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이념
칼 야스퍼스 지음, 이수동 옮김 / 학지사 / 1997년 5월
절판


대학은 학자와 학생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진리를 터득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는다. (서론) -17쪽

대학은 가르침의 자유를 요구하고 그 자유가 보장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가르침에 대한 자유는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조건이며, 내외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어떠한 국가적 또는 정치적 힘으로부터도 간섭을 받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건하에서만 진리를 탐구할 수 있다. (서론)-17쪽

학생들은 대학의 이념을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책임을 의식하며, 교수들은 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연구가들이다. 이렇게 학생들은 그들에게 고유한 배움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대학은 그 사회와 국가가 필요로 하는 그 시대의 가장 바람직한 의식을 형성한다. 학생과 교수들은 모두 인간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오직 진리만을 탐구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어디서든지 어떠한 조건도 없이 진리를 탐구한단느 것은 인간의 당연한 권리이다. (서론)-18쪽

지적 욕구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알고자 하며 그 앎을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되는가를 발견하는 데 있다. (서론)-19쪽

사물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존재에 대한 지식이 아니다. 왜냐하면 과학적 지식은 존재 그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명백한 대상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철학적으로 보면 과학은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인식하는 지식이며, 이 지식을 통해서 기능한다. -30쪽

학문 그 자체가 궁극적 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 학문이 인간의 지적 욕구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적 욕구라고 하는 것은 본질적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식은 이미 유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식이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조건 하에서 지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이 교육 이념의 한 요소로서 존재한다면 이것도 역시 본질적이지 못하다. 여기서 ‘근원적’이라고 함은 지적 욕구와 그 결과로 유용성을 의미하는 지식은 본질적인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32쪽

비판을 회피하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지적 욕구가 결여된 사람이다. -44쪽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가장 위대한 힘인 이성과 과학을 부정하라. 그러면 나는 너를 내 손아귀에 넣게 될 것이다."(메피스토펠레스)-47쪽

정신은 이념이 가지고 있는 힘이며, 실존은 초월적 관계에 놓여 있는 절대적 실재이고, 이성은 모든 사물의 본질을 수용하는 개방성을 의미한다. -49-50쪽

인문과학이 주장하고 있는 교육적 가치는 인간의 과거 역사를 깨닫게 하고, 전통을 이해할 수 있게 하며, 인간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인식하게 해주는 데 있다. 비록 지식을 터득하는 방법(이것은 언어학에서 연구된다)은 잊혀졌다 할지라도 그 결과는 당연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과거를 조명함으로써 볼 수 있는 위대한 신화의 모습, 수많은 위대한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업적이 바로 중요한 교육적 가치이다. -57쪽

"자신의 천부적 소질을 체계적으로 계발시킬 수 있는 기술을 일찍 깨달을수록 그만큼 더 행복하다."(괴테)-66-67쪽

한 시대와 그 시대를 의미하는 문화에 대한 자의식은 지식인이 시대적 감각을 가지고, 지적으로 발전적인 사람과 교류를 하며, 그러한 경험에 바탕하여 현재를 바라볼 때 명료해진다. 그래서 대학은 사고하는 사람들이 지적 삶을 추구하는 곳이다. -69쪽

대학에 언어학만 있고 철학이 없다면, 기술과 실습은 있되 이론이 없다면, 오직 끝없이 사실들만 존재하고 그것을 체계화한 사상이 없다면, 대학은 대학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다. -69쪽

스스로 연구하는 사람만이 진정 가르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알려진 것들이나 교육학적으로 체계화된 결과들을 전달할 뿐이다. 대학은 결코 지식만을 전달하는 학교가 아니라 연구를 생명으로 하는 고차원적 교육기관이다. -71쪽

전공 분야에 대한 결과를 전반적으로 완전하게 알고 있을 필요는 없다. 이러한 요구는 단지 일시적이고 이론적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것들은 시험을 치고 나면 바로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배운 것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71쪽

요즈음 국가고시의 경우에 자주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전문지식의 부족은 직업적 실생활에서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다. 그러나 정신적이고 학문적 교양의 기초가 결여된 사람으로부터는 어떠한 희망도 기대도 할 수 없다.-73쪽

"철학은 모든 다른 지식에 일차적으로 가치를 부여해 주는데, 이것이 바로 철학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 가치이며 위엄이다."(칸트)-73쪽

"이론은 실제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 일단 이론이 형성되면 현실세계도 그에 따라 바뀐다."(헤겔)-93쪽

학문간의 교류는 상호 대립하고 충돌할 수 있는 깊은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만이 그 학문은 비로소 명백해진다. -98쪽

공정하지 못한 선발과정은 학문의 발전에 기여할 유능한 사람을 뽑지 못하고 권위에 순종하는 사람을 택하게 된다. 그러한 사람은 학문적 업적을 통해서 학계의 인정을 구하고 성공하려고 노력하는 대신에, 행정관료처럼 자동적인 승진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또한 많은 교수들이 지적 노력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모든 교수들은 하빌리타치온 과정에 받아들일 학생들의 지적 조건에 대한 원칙만은 확고하게 지키도록 해야 한다. 하빌리타치온의 후보 선발에는 적어도 자신이 이루어놓은 학문적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신을 능가할 수 있는 가능성, 또는 자기 제자가 아니더라도 뛰어난 학문적 능력을 그 조건으로 해야 한다. -104쪽

필요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선별과정은 지원자를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목적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취급한다. 인간의 정신생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모든 개인적 관심이나 사적인 것은 불필요한 사족처럼 밀려난다. 그렇다고 어떤 고차원적 의미의 무엇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현실적 요구조건의 충족을 위하여 적합한 기준에 얽매여 있을 뿐이다. -156쪽

대학은 학생들에게 자립정신을 형성하게 하고 자기 스스로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충분히 성숙하고 더 이상 교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행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은 학설, 관점, 방향 제시, 사물에 대한 인식과 조언을 듣고 받아들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그들은 점차 자기 스스로를 시험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159쪽

시험과 자격증 시험은 될 수 있는 한 적게 실시해야 한다. 너무 잦은 시험은 책임감 없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시험의 횟수가 적을수록 시험은 진지하고 엄격하게 치러질 것이다. 너무 많은 양으로 과다한 요구를 하게 되면 시험은 공전하게 되고 어떤 좋은 결과도 기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러한 시험은 선별이라는 시험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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