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인터넷 사이트에 제법 들락 날락거릴 때 토박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태어나서 자라고 어른이 되어서도 고향을 지키고 있는 그 정취가 좋았고
언제라도 달려가면 토박이가 되어버린 동네친구들이 맞아주리라는 흥분된 느낌도 좋았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나도 이곳 저곳 옮기지 않는 토박이가 되어서는
그렇게 정겹게 편안하게 사람들을 맞아주리라 생각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토박이는 또다른 의미에서 배타성을 상징하는 낱말이기도 했다
그곳 출신이 아니면 행세하기 힘들고 고향사람 아니면 조용히 지내라는 무언의 압력이기도 하였다
결국 토박이는 자신이 자란 곳에서 한줌 안되는 기득권을 지키는 존재로 비치었다
그래서 나는 토박이란 닉네임을 포기해버렸다. 체질적으로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토박이란 닉네임을 써야만 토박이인가? 당연히 아니다
토박이라는 정겨움 뒤에 숨어있는 텃세의식은 영락없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어쩌면 나의 사회성, 붙임성, 사교성 등등의 부재가 만든 피해의식이기도 하다
그래 놓고서 자기 잘못은 모른 채 애꿎은 남만 원망하고 있는 나는 못난 놈인 것이다
언제쯤 나는 토박이란 닉네임을 주저없이 그리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