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요근래 에어콘 사러 같이 가자고 하였는데 못갔다
술 마신다고 늦게 집에 들어가니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한두번이 아니고 몇번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주안에는 무조건 와이프 따라 매장에 가야한다
큰 것은 형편이 안되니 도저히 불가능하고
작으면서도 강력하고 전기료는 적게 나오는 모델이 일순위다
불경기에 소비지수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하는데
에어콘 정도의 고가제품을 구입하면 무슨 보너스는 없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내내 아이한테 시달렸다
여자 아이인데도 집안에서 너무 까불거린다
엄마하고는 안 놀려하고 죽자사자 아빠만 찾는다
특히 어제는 정도가 너무 심하였다
앉아서 인형놀이나 동화책 읽기는 아예 대상에서 빠진다
무조건 몸으로 노는 것을 즐긴다
각종 운동에 술래잡기에 물총놀이 등등.......
밤 11시가 되어서야 겨우 진정되었다
앞으로도 이런 날은 계속 될 것이다. 대책은 없다
와이프와 아이가 집을 나갔다
영영 떠나버린 것은 아니고 병원에 갔다
아이 이빨이 부실하여 교정도 하고 치료도 받을겸 해서 말이다
이참에 점심도 먹고 쇼핑도 하면서 늦게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집 나갈 때 아무런 이야기가 없는 걸로 보아
금방 돌아오기는 올 것이지만
한 하루 정도 아빠와 남편을 평하게 해줄 수는 없는지...........
어쨌든 집안에는 모럼만의 평화가 다시 시작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의 작품을 읽고 있다
익히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고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간간이 그를 접할 수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시간을 내고 돈을 투자하여 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대도 크고 세상의 명성이 허명이 아님을 확인하려는 심정.........
물론 독서 후 그에 대한 나의 평가로 인하여 그는 전혀 손상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나는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
고요함은 이제 깨어졌다
와이프가 깨고 아이도 깨어났다
늦은 아침을 들면서 와이프와 아이는 또 한바탕이다
밥을 늦게 먹는다고 타박하면 아이는 메롱거린다
나는 그저 묵묵히 밥만 먹는다
오늘 쉬는 날 우리 집안 풍경은 하루종일 이럴 것이다
내가 휴일에 가장 소망하는 것은
아이와 와이프가 목욕이라도 가서 같이 집안에 없는 것이다
안 그러면 내 평온은 보장받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