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인문학 - 인문학과 싸우는 인문학
최진석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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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선사하는 최상의 선물은 당신들이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게 하는 것, 듣고 싶지 않은 것을 들려주는 것, 머리 싸매며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애써 고민하고 언어로 토해내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최진석)
-8쪽

인문학이 텍스트의 쾌락이자 종이 위의 전통으로 남아 있는 한, 이 세계는 영원히 변할 수 없다. 혁명은 인문학이 묵독의 자아도취를 벗어나 광장에서 올리는 함성이 될 때, 거리에 대한 관조를 중단하고 거리를 욕망할 때, 학문이라는 성에 칩거하지 않는 비학문이 될 때, 우리의 심장과 지성, 언어를 격발시키는 불온한 인문학이 될 때 점화되기 시작할 것이다.(최진석)
-8-9쪽

그것(새로운 인문학을 위한 제언)은 차라리 지금-여기의 현실을 작파하고 ‘다른’ 현실을, 우리의 감각과 지식, 상식의 기반을 뒤흔들어 우리를 ‘낯선’ 변경으로 던져 넣는 것이어야 한다. (정정훈, 최진석)
-17쪽

나는 온화함과 동일성의 논리로 우리를 포획하는 인문학의 이미지를 뒤흔드는, 그래서 인문학을 낯설게 하고, 그래서 인문학을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인문학에 반하는 사유 활동, 즉 그 사유 활동을 ‘불온한 인문학’이라 명명하고자 한다. (정정훈)
-104쪽

통섭이란 관념만큼 횡단에서 거리가 먼 것은 없는 것 같다. 통섭은 횡단과 반대로 하나의 체계 안에 지식들을 ‘통합’하고 ‘포섭’하려는 제국주의적 전략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그것은 이른바 ‘학제적 연구’보다도 훨씬 낡은 관념이지만, 그것이 종종 학제적 연구 체계의 구성으로 오해된다는 사실은, 학제적 연구 또한 통섭처럼 통합과 포섭의 메커니즘을 내장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된다. 이와 달리 횡단은 하나의 지식을 다른 지식과 통합하여 단일한 체계를 부여하려는 발상을 가로지르는 것이고, 이런저런 지식들을 근거짓는 것과 근거 지워지는 것, 근본적인 것과 부차적인 것, 일차적인 것과 이차적인 것의 위계적 지위를 부여하려는 발상 전체를 전복하는 것이며, 주어진 자리를 지키는 것과 반대로 거기서 이탈하여 엉뚱한 만남의 장소를 창안하는 것이다. (이진경)
-145-146쪽

추방된 자들의 (인)문학적 공동체를 위해 인문학자는 스스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사유의 기술을 연마하는 사람들의 공동체, 삶의 심층에 사유의 구멍을 뚫는 두더지들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 인문학자들의 공동체는 사유의 탈영토성을 무기로, 개별적으로 삶의 심층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는 사람들의 구멍을 연결해야 한다. 그 통로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를 소통시키고, 기술을 소통시키고, 기술자들을 소통시켜야 한다. 그래서 지하 생활자들의 땅굴 네트워크, ‘지도에 없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 (박정수)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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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이념
칼 야스퍼스 지음, 이수동 옮김 / 학지사 / 1997년 5월
평점 :
절판


야스퍼스가 말하고 있는 대학 현실이 2011년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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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이념
칼 야스퍼스 지음, 이수동 옮김 / 학지사 / 1997년 5월
절판


대학은 학자와 학생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진리를 터득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는다. (서론) -17쪽

대학은 가르침의 자유를 요구하고 그 자유가 보장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가르침에 대한 자유는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조건이며, 내외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어떠한 국가적 또는 정치적 힘으로부터도 간섭을 받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건하에서만 진리를 탐구할 수 있다. (서론)-17쪽

학생들은 대학의 이념을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책임을 의식하며, 교수들은 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연구가들이다. 이렇게 학생들은 그들에게 고유한 배움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대학은 그 사회와 국가가 필요로 하는 그 시대의 가장 바람직한 의식을 형성한다. 학생과 교수들은 모두 인간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오직 진리만을 탐구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어디서든지 어떠한 조건도 없이 진리를 탐구한단느 것은 인간의 당연한 권리이다. (서론)-18쪽

지적 욕구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알고자 하며 그 앎을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되는가를 발견하는 데 있다. (서론)-19쪽

사물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존재에 대한 지식이 아니다. 왜냐하면 과학적 지식은 존재 그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명백한 대상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철학적으로 보면 과학은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인식하는 지식이며, 이 지식을 통해서 기능한다. -30쪽

학문 그 자체가 궁극적 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 학문이 인간의 지적 욕구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적 욕구라고 하는 것은 본질적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식은 이미 유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식이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조건 하에서 지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이 교육 이념의 한 요소로서 존재한다면 이것도 역시 본질적이지 못하다. 여기서 ‘근원적’이라고 함은 지적 욕구와 그 결과로 유용성을 의미하는 지식은 본질적인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32쪽

비판을 회피하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지적 욕구가 결여된 사람이다. -44쪽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가장 위대한 힘인 이성과 과학을 부정하라. 그러면 나는 너를 내 손아귀에 넣게 될 것이다."(메피스토펠레스)-47쪽

정신은 이념이 가지고 있는 힘이며, 실존은 초월적 관계에 놓여 있는 절대적 실재이고, 이성은 모든 사물의 본질을 수용하는 개방성을 의미한다. -49-50쪽

인문과학이 주장하고 있는 교육적 가치는 인간의 과거 역사를 깨닫게 하고, 전통을 이해할 수 있게 하며, 인간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인식하게 해주는 데 있다. 비록 지식을 터득하는 방법(이것은 언어학에서 연구된다)은 잊혀졌다 할지라도 그 결과는 당연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과거를 조명함으로써 볼 수 있는 위대한 신화의 모습, 수많은 위대한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업적이 바로 중요한 교육적 가치이다. -57쪽

"자신의 천부적 소질을 체계적으로 계발시킬 수 있는 기술을 일찍 깨달을수록 그만큼 더 행복하다."(괴테)-66-67쪽

한 시대와 그 시대를 의미하는 문화에 대한 자의식은 지식인이 시대적 감각을 가지고, 지적으로 발전적인 사람과 교류를 하며, 그러한 경험에 바탕하여 현재를 바라볼 때 명료해진다. 그래서 대학은 사고하는 사람들이 지적 삶을 추구하는 곳이다. -69쪽

대학에 언어학만 있고 철학이 없다면, 기술과 실습은 있되 이론이 없다면, 오직 끝없이 사실들만 존재하고 그것을 체계화한 사상이 없다면, 대학은 대학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다. -69쪽

스스로 연구하는 사람만이 진정 가르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알려진 것들이나 교육학적으로 체계화된 결과들을 전달할 뿐이다. 대학은 결코 지식만을 전달하는 학교가 아니라 연구를 생명으로 하는 고차원적 교육기관이다. -71쪽

전공 분야에 대한 결과를 전반적으로 완전하게 알고 있을 필요는 없다. 이러한 요구는 단지 일시적이고 이론적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것들은 시험을 치고 나면 바로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배운 것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71쪽

요즈음 국가고시의 경우에 자주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전문지식의 부족은 직업적 실생활에서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다. 그러나 정신적이고 학문적 교양의 기초가 결여된 사람으로부터는 어떠한 희망도 기대도 할 수 없다.-73쪽

"철학은 모든 다른 지식에 일차적으로 가치를 부여해 주는데, 이것이 바로 철학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 가치이며 위엄이다."(칸트)-73쪽

"이론은 실제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 일단 이론이 형성되면 현실세계도 그에 따라 바뀐다."(헤겔)-93쪽

학문간의 교류는 상호 대립하고 충돌할 수 있는 깊은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만이 그 학문은 비로소 명백해진다. -98쪽

공정하지 못한 선발과정은 학문의 발전에 기여할 유능한 사람을 뽑지 못하고 권위에 순종하는 사람을 택하게 된다. 그러한 사람은 학문적 업적을 통해서 학계의 인정을 구하고 성공하려고 노력하는 대신에, 행정관료처럼 자동적인 승진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또한 많은 교수들이 지적 노력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모든 교수들은 하빌리타치온 과정에 받아들일 학생들의 지적 조건에 대한 원칙만은 확고하게 지키도록 해야 한다. 하빌리타치온의 후보 선발에는 적어도 자신이 이루어놓은 학문적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신을 능가할 수 있는 가능성, 또는 자기 제자가 아니더라도 뛰어난 학문적 능력을 그 조건으로 해야 한다. -104쪽

필요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선별과정은 지원자를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목적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취급한다. 인간의 정신생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모든 개인적 관심이나 사적인 것은 불필요한 사족처럼 밀려난다. 그렇다고 어떤 고차원적 의미의 무엇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현실적 요구조건의 충족을 위하여 적합한 기준에 얽매여 있을 뿐이다. -156쪽

대학은 학생들에게 자립정신을 형성하게 하고 자기 스스로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충분히 성숙하고 더 이상 교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행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은 학설, 관점, 방향 제시, 사물에 대한 인식과 조언을 듣고 받아들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그들은 점차 자기 스스로를 시험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159쪽

시험과 자격증 시험은 될 수 있는 한 적게 실시해야 한다. 너무 잦은 시험은 책임감 없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시험의 횟수가 적을수록 시험은 진지하고 엄격하게 치러질 것이다. 너무 많은 양으로 과다한 요구를 하게 되면 시험은 공전하게 되고 어떤 좋은 결과도 기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러한 시험은 선별이라는 시험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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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끄미 사건

  인터넷 포털에 올라온 기사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주방/가전/요리 쪽 분야에서 활동하는 네이버 파워블로거 한 분이 공동구매를 그간 진행해왔었던 것 같고, 이 공동구매를 통해 구입한 물품에 하자가 생겨-회사는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테스트를 더 하겠다는 입장- 기사화되면서 난리가 난듯하다. 약 3천 명 정도가 블로그 공동구매를 통해 구입했고, 그외에도 이 블로그에서 보고, 또는 이 블로그에서 구매한 사람의 추천으로 홈쇼핑 등 다른 경로로 제품을 구매하기도 해 수치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고. 새삼 파워블로거의 영향력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해당 블로거는 특정 회사의 특정 제품을 공동구매로 내걸면서 제품당 7만 원 가량의 수수료를 받았다. 알려진 수치로만 계산해도 7만 원 곱하기 3천 명, 2억 1천만 원이다. 약 10개월 진행됐다던 공동구매를 통해서 블로거는 앉아서 2억 1천만 원을 벌어들인 것. 블로거는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동안 자신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것 같다. 방문판매 제품의 경우 판매자가 보통 40%의 수수료를 가져간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만일 7만 원을 수수료로 회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면 블로거도 회사에 당한 것이고, 자기들은 블로거에게 당한 것이다, 라는 식의 주장도 보인다. 

  -공동 구매 경험  

  작년 처음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해본 적이 있다. 애플 블루투스 키보드의 가죽 케이스를 미국 회사에서 한국으로 20개 정도 들여와 배송료를 추가로 받고 일일히 배송해주었는데, 당시 공동구매 제안 글을 올리면서 단서를 달았다. 몇 개를 주문하느냐에 따라서 각각의 구매자 분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일단 일괄 구매 후 취소를 요청하는 분이 없도록 막기 위해 계약금만 받겠다, 그리고 물건을 최종적으로 구매한 후 금액을 배분하여 알려드리겠다, 배송료는 별도다. 대략 이 정도. 예상대로 신청자 중 입금을 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기에 최종 인원을 가늠할 수 없었고, 계약금만 미리 받겠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괜찮았던 것 같다. 만일 신청해놓고 입금을 안 했는데, 내가 이미 그 숫자만큼 주문했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내가 보게 될 테니까.

  게시 글의 마지막에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일일히 포장해서 배송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백 원 단위면 몰라도 수수료는 먹지 않겠다고. 해외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고, 원화를 구매자 숫자로 나누다보니 최종 부담해야 할 금액이 1원 단위까지 나왔다. 또, 우체국 등기 비용을 알 수 없어 등기 비용을 대충 2,500원으로 계산하고 받았는데-그보다 많으면 어쩔 수 없이 내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막상 우체국에 가니 2,500원에 조금 못 미쳤다. 이런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인해 20명 각각 100원 단위 수수료가 남게 되어 내 주머니에 들어갔다.  

  애플 제품 또는 악세사리에 대해 파워블로거도 아니었고, 해당 카페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속이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었다. 키보드 케이스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았고, 배송이 부담되어 20명으로 제한했으니까. 또 개인적으로 수수료를 더 가져갈 수도 있었다. 총 금액을 나누기한 금액을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됐을 테고, 배송료를 더 받아도 됐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유명인이건 아니건 상관 없이 그 분들은 나를 믿고 공동 구매에 응했고, 해외 배송 특성상 한 달이 넘는 기간이 걸렸음에도 중간에 의심하시는 분이 없었다. 누군가 나를 의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만일 그런 문의가 온다면 해외 배송 상황을 캡쳐해서 드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모두 믿어주셨다. 그건, 내가 그곳에서 활동한 사람이 아님에도 공동 구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소한 과정들까지도 실시간으로 세세히 공개했기 때문일 것.  

  온라인 쇼핑몰이나 매장 구매는 순전히 업체와 개인의 문제이지만, 파워블로거가 됐든 아니든 특정인이 구매의 과정에 개입하게 된다면, 투명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알라딘 블로거들이 모여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로 신문에 의견 광고를 낼 때도 마찬가지. 공동 구매도 그렇고, 의견 광고도 그렇고, 굉장히 피곤하다. 실명으로 넣는 분도 닉네임으로 넣는 분도 있고, 넣고도 말씀 안 하신 분도 있어서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가장 피곤했고, 수시로 전체 금액과 게시판에 공지한 금액이 맞는지, 빠진 분은 없는지 확인했다.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피곤해진다. 입금자가 얼마를 넣었는지는 밝히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니 내가 일부를 공개하지 않아도 아무도 모를 수 있다. 그러나, 당연히 그러지 않았다. 내게 입금을 하시는 분들은 내가 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거짓된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믿기에 참여했다는 것을 나도 인식하기 때문이다. 

  -다시 깨끄미

  문제가 된 제품에 실제 하자가 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하지만, 하자가 있든 없든 해당 블로거가 공동 구매 기간 동안 자신이 수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수수료가 얼마인지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른 구매자들은 문제가 있는 제품을 구매했다는 사실에도 분노하지만, 평소 믿었던 블로거가 자신들 모르게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는 사실에 더 분노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 또 분노하는 이유는, 해당 블로거가 자신으로 인해 피해본 이들에게 무엇을 사과해야 할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블로거는 방송 이후 사과문 비슷한 글을 올리긴 했지만, 자신은 해당 제품의 회사를 믿었기에 제안을 한 것이다, 회사에 환불 요청을 하고 있으나 안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신이 이미 받은 또 앞으로 받게 될 수수료를 전체 구매자 숫자로 나눠서 드리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블로거가 사과해야 할 것은 막대한 공동 구매 수수료를 챙겼고,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수료가 5백 원이라면 5백 원이라고, 7만 원이라면 7만 원이라고 공동 구매 글에 함께 알렸어야 했다. 만일 그랬다면 그랬음에도 믿고 구매하는 사람도 있었을 테고, 장사를 하려나보다 생각하고 구매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을 것. 블로거는 사태가 이리된 것에 대해 미안해하고는 있지만, 무엇을 미안해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구매자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듯.  

  -책 파워블로거

  책 분야에서도 파워블로거란 말이 나돈지 꽤 되었다. 몇몇 매체에 나 또한 파워블로거로 언급된 적이 있었고, 활동하는 이들이 워낙 적은 이 공간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서재의 달인' 타이틀도 세 개나 달았다. 쓰는 글의 양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고, 활동을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지내고 있는데, 그럼에도 나를 파워블로거로 지칭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그러나 영향력은 별로 없다. 영향력을 무엇으로 가늠하면 좋을까 생각했는데, 일일 방문객 수나 땡스투 받는 횟수, 금액 등으로 객관화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그것들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당장 어떤 수치로 보여줄 만한 것은 그게 전부다.  

  일일 방문객은 들쑥날쑥하나 하루 백 명이 고작이고, 땡스투 횟수나 금액도 아주 미미한 수준. 서재의 달인 타이틀이 있으나 일년 꾸준히 간간히 글 올리며 추천과 댓글 좀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내가 왜 파워블로거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하는 데까지 온다. 내가 책에 관해 글을 쓴다 해도 독자 영역이 많지 않은 인문/사회과학 서적이 주류니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그 숫자가 미미하고, 여기까지 오니 뭣도 아니구나 라는 결론에까지 도달한다.

  책 분야에서는 요리나 가전, 전자제품 등보다는 훨씬 못하겠지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분명 있고, 돈을 챙기려면 챙길 수도 있을 것. 특정 출판사의 책에 대한 호평을 자주 올리는 방식으로 출판사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는 경우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와 같은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고, 고작 해봐야 서평단에 참가해 책을 읽고 평가를 하는 방식이 전부. 서평단에 포함된 이들은 나름 알려진 이들도 있고, 아닌 이들도 있다. 알려졌다고 해봐야 따지고 보면 별 거 없는 나 같은 블로거들이 많을 테고. 수년 전에 서평단에서도 활동해봤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 책들이 다수 들어오는 통에 부실하게 활동했다. 이후 서평단을 끊었다. 내 독서 활동에도 방해가 돼서.  

  별개로, 가끔씩 출판사들이 내게 개인적으로 접촉해와 특정 책을 언급하며 관심 있으면 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그냥 조건 없이 주는 경우도 있고, 조건을 다는 경우도 있다. 어떤 출판사 편집자와는 개인적으로 알아서 그에게 사적으로 들어오는, 하지만 그가 읽지 않는 책을 내가 받은 적도 있다. 이건 그가 출판사 직원이기는 하나 개인적인 선물이니 제외해야. 출판사의 이름으로 연락이 올 때는 대개는 조건을 하나씩 다는데 서평을 쓰든 뭘 하든 흔적을 남겨 달라는 것. 좋은 책에 대해서는 좋다고 쓰고, 아닌 책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써야 하는 것이 원칙. 하지만 제안을 수락한 것은 나이기에 좋은 책에 대해서는 좋다고 하지만, 아닌 책에 대해서는 아니라고는 말하지 않는 편이다. 그 '아닌 것'이 내게만 아닐 수도 있는 경우가 다수인데, 나로 인해 내게 책을 건넨 출판사가 피해를 보면 안 되기 때문. 아닌 책은 그냥 안 쓰거나 '밑줄긋기'만 올리는 편이다.

  -블로거의 도리

   깨끄미 사건으로 인해 파워블로거의 영향력, 그리고 책의 경우를 생각해봤는데, 결론은 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가능하나 그와 같은 일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 어떤 블로거는 출판사에 자신이 요청해 책을 달라고 했고, 출판사에서는 안티 글이 올라올 것을 두려워해 그냥 줬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다. 출판사에서 읽어보라고 제안하며 주는 경우와는 달리 이 사례는 거꾸로 블로거가 출판사에 달라고 요청한 것. 그렇게 해서 그는 그 책을 읽었고, 블로그에서 호평을 한 걸로 안다. 방문자가 많은 블로그니 글을 보고 구매한 이들도 없지는 않을 것. 다른 제품과는 달리 가격이 낮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가 크지 않은 점이 있긴 하지만, 이와 같은 사례는 조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책이 정말 좋을 수도 있지만, 그것과 상관 없이 블로거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여 출판사에 책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 

  2004년 무렵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간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내가 올리는 모든 글은 선물을 받은 책이든, 출판사에서 제안하여 받은 책이든, 내가 구입한 책이든, 헌책방에서 건진 책이든, 길거리에서 주운 책이든, 오로지 내 머리와 마음에 의거해 판단하고 감상한 결과물이다. 특정 저자에 대한 호감(예를 들면 김용석, 김용규, 탁석산, 김상봉 등), 특정 출판사의 책에 대한 호감(예를 들면 휴머니스트, 동녘, 산책자 등)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 역시 오로지 나로부터 나오는 것. 영향력 미미한 분야의 영향력 미미한 북로거지만, 깨끄미 사건으로 여러 생각을 해보았고, 혹시라도 나나 내 글로 인해 책을 구입하든 책을 빌리든 영향을 받으실 분에게 이 정도는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끝.   

 






* 책 이미지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의 책들일 뿐. 좋아하는 출판사는 더 있지만, 일단 이 셋만 떠올랐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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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1-07-0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책을 달라고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제가 바로 얼마전에 페이퍼에 썼기에 오해가 있을 수 있어 덧붙입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손 꼽을 정도였으니깐요) 출판사 대표메일로 담당 편집자에게 메일을 보내어 (책의 실물을 보고, 좋은 책이다. 싶을 때만) 책에 대한 이야기와 서평단용이 있으면 보내줄 수 있는지 문의합니다.

포토 리뷰인 경우가 많은데, 포토리뷰는 이런식으로 쓴다.고 링크 달아서 메일로 보내면, 한 번인가는 씹힌 적도 있고, 한 번인가는 서평단용 없다고 답메일 받은 적 있고, 대부분은 받아 보았네요.

이 페이퍼는 예민하게 보면 기분 나쁠 수도 있는 글이고, 언뜻 저격글인가 싶기도 하고,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더 설명할 필요는 못 느끼구요.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책을 '요구'하는건 무슨 책 블로거가. ㅎ 기자정도 되면 또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례는 많이 들어봤구요.


마늘빵 2011-07-02 22:48   좋아요 0 | URL
자기자신에게 떳떳하면 되고, 각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봅니다. 해당 사건을 출판 영역에서 생각해 본 것이고, 주변에 관계자들이 많아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언급한 것입니다.

흑곰 2011-07-03 15:5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글에 추천 누르고, 댓글은 뭐 있나 보는데, 의도와 다르게 헛웃음이 나옵니다.

하이드님의 댓글보고 좀 놀랐고 많이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좀 웃었습니다. 하이드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시는군요.

서평단용이 있으면 보내줄 수 있는지 문의하신다고요?
그렇게 '문의해보겠다'는 생각 자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요?
자신의 영향력을 알고 있는 파워블로거이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대부분 받아 보았네요? 씁쓸하군요. 기자 이야기 하지 마세요.

부끄럽습니다.

Mephistopheles 2011-07-02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은 책에 문외한도 요상하게 몇차례 출판사에서 메일이 오더군요. 그냥 깔끔히 무시(?)하는 수준이긴 하지만요. 파워 블로거들의 역활과 조금은 오버하는 것일진 모르지만 모럴헤저드의 기운까지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맛집 블로거는 정도가 더 심하더군요.)

마늘빵 2011-07-02 22:55   좋아요 0 | URL
출판사에서 서평단 이외에 자신의 출판사와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블로거들에 접촉하는 일이 있습니다. 편집자가 직접 하기도 하고, 영업/마케팅 쪽에서 하기도 해요. 잘 알아보지 않고 제의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 관심 없으면 그냥 거절하시면 된다는.

삼성이나 엘지처럼 블로거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건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글샘 2011-07-0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 관련 주례사 비평을 가장 남발하는 곳이 신문사죠. ㅎㅎ
제발 책 관련 파워 블로거가 읽었다고 광고하는 책이 왕창 팔릴 정도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네요. ㅋ
맛집은 누구나 먹으니 그렇고, 생활용품도 어느 집이나 필요하니 주부들이 왕창 몰리지만,
책은, 도대체 뭐에 쓰죠? 하는 수준 아닐까요?
아마도... 사람들은, 책 블로거는 있는 줄도 모를 듯...

마늘빵 2011-07-03 13:44   좋아요 0 | URL
이게 또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한국은 오히려 신문 서평이 아쉬운 소리 하나씩은 한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유럽, 미국은 신간이 나오면 좋은 점 위주로 쭉쭉 빨아주고 비평가들도 일정 기간이 지날 때까지는 쓴소리를 안한다고 하네요. 독자나 블로거야 상관이 없지만.

꼬마요정 2011-07-03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아프님은 영향력 있는 책 파워블로거 입니다요~^^

마늘빵 2011-07-04 13:30   좋아요 0 | URL
^^ 영향력 없어도 돼요. 그냥 개인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되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2011-07-04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라뽀 2011-08-24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으핫.. 잘 읽고 갑니다....
제가 블로그에 소홀하게 된 계기랄까요...

파워블로거에겐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

칭찬만 하는 건 역시...
적성에 맞아야 하는 것 같아요... ㅋ

마늘빵 2011-08-24 17:35   좋아요 0 | URL
^^
 
동물과 인간 사이 - 우리와 같으면서도 다른 동물들의 사고방식에 대하여
프리데리케 랑게 지음, 박병화 옮김 / 현암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왜 인간의 악한 본질을 인간이 원숭이로 지내던 저 옛날의 특징으로 한정하고, 선한 본질만이 오직 인간적인 특징이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왜 인간은 다른 동물과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고상한' 본질을 찾으면 안 된단 말인가?" 이 책의 첫 장에 나와 있는 스티브 제이 굴드의 말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풀하우스>, <인간에 대한 오해>란 책으로 알려져 있는 진화생물학의 대표 학자이다. 그는 인간과 같이 진보한 것처럼 보이는 생물들도 우연적이고 무작위적인 다양성의 증가에서 나온 진화의 부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인간과 동물 사이>는 인지생물학의 관점에서 동물과 인간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 프리데리케 랑케는 동물들이 인간과 같은 관점에서 사고와 판단을 하지는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기보다는 이 책을 통해 동물들이 "어떻게 일상적인 결정을 내리고 생존을 위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단순 명쾌하게 보여"준다. 목적은, "적합한 실험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대상을 정확히 관찰한다면 동물이 가진 인지 능력도 충분히 검증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는 사례들"로 제시하는 것. 최근의 인지생물학은 개념을 도입하거나 논증을 하는 대신 관찰과 분석을 통해 동물에 접근한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흐름의 결과물인 것.  

  논증과 반박 등으로 채워져 있을 거라는 기대와 전혀 다른 책이다. 이 책은 온갖 실험하고 관찰한 기록들로 가득하다. 케아앵무새가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찾는 방법, 짧은꼬리원숭이가 감자 씻는 요령을 익히는 방법, 미어캣이 보초를 서는 이유, 까마귀의 의외의 지능적인 면모, 침팬지의 도구 사용법이 각각의 챕터를 구성하고 있다.  

  미어캣의 경우가 흥미로웠는데, 그 귀여운 동물이 두 발로 땅을 지탱하고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웃음이 났다. 미어캣이 높은 지대에 올라 주위를 살피는 이유는 물론, 예상하다시피 적이 가까이 오지는 않나 경계하는 것인데 보초를 서는 미어캣은 자신이 위험에 노출되면서 희생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다른 동료들보다 먹이를 많이 먹어 몸무게가 더 나가는 미어캣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보초를 서지만 이것은 희생이 아니라 몸에 남아 있는 에너지에 따른 역할 분배이다. 적이 출현했을 때에도 보초를 서는 미어캣은 절대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 워낙 영리한 동물이라 보초를 서는 곳 근처에 땅굴을 파놓고 있어, 오히려 다른 동료들보다 더 먼저 숨을 수 있다고. 책의 소제목처럼 '이기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타적이진 않다고 결론내릴 순 있겠다.

  미어캣은 먹이를 주면 체중계에 오르는 걸 마다하지 않는데, 특정 몇몇 미어캣에게 먹이를 더 주고 몸무게를 늘렸더니 이 녀석들이 보초를 더 서더라,하는 실험 결과를 내는 등 이 책은 이와 같은 각종 실험과 사례로 가득하다. 주의주장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이런 식으로 동물도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지능(?)을 사용하여 행동 방식을 결정하며, 그 지능이 인간의 사고 체계와 다르다고 하여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숭이는 동료 원숭이의 행위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며, 앵무새는 문제를 해결하려다 내팽개치고 친근하게 지낸 인간에게 먹이를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앵무새에게는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여 어렵게 먹이를 쟁취하기보다 그냥 인간에게 달라고 하는 게 더 편한 방법인 것.  

   저자 랑케의 일관된 주장은, 동물들이 생각보다 어리석지 않고 상상 이상으로 영리하다는 것. 그들은 나름대로 세대를 거치며 진화해왔고, 전통을 전하기도, 학습하기도 한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보는 시각은 동물 연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왜곡된 결론만을 만들어 왔다고 한다. 그들도 충분히 지능적이고, 충분히 사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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