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도 문화가 있다
리 듀거킨 지음, 이한음 옮김 / 지호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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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은 아이 때부터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간이 더 하등한 동물들보다 우월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그가 세상에서 가장 모방하기 좋아하는 생물이며 처음에 모방을 통해 배우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13쪽

유전자와 다윈의 관계는 기묘하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은 유전자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제시되었는데도 옳았다. 더구나 그 이론은 유전을 다룬 구체적인 항목들에서는 틀린 부분이 많았는데도 전체적으로는 옳았다. 다윈은 "제물 gemmule"이라는 용어를 중심으로 형질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과정을 나름대로 설명했다. 그는 몸의 각 부위에서 제뮬이라는 아주 작은 입자들이 떨어져 나와 성세포로 모여든다고 믿었다. 그리고 자손의 몸 속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제뮬들이 서로 뒤섞인다고 보았다. 다윈의 생각에는 두 가지 중요한 오류가 있었다. 첬재, 몸의 각 세포는 성세포로 아무것도 떼어 보내지 않는다. 둘째, 유전의 단위(다윈의 제뮬이라고 불렀고, 우리가 유전자라고 부르는 것)는 서로 뒤섞여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 대개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멘델을 제외한 그 시대의 다른 거의 모든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다윈도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유전학의 기본적인 내용들을 깨닫지 못했다. 달리 보면, 이렇게 자연선택 이론이 유전자를 전혀 모르는 진공 상태에서 개발되었다는 사실은 그가 정말로 놀라운 통찰력과 창조성을 지닌 인물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21-22쪽

"유전자는 그 안에 담긴 것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을 복제해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일을 하도록 선택된 것이며, 나머지는 세부 사항에 해당할 뿐이다." (진화생물학에 대한 요약) -22쪽

짝 선택 모방 연구가 명확하게 말하고 있는 사항이 하나 있다. 그것은 작은 뇌를 반드시 모방의 장벽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직관에 반하는 발견은 우리가 문화를 말할 때 떠올리는 모든 것들을 뒤엎는다. 문화는 "고등"동물들만의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지능의 표지도 아니다. 평범하게 볼 때 문화는 우리가 지금껏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근본적인 힘이다. -93쪽

프리버그의 발견은 문화적 전달이 짝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째, 그것은 생애 초기에 전달된 정보가 개인이 성숙할 때까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다가, 일단 겉으로 드러나면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둘째, 이 연구는 문화적 전달이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암시한다. 수컷들은 자신을 키워준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어떤 노래를 부를지(그리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배우는 것이 분명했고, 한편 암컷들도 교사들을 지켜봄으로써 어느 수컷 형질을 매력적으로 볼 것인지 배우는 듯했다. -107-108쪽

문화가 동물 세계에서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증거들은 문화가 천성과 대립하는 힘이라는 것을 뚜렷이 보여준다. 우리는 이 힘의 작용 방식에 관한 기존의 견해를 수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예전에 생각했던 것과 달리, 문화적 전달은 영장류처럼 인지 능력이 가장 뛰어난 동물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실 이 현상의 연구는 대부분 이른바 "하등" 척추동물이라고 하는 생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왔다. 거피에서부터 새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뇌가 작은 동물들도 일종의 문화 규칙들을 짝짓기 행동과 연관짓는다. 따라서 문화적 전달은 뇌 크기와 상관이 없다. 그것은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이다. 인류가 이 강력한 진화적 힘을 독점하고 있지 않으며, 영장류나 다른 어떤 장엄한 거대 동물들이 독점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109쪽

나는 추측이 없이는 뛰어난 관찰도 독창적인 관찰도 없다는 것을 굳게 믿네.
(찰스 다윈이 앨프레드 월리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1867년) -111쪽

문화는 "학습이나 모방을 통해 당대 사람들로부터 얻는 개인의 표현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이다". 여기서 "표현형"이란 개체가 지닌 형질들의 복합체를 말한다. -113쪽

밈 개념을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이렇다.

- 모방 같은 비유전적 수단을 통해 전달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요소
- 인간의 정신에 기생적으로 감염되고 인간의 행동을 바꿈으로써 복제하는 전염성 정보 양상으로서, 인간에게 그 양상을 전파하도록 만드는 것. (도킨스가 "유전자"에 비유해 만든 용어이다.) 구호, 표어, 짧은 선율, 도상, 발명품, 유행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밈에 해당한다. 개념이나 정보 패턴은 누군가가 그것을 복제할 때까지는 밈이 아니다. 전달되는 지식은 모두 밈이다.
- 밈은 뇌에 들어 있는 정보 단위로 여겨져야한다. 그것은 뇌가 어떤 물리적 매체를 사용해 정보를 저장하든 간에 특정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 모방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무엇이든 밈이다.
- 문화 유전 단위. 문화 환경에서 자신의 생존과 복제에 "표현형적"결과를 미침으로써 자연적으로 선택되는, 입자성 단위인 유전자에 비유해 가정한 개념.

(* 밑줄그은이 주 : 마지막 것이 저자 리 듀거킨이 마음에 들어하는 정의) -145-146쪽

"밈은 나름대로 복제할 기회와 자신의 표현형 효과를 갖고 있으며, 밈의 성공이 유전자의 성공과 반드시 관련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리처드 도킨스) -150쪽

어떤 행동이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부적응할 때, 밈학자들은 그것을 밈이 작용한 결과라고 보는 반면, 진화심리학자들은 그런 행동이 제대로 설계된 정신의 반응이라고, 단지 그 정신이 원래 그 설계가 의도했던 세계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154쪽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과학이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각각을 별도로 연구하는 것보다 함께 연구하는 편이 훨씬 더 쉽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따라서 사물의 진리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싶은 사람은 과학의 특수한 한 분야를 선택해서는 안된다. 모든 과학은 서로 결부되어 있고 상호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네 데카르트, <정신 지도의 규칙>, 1629)-167쪽

오류와 과장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고의 대담성이다. 결과를 걱정하지 않고 자신이 미든 것이 옳다고 선언하는 용기인 것이다. 절대적인 진리를 소유하고 싶다면, 바보가 되든지 벙어리가 되든지 해야한다.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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