갖는 장점이기도 하다.   

언제 끝날 지 몰라서 더 무한하게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하고, 끝난다는 의식 자체를 하지 못해서 영원할 것만 같은 시간이기도 하다. 우주력의 밤 11시 59분 59초와 자정 사이, 그 1초 안의 수많은 시간대 어느 한 점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내 삶, 그렇게 우주 속으로 던져진 내 앞에, 또 던져진 이 시간들. 얼마나 짜임새있게 알뜰살뜰 꾸려가야 작은 점이나마 온전하고 또렷하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주어진 시간만큼 나름대로 열심히 살다가면 그 뿐이지 싶다가도, 2008년을 보내고 또 한 해를 맞이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의 기분은 사뭇 남다른 것이 된다.  

연말인 탓과 아울러 개인적으로도 이 책을 접한 12월의 며칠이 여러가지 상황이나 정서상태와 맞물려 매우 의미있는 독서가 되어주었다. 평소에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실제 행하지는 않고 있던 많은 일들을 새롭게 정리함과 동시에, 뻔한 충고같은 말들이지만 가슴 속 깊이 새겨진 글귀들 덕분에 나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설계하는 데 좀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타임 패러독스`에 빠져 있었을 지도 모를 나의 내면을 용기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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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대하는 태도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켜준다. 특히 어떤 기억이나 상황으로 인해 괴로운 독자에게는 마치 정신치료와도 같은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 책 속에서 저자가 추천하고 있는 도서로는 

- 시간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가/로버트 레빈
- 완전한 행복/마틴 셀리그만 
-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소냐 류보머스키
-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대니얼 길버트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일반인 모두에게 자기 삶을 진지하게 성찰해볼 기회는 물론 타인의 삶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데에도 하나의 지침이 되어줄 것이며 특히 이 땅의 모든 교육자들에게 아이들을 이해하고 교육방향을 잡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로프터스와 동료들은 '가짜 기억'을 만들어내는 일이 놀랄 만큼 쉽다는 사실을 재차 증명했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디즈니랜드에서의 멋진 추억을 떠올려보라는 문구가 들어간 디즈니랜드 광고지를 받았다. 디즈니랜드 주제가를 부르며 다양한 놀이기구를 타고 벅스 버니와 악수를 나누는 등의 추억들을 어찌나 따뜻하고 열정적이고 아련하게 묘사해놓았던지, 후에 많은 참가자들이 실제로 디즈니랜드를 다시 찾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광고지에는 잘못된 내용이 있었다. 잘못된 정보가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려고 연구자들이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것이었다. 벅스 버니는 워너브라더스의 캐릭터이므로 디즈니랜드에 있을 턱이 없다. 하지만 광고지를 본 실험 참가자들은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기억에 관해 질문을 받자 16퍼센트가 벅스 버니와 악수한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한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어나지 않은 게 분명한 일을 일어났다고 기억하는 경우 해가 되는 점은 무엇일까? 디즈니랜드를 다시 방문해 당신의 아이들에게 벅스 버니를 소개해줄 계획이 아니라면 해가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러한 기억이 부정적인 사건에 관한 것이라면 어떨까? 인간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부정적인 사건을 일어난 것으로 기억할 수도 있지 않을까? 로프터스와 다른 심리학자들이 시행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볼 때 대답은 '그렇다'이다. (p.10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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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하고(이 때가 9시 59분이네)
잠시 후에 책을 좀 바꾸려고 주문조회 들어가니 벌써 출고작업중.;
출고작업중에는 주문변경이나 취소를 하지 못한다.
시계를 보니 정확하게 10시 9분이었는데-_ㅜ }

10분만이라니.
알라딘 원래 이렇게 빨랐던 거였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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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12-1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 포장해 놓고 똑같이 주문한 손님 기다리나봐요. ㅋㅋ

건조기후 2008-12-19 15:09   좋아요 0 | URL
크크크. 지금 배송중이에요.;
 

1. 주    제 : 400회 특집 토론쇼 『2008 대한민국을 말한다』


2. 방송일시 : 2008년 12월 18일(목) 밤 11시 45분 (120분간 생방송)

3. 기획의도 :

“젊은 토론, 대담한 주제선정,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토론”을 표방하며 출발한
[MBC 100분토론]이 오는 18일, 400회를 맞는다.

99년 10월, ‘무엇이 언론개혁인가’를 주제로 첫 전파를 탄 [MBC 100분토론]은 ‘시민
단체 낙선운동’ ‘종교인 과세논란’ ‘D-WAR' ‘광우병 파동과 촛불정국’ ‘대선 토론’ 등
우리 사회의 뜨거운 쟁점과 현안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통해
숱한 화제를 낳아 왔다.

‘400회 특집 방송’으로 진행될 이번 주에도 새로운 형식과 내용, 최고의 논객과 함께
‘2008년 한국사회의 이슈’를 총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한국사회여론 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총 120분 동안 진
행될 이번 토론은 1부에서 ‘2008년 한국사회의 주요 이슈’와 ‘2008년 기분 좋은 뉴스
와 화나게 한 뉴스 TOP 5’를 랭크 쇼 형식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2부에서는 19일, 당선 1년을 맞이하는 ‘이명박 정부 1년 평가와 전망’을 주제
로 자유토론을 벌이게 되는데, 여론조사를 통해 선정된 ‘대한민국 최고 논객 7인’과
함께 “재밌고 열띤 토론”이 한바탕 펼쳐질 예정이다.

이른바 ‘토론 드림팀’과 함께 ‘2008년 100분토론’의 대미를 장식할 400회 특집 토론
18일 밤 11시 45분 그 화려한 막을 연다.


4. 출 연 :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유시민 前 보건복지부 장관
나경원 한나라당 국회의원
전원책 변호사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신해철 대중가수, 그룹「N.EX.T」리더
김제동 방송인
-
진정 드림팀이구나.ㅋ 유시민 참 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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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밤, MBC100분 토론 400회 특집-환상적인 드림팀!!
    from 엄마는 독서중 2008-12-18 21:29 
    건조기후님의 서재에서 업어 왔어요~~ 아, 오늘은 절대 놓치면 안되겠어요. 시청율 팍팍 올려야 되니까, 우리 큰딸이랑, 독서회원들한테 문자 날렸어요. 돌아오는 답 문자도 재밌어요~~ 답을 보낸 사람은 꼭 보겠죠?ㅎㅎㅎ "감사감사 꼭보겠습니당~  감사함다^^챙겨볼게요. 정말 빵빵하네요~ " 1. 주 제 : 400회 특집 토론쇼 『2008 대한민국을 말한다』 2. 방송일시 : 2008년 12월 18일(목) 밤 11시 45분 (12
 
 
마늘빵 2008-12-18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재밌겠네요. 익히 떠도는 소식을 접했지만. 흐흐.

BRINY 2008-12-18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 드림팀! 오늘밤이군요.

건조기후 2008-12-1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해철과 진중권의 첫 만남이 어떤 모습일지가 가장 기대돼요.ㅎㅎㅎ

무스탕 2008-12-18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인터넷 기사를 보니 김제동은 손석희교수가 직접 섭외했다고 하더군요.
토론 분위기가 어찌 조성이 될지 증말 궁금해요. ㅎㅎ

건조기후 2008-12-18 19:01   좋아요 0 | URL
김제동도 토론프로그램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사뭇 기대^^

순오기 2008-12-18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오늘 완전 빵빵하네요~ 기필코 봐야지요!! ^^

순오기 2008-12-18 21:15   좋아요 0 | URL
우리큰딸이랑 독서회원들한테 문자 날렸어요.
오늘 놓치면 안돼요 ~~시청율 팍팍 올려줍시다!^^

순오기 2008-12-18 21:16   좋아요 0 | URL
챙겨보겠다는 답장이 막 들어오고 있어요.ㅋㅋㅋ

순오기 2008-12-18 21:20   좋아요 0 | URL
이거 제 서재로 업어가도 되죠?
님의 서재랑 먼댓글로 연결할게요.^^

순오기 2008-12-19 02:57   좋아요 0 | URL
이 페이퍼 덕분에 놓치지 않고 잘 봤어요. 감사~ ^^

건조기후 2008-12-19 11:33   좋아요 0 | URL
감사는요^^;
기대만큼 재밌어서 늦게 잔 보람이 있었어요ㅎㅎㅎ
역시 유시민 진중권 신해철의 논리와 말빨은ㅠ

BRINY 2008-12-19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시 다되서 끝났군요ㅠ.ㅠ 12시전에 자는 습관 붙어서 결국 11시반까지 버티다 잠들었답니다...

건조기후 2008-12-19 10:23   좋아요 0 | URL
저는 10시쯤 책보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1시간 자고 일어났더니 완전 말똥말똥해져서 재밌게 잘 봤어요^^

치니 2008-12-19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어요. 아이고 간만에 속이 잠깐 시원하긴 했지만, 그게 너무 짧아서 아쉽다고나 할까. 손석희씨 김제동을 좀 편애하나 싶은 생각도 들던데요. ㅎㅎ

건조기후 2008-12-19 15:17   좋아요 0 | URL
김제동이 너무 조심스러워하니까 좀 끌어내보려고 그랬는지.. 결국 어록 하나 나왔잖아요ㅎㅎ 김제동은 참 말을 곱게 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