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도 문화가 있다
리 듀거킨 지음, 이한음 옮김 / 지호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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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은 아이 때부터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간이 더 하등한 동물들보다 우월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그가 세상에서 가장 모방하기 좋아하는 생물이며 처음에 모방을 통해 배우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13쪽

유전자와 다윈의 관계는 기묘하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은 유전자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제시되었는데도 옳았다. 더구나 그 이론은 유전을 다룬 구체적인 항목들에서는 틀린 부분이 많았는데도 전체적으로는 옳았다. 다윈은 "제물 gemmule"이라는 용어를 중심으로 형질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과정을 나름대로 설명했다. 그는 몸의 각 부위에서 제뮬이라는 아주 작은 입자들이 떨어져 나와 성세포로 모여든다고 믿었다. 그리고 자손의 몸 속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제뮬들이 서로 뒤섞인다고 보았다. 다윈의 생각에는 두 가지 중요한 오류가 있었다. 첬재, 몸의 각 세포는 성세포로 아무것도 떼어 보내지 않는다. 둘째, 유전의 단위(다윈의 제뮬이라고 불렀고, 우리가 유전자라고 부르는 것)는 서로 뒤섞여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 대개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멘델을 제외한 그 시대의 다른 거의 모든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다윈도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유전학의 기본적인 내용들을 깨닫지 못했다. 달리 보면, 이렇게 자연선택 이론이 유전자를 전혀 모르는 진공 상태에서 개발되었다는 사실은 그가 정말로 놀라운 통찰력과 창조성을 지닌 인물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21-22쪽

"유전자는 그 안에 담긴 것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을 복제해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일을 하도록 선택된 것이며, 나머지는 세부 사항에 해당할 뿐이다." (진화생물학에 대한 요약) -22쪽

짝 선택 모방 연구가 명확하게 말하고 있는 사항이 하나 있다. 그것은 작은 뇌를 반드시 모방의 장벽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직관에 반하는 발견은 우리가 문화를 말할 때 떠올리는 모든 것들을 뒤엎는다. 문화는 "고등"동물들만의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지능의 표지도 아니다. 평범하게 볼 때 문화는 우리가 지금껏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근본적인 힘이다. -93쪽

프리버그의 발견은 문화적 전달이 짝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째, 그것은 생애 초기에 전달된 정보가 개인이 성숙할 때까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다가, 일단 겉으로 드러나면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둘째, 이 연구는 문화적 전달이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암시한다. 수컷들은 자신을 키워준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어떤 노래를 부를지(그리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배우는 것이 분명했고, 한편 암컷들도 교사들을 지켜봄으로써 어느 수컷 형질을 매력적으로 볼 것인지 배우는 듯했다. -107-108쪽

문화가 동물 세계에서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증거들은 문화가 천성과 대립하는 힘이라는 것을 뚜렷이 보여준다. 우리는 이 힘의 작용 방식에 관한 기존의 견해를 수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예전에 생각했던 것과 달리, 문화적 전달은 영장류처럼 인지 능력이 가장 뛰어난 동물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실 이 현상의 연구는 대부분 이른바 "하등" 척추동물이라고 하는 생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왔다. 거피에서부터 새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뇌가 작은 동물들도 일종의 문화 규칙들을 짝짓기 행동과 연관짓는다. 따라서 문화적 전달은 뇌 크기와 상관이 없다. 그것은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이다. 인류가 이 강력한 진화적 힘을 독점하고 있지 않으며, 영장류나 다른 어떤 장엄한 거대 동물들이 독점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109쪽

나는 추측이 없이는 뛰어난 관찰도 독창적인 관찰도 없다는 것을 굳게 믿네.
(찰스 다윈이 앨프레드 월리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1867년) -111쪽

문화는 "학습이나 모방을 통해 당대 사람들로부터 얻는 개인의 표현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이다". 여기서 "표현형"이란 개체가 지닌 형질들의 복합체를 말한다. -113쪽

밈 개념을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이렇다.

- 모방 같은 비유전적 수단을 통해 전달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요소
- 인간의 정신에 기생적으로 감염되고 인간의 행동을 바꿈으로써 복제하는 전염성 정보 양상으로서, 인간에게 그 양상을 전파하도록 만드는 것. (도킨스가 "유전자"에 비유해 만든 용어이다.) 구호, 표어, 짧은 선율, 도상, 발명품, 유행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밈에 해당한다. 개념이나 정보 패턴은 누군가가 그것을 복제할 때까지는 밈이 아니다. 전달되는 지식은 모두 밈이다.
- 밈은 뇌에 들어 있는 정보 단위로 여겨져야한다. 그것은 뇌가 어떤 물리적 매체를 사용해 정보를 저장하든 간에 특정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 모방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무엇이든 밈이다.
- 문화 유전 단위. 문화 환경에서 자신의 생존과 복제에 "표현형적"결과를 미침으로써 자연적으로 선택되는, 입자성 단위인 유전자에 비유해 가정한 개념.

(* 밑줄그은이 주 : 마지막 것이 저자 리 듀거킨이 마음에 들어하는 정의) -145-146쪽

"밈은 나름대로 복제할 기회와 자신의 표현형 효과를 갖고 있으며, 밈의 성공이 유전자의 성공과 반드시 관련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리처드 도킨스) -150쪽

어떤 행동이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부적응할 때, 밈학자들은 그것을 밈이 작용한 결과라고 보는 반면, 진화심리학자들은 그런 행동이 제대로 설계된 정신의 반응이라고, 단지 그 정신이 원래 그 설계가 의도했던 세계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154쪽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과학이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각각을 별도로 연구하는 것보다 함께 연구하는 편이 훨씬 더 쉽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따라서 사물의 진리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싶은 사람은 과학의 특수한 한 분야를 선택해서는 안된다. 모든 과학은 서로 결부되어 있고 상호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네 데카르트, <정신 지도의 규칙>, 1629)-167쪽

오류와 과장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고의 대담성이다. 결과를 걱정하지 않고 자신이 미든 것이 옳다고 선언하는 용기인 것이다. 절대적인 진리를 소유하고 싶다면, 바보가 되든지 벙어리가 되든지 해야한다.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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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경고

  봉태규표 코미디란 이런 것. 봉태규 주연이 아니었다면 망할 수도 있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본 뒤 봉태규를 쏙 빼버리는 남는 것은 없다. 그를 제외하고는 출연진이 죄 신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금은 이제 조금 유명해진 하석진의 경우 봉태규와 동갑내기이고, 한명은 SBS 웃찾사 코너 중 '단무지 아카데미' 를 진행하는 개그맨이다. 여주인공도 모델로 깜짝 활동했던 신인이고. 그러니 연기력을 기대할 수 있는건 '검증된' 봉태규 뿐이고, 그가 제외되었다면 주목도 받지 못할 영화다. 솔직히 봉태규 없으면 이 영화 보지 않았다.

  이렇게 어느덧 봉태규는 서서히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명지전문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타이틀로 먹고 들어가는 우리나라 연예계에서도 그의 프로필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순전히 봉태규만의 독특한 캐릭터와 연기력으로 승부를 봤다고 봐야지. 2000년 <눈물>로 데뷔하여, <정글쥬스> <굳세어라 금순아> <품행제로> <튜브>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광식이 동생 광태> <가족의 탄생>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대략 지금의 그를 만든 이미지는 <광식이 동생 광태>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아니면 그의 캐릭터가 가장 빛을 발한 영화가 그것인지도.

  능글능글 거리면서 대담하고 엉뚱하고 막무가내인 그가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건, 봉태규 캐릭터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 때문이다. 무슨 짓을 해도 싫지 않으니 어쩌랴. 남자인 나도 이런데 여자들은 오죽할까. 솔직히 이런 캐릭터가 지금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가 아닌가. 배우로서가 아니라 남자로서. 볼따구 넙적하고 눈은 찢어지고 입은 헤벌쭉. 결코 잘생겼다고 할 수 없는 이런 특이하고 개성있는 외모는 배우로서의 그를 만드는데 자연스럽게 일조하지 않았을까.



* 능글능글, 귀엽게, 헤벌쭉, 시선은 야릇하게. 무슨 상황일꼬.

  영화는 진짜 별거 없다. 왕따의 천성을 타고나 가는 곳마다 괴롬힘을 당하는 이 녀석은 2년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만, 다시 왕따당하고 맞을 것을 우려하여 어머니께서는 10만원짜리 수표 한장을 건넨다. 역시나 첫 학교였지만 이미 이상한 애라는 주위의 시선, 그리고 그를 죽어라 패주었던 예전의 친구가 정문에서 기다린다. 좆됐다. 나름 왕따교실의 친구였다 적응한 녀석의 도움으로 온전한 학교 생활 해볼까 해보지만 될리가 만무하지. 하필 또 이 학교 짱에게 대들건 뭐람. 얼굴 반반하게 생긴 우리반 반장 구한답시고 나는 이제 죽게생겼다.   “너, 오늘 나랑 붙는다! 방과후 옥상이다! 도망가도 죽는다! 안나와도 죽는다! 어차피 넌 죽는다!" 너무나 무섭습니다. 아 나는 이제 어쩐답니까.

  방과 후 옥상까지 7시간 남았다. 자 피할 방도를 생각해보자. 권투부 친구에게 돈을 먹여 대적하게 하기도, 눈을 찔러 눈병인 척하기도, 유통기한 며칠 지난 우유를 먹어볼까 생각하기도 해봤지만, 아 대책이 안섭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다들 내가 대단한 녀석인 줄 알고 있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내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과 같다니. 은근 기분 좋은걸. 우쒸 덤비기만 해봐. 다 죽었쓰. 그런데. 그런데. 그럼 뭐합니까. 이따 붙으면 다 뻔히 드러날텐데.

  싸움의 결과는 안봐도 뻔하지만, 어디 이 영화가 그걸 노리고 영화를 만들었겠는가. 뭔가 다른 의미가 있는 싸움이겠거니. 영화 중반 쯤 넘어서면 대략 결과가 어떻게 날지는 예상가능하지만, 남은 데드라인까지의 봉태규의 대처방법이 궁금해 끝까지 보지 않을 수 없다. 예상을 넘어서는 행동과 웃기는 이 캐릭터, 꼬봉이며 꼬봉이었지 결코 왕따일 수 없는 이 녀석이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을꼬.



* 이쁘지는 않지만 신비한 매력이 있다. 뒷조사 결과 숙명여대 디자인학과생이라 하던데. 에꼴로 데뷔했다지.

  <방과 후 옥상>은 의외의 어떤 영화와 상당히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말.죽.거.리. 잔.혹.사. 분위기도 완전 다르고, 영화 장르, 캐릭터 하며 비슷한 구석이 전혀 없어보이지만, 대략 진행되는 상황이 비슷하다. 위험에 처해있는 친구 구하다가 일짱한테 찍혀서 학교 옥상에서 한판 붙게되는 줄거리하며,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녀석이 일짱한테 개기는 것하며, 교실에서 웬놈하나가 선생님에게 찍혀 죽어라 맞는 장면하며, 이런 상황들이 큰 줄거리가 되어 맞물리는 상황들이 비슷하다. 그러나 어떤 과거의 시대상을 보여주려한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왕따가 일짱한테 개기고 맞붙게 되었고, 데드라인 얼마 안남았다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웃고 즐기는 영화로 봐야한다. 킬링타임용 유치코믹영화이지만 약 100분 가량의 러닝타임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봉태규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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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와 사회생물학 (양장)
이상원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7년 1월
구판절판


도킨스는 최적자의, 즉 주어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자의 후보는 종과 같은 집단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체만이 특히 생존 투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이며, 개체의 관점에서 진화가 이해되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25쪽

사회생물학이 일으킨 논란은 사회성 동물의 행동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 자체엥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그런 유전 결정론적 구도 안에 우리 인간 종마저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촉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 인간의 모든 행동, 즉 사회 현상과 사회적 행동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면, 현재의 사회적 배치, 즉 인간의 현 상태는 자연에 의해서 고정된 것이 된다. 인간의 현상태는 자연이 빚어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예를 들어, 사회적 불평등, 남성 지배 등등은 자연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므로 이것을 탓하거나 바꿀 수 없게 된다. 이는 가종할 이데올로기적 저의를 담는 것이었다. 만약 사회가 그 사회를 구성하는 각 개인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면, 그 사회의 현 상태는 단순히 자연적 사실이 되어 버린다. 즉, 이러한 시각 안에서 현재의 인간 세계의 계급 제도, 인종주의, 가부장제, 엘리트주의 등등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게 된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생물학은 이데올로기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91쪽

사회생물학자들은 스스로 과학성을 들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주장은 정당화되기 어려운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생물학자들은 각 인간의 행동은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노선을 취하는데, 이는 오류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삶은 단지 생물학적 삶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생물학적 삶이며 동시에 문화적 삶이다. 생물학적 특성은 우리의 삶에 심오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생물학적 특성이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고 볼 만한 어떠한 유력한 근거도 없다. 우리의 생물학적 특성, 특히 유전자가 우리의 삶에 심오한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와 유전자에 의해서 우리의 삶이 결정된다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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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대학에 합격한 딸의 어머니가 비관자살했단 소식이 오늘 신문에 실렸다. 

  14일 오후 8시45분께 서울 강동구 모 한복가게에서 여주인 윤모(40)씨가 장롱에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딸 최모(19)양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윤씨 곁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네. 힘이 들고 날아가고 싶다. ○○(딸)아 미안하다”는 글이 적인 다이어리가 발견됐다.

  유족과 이웃들에 따르면 윤씨는 그 동안 딸의 대학 등록금을 준비하지 못해 고민해 왔다. 13일 고교를 졸업한 최양은 모 대학 미대에 합격해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한복 장사가 잘 안 돼 어려움을 겪어온 윤씨는 동사무소에서 학자금 대출 상담도 받았으나 5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마련하기에는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등록금 500만원 시대. 입학금 포함해 500만원 이었다면 사립대 등록금 치고는 아주 비싼건 아니었다. 더구나 미대였다면. 아내는 한복가게 주인이고, 남편은 직업이 없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합격한 딸의 등록금을 대고 싶은건 어느 부모나 같은 마음일테지만, 누구나 다 이 돈을 마련할 수 있는건 아니다. 한학기 등록금 기본 500만원 시대, 예술대와 공대, 의대 쪽은 한학기 천만원까지 올라가는 학교도 있을 것이다. 그래 돈 없으면 오지 말아라, 그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지.

  영국, 미국의 대학 등록금이 그렇게 비싸다고 하지. 언젠가 한번은 영국의 여대생들이 누드화보를 찍거나 몸을 팔아 대학등록금을 마련한 비율이 적지 않다는 기사를 봤다. 이탈리아였던가. 어디 대통령 부인도 대학 때 스트립댄서로 아르바이트를 해 대학등록금을 벌었다고 했다지. 여대생들이 요즘 늘어나고 있는 비키니바나 섹시바, 후터스에서 일하거나, 일부가 포르노를 찍거나, 몸팔기 알바를 통해 돈을 버는 걸 마냥 비난할 수 만도 없게 되었다. 남학생들은 어떻게 대학 등록금 대야하나. 별 수 있나. 편의점 아르바이트 해야지.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돈 없어 대학 못갔던 7,80년대의 풍경을 다시 한번 눈앞에서 볼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버지의 말씀대로라면 자신은 공부를 꽤 잘했단다. 하지만 고졸이셨고 경찰에 들어가 일하셨다. 첫째 큰 아버지는 공장을 물려받았고 부모님을 모셨으며, 둘째 큰아버지는 대학을 갔다. 그리고 교수가 되셨다. 공장도 있고, 자녀 중 한 명을 대학에 보내셨을 정도면 가난하진 않았던거 같은데, 모두를 대학에 보낼 수 있는 형편은 아니셨던게다. 아마도 앞으로 자녀 중 한 명만 대학에 보내야할지도 모르겠다. 하긴 출산율도 내려가 거의 한 가구당 한 자녀 밖에 되지 않는가.

  한해 등록금 평균 천만원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건, 냅다 뼈빠지게 일해 돈 벌기. 투쟁할 시간이 있으면 알바를 하나 더 뛰어라, 그것이 대학이 갓 들어온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첫번째 수업이다. 냅다 뛰자. 새벽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아침엔 학교 가고, 오후엔 편의점, 밤엔 섹시바. 잠은 언제자. 공강시간에 자. 아마 이렇게 하면 점심 거르고, 하루 두끼만 먹는다는 전제하에,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부는 OECD 최다 자살국가 1위에서 2위로 내려앉히기 위해서는 등록금 인하까지 고려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 3월까지 자살자가 꽤 증가할 것이므로.  학생이 죽든, 어머니가 죽든, 아버지가 죽든.


* 이번 학기 대학원 등록금은 오백 구만 구천원. 천원을 뺌으로써 심리적 충격을 완화시켜줬다. -_-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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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rain 2007-02-16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학기 학자금 대출 받아서 다행이지, 만약에 탈락됐다면
학교 때려치우던가 죽던가 둘중 하나는 했을 거 같습니다.;
뭔놈의 등록금이 5년 동안 100만원이 오르는군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배우는건 똑같은데 말이죠...
돈을 받아 먹었으면 좀 투자를 해서 학교 시설을 좋게 해주든가
아니면 좀 더 수준높은 강의를 해주든가 해야 되는거 아닌가 싶어요.

앞으로 등록금 본전을 뽑기 위해 매일매일 학교 가서 공짜 인터넷을
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고, 쓰레기는 학교에 들고 가서
버리고, 물도 학교 정수기에서 떠다 먹는 생활을 하렵니다.
학교에서 하는 무료 공연이나 강연도 시간 되는대로 다 들어가고요.
 
파도 - 너무 멀리 나간 교실 실험
토드 스트래서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너무 멀리 나간 교실 실험, 파도. '파도'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어느 고등학교 역사 수업 시간에 시작된 놀이를 지칭한다. 수업에 열성적이었던 젊은 교사 벤 로스는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 수업을 하고자 노력하는 교사이다. 한번은 나치의 실상을 알려주기 위하여 준비한 필름을 돌려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는데, 이 때 학생 중 한 명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근데 왜 다른 사람들은 나치들이 그러는 동안 아무도 말리지 않았나요?" 
  "왜 모두가 거기에 동참하게 되었나요?"

  왜 그랬을까. 선뜻 대답하지 못한 벤 로스는 이에 대한 고민을 하기 위해 주말엔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고민을 했다. 결론 끝에 직접 체험해보자고 마음먹고, 다음 수업시간부터 직접 아이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엄격하게 대했다. 처음엔 놀이로 시작했고 아이들도 재미있어 했지만, 날이 지날수록 이것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니었다. 아이들은 나치가 되어갔다. '파도'라는 이름 아래, 당원이 생기고, 벤 로스 자신도 알 수 없는 추상적인 지도자가 생기고, 너도나도 파도에 가입하고자 교실로 몰려들었다.

  '파도'는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 저자 서문에 따르면 이로 인해 학교가 발칵 뒤집어 졌으며 이후 3년 동안 아무도 이 일을 입에 담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며 점차 나치의 당원과 같은 모습으로 변했던 아이들은, 겉잡을 수 없이 이에 대항하는 이들을 겁주고 위협했으며, 하급생들에게는 억지로 가입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역사 수업 시간에 나치의 잔혹상을 보고 욕을 하고 의문을 제기했던 학생들은 시간이 지나며 그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화해갔던 것이다.

  미국의 대 이라크 테러 사건이 일어난 뒤, 현지의 실상이 사진을 통해 공개되었다. 포로들을 잡아다가 인간탑을 쌓고, 러시안 룰렛 놀이를 하고, 다 보는 앞에서 성폭행하며 수치심을 주는 등등의 미국과 영국 군인들의 모습이 신문에 고스란히 담겨 배포되었다. 그러나 이 잔혹한 짓을 저지른 여군은 미국의 어느 시골마을의 착하고 성실한 효녀였다지. 왜 그런 선한 사람이 이런 짓을 저지르게 되었을까.

  역사를 돌아보면, 또 우리 주변의 현실에서도, 이런 일은 빈번하게 목격된다. "어떤 집단의 힘이 커지다 보면 거기에 속한 개인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채 자기 권리를 포기하기 쉽고, 그러다 엉뚱하게도 자기가 속한 집단 밖의 사람들을 향해서 함께 집단의 권력을 남용하고 점점 그악스러워져 얼마 후에는 아무렇지 않게 몹쓸 짓을 일삼"게 된다.

 이 책은 단지 나치들의 과거의 모습을 교실에서 잠깐 경험해 본 것으로부터 벌어진 실상을 소설화하고 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민족이나 국가의 거창한 규모가 아닌, 고작 한 마을의 고등학교, 한 교실 내 수업시간에 시작된 놀이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개중에는 이 놀이의 위험성을 지적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파도'의 적으로 취급되었다. 이들은 파도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레지스탕스가 되었으며, 교내언론을 통해 목소리를 높였고, 파도당원으로부터 위협받았다. 얼마간 진행된 작은 실험은 나치가 밟아온 길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학생들에게는 실로 엄청난 체험이었지만, 그만큼 고통도 강했다.

  역자 김재희씨는 후기를 통해 독일이 과거청산에 솔선하는 데 비해 일본이 도무지 반성을 모르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1980년대 후반부터 독일 필독서가 된 <파도>의 영향이라고 한다. 물론 이 책 하나가 독일과 일본의 차이를 명쾌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건 아니지만, 교육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멀리 떨어진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이로인해 독일 청소년들은 나치의 실상을 간접체험했으리라 생각한다.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동일한 규모로 동일한 형태로 반복되지는 않더라도, 우리의 주변에서 그 흔적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군대에서 백일 휴가 나온 사람, 군대를 갓 제대한 사람의 모습은, 이 책에서 보이는 그들과 다르지 않다. 건드리기만 하면 '이병 ooo' 관등성명을 대고, 집안에서도 똑바로 앉아 식사를 하며, 아침엔 6시가 되면 발딱 일어나 이불을 개고 씻는다. 군대를 제대한 뒤에 학교로 돌아간 복학생은 신입생을 휘어잡고 지시,명령을 하달하며, 얼차려를 준다. 자신이 훈육받은대로 그대로 실천한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느슨해진다고 그가 변한 것은 아니다. 머리 속엔 여전히 남아 나머지 생애를 살아간다.

  교육이 아닌 훈육은 무서운 결과를 불러온다. 훈육이전 아무리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집단의 광기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훈육이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옆의 동료와 함께 변신로봇이 된다. 그러지 않으면 집단으로부터 왕따를 당할테니까. 또 반복된 학습은 실제로 나의 의식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자신의 주체성과 이성을 포기한 채 광기에 사로잡힌 이들은 그 누구보다 무섭다. 그들에겐 두려울 것이 없다. 그것이 집단의 광기다. 한낮 고등학교 교실의 실험이라 가볍게 치부할 문제가 아니며, 이를 통해 일상 속의 파시즘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나치는 멀리 있지 않다. 당신 옆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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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6 19: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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