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삼성 - 이건희, 그리고 죽은 정의의 사회와 작별하기
김상봉 외 지음 / 꾸리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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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나의 우는 씨알입니다. 한 마리가 울어서 백백천천 마리와 같이 우는 민초 속의 풀벌레입니다."(함석헌)-6쪽

여시아문이라, 철학은 다른 무엇보다 존재의 고통을 듣고 증언하는 것이니, 나는 우는 소리를 들었으므로 우는 소리를 내었을 뿐이다. (김상봉)-6쪽

모두가 똑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도 남을 지배할 수 없다. 모든 권력은 불평등하게 집중된 힘에서 생겨난다. 자본권력 역시 자본의 불균등한 소유로부터 생겨나고 빈부의 격차가 큰 만큼 더 커진다. (김상봉)-18쪽

국가가 기업에 동화되고 기업화된다는 것은 국가가 독재국가가 된다는 것과 정확하게 같은 말이다. (김상봉)-18쪽

삼성불매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물을 것이다. 왜 삼성만 갖고 그러는가? 다른 재벌 기업들이, 아니 다른 중소기업들이 삼성에 비해 나은 점이 무엇인가? 하지만 이런 지문은 권력의 본질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물음이다. 그것은 마치 40년 전에 왜 ‘박정희’만이 문제인가, 모든 군인들이 또는 모든 공화당 정치인들이 다같이 나쁘지 않은가 하고 묻는 것이 어리석은 물음이었던 것과 같다. 박정희를 제거하고서야 유신독재가 끝날 수 있었고, 전두환을 권좌에서 추방한 뒤에야 비로소 신군부의 독재를 끝낼 수 있었던 것처럼, 오늘날 역시 삼성과 이건희 일가를 그 권력에서 추방하지 않고서는 기업독재를 끝낼 수 없다. (김상봉)
-19쪽

어떤 경우이든, 분명한 것은 박정희가 죽었다고 나라가 망하지 않았듯이, 삼성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쓰지 않고 다른 회사 제품을 쓴다 해서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자유와 나라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이제 우리, 삼성은 더 이상 아니라고 말하자. 그리고 삼성 제품을 쓰지 않는 것이 고상한 인간의 품위와 교양의 징표가 되게 하자. 돈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하여! (김상봉)
-27쪽

국가가 통째로 기업화되어 기업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면, 더는 시민들이 국가를 통해 정치적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해 진다. 왜냐하면 국가 자체가 기업에 의해 도구화되고 노예화되어 버려 국가 자체가 더 이상 시민적 자유의 현실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상봉)-37쪽

모든 권력의 정당성은 지배받는 민중들 자신이 그 권력을 정당한 절차를 통해 위임했을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삼성의 이건희에게 우리를 지배해 달라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권력을 위임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늘날 한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으며, 우리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이제 그의 자식이 대를 이어 우리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김상봉)-39쪽

모든 시대는 인간에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될 사람을 부른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정치인은 연예인 흉내를 내는 오렌지족도 아니고, 복잡한 정책을 말하면서 아는 척 하는 먹물도 아니며, 다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를 가진 ‘싸움꾼’이다. (김상봉)
-40쪽

삼성과 관련된 거짓말 중에 사람들이 마치 진리처럼 믿고 있는 것이 대표적으로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삼성이 온 국민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것이고, 둘은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고, 셋은 삼성을 자꾸 때리면 회사를 해외로 이전시킨다는 것이다. 첫 번째 것은 현실을 터무니없이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고, 두 번째 것은 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는 거짓말이고, 세 번째 것은 노동자나 소비자가 어떤 요구를 할라치면 암암리에 유포되는 상투적인 협박이다. (김용철)-51쪽

적어도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소비자라면 시장에 놓인 상품의 품질이나 화려한 외양만이 아니라 그 상품을 내놓은 기업이 그 사회가 지향하는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가치에 합당한 기업 행위를 하고 있는가 하는 것도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마땅하다. (김용철)-56쪽

삼성불매운동에 거는 우선적인 기대는 이런 부도덕한 기업이 만든 물건을 쓰는 것을 주저하고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김용철)-57쪽

한 나라가 ‘발전’하는 데 경제 발전의 능력은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한 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그 경제 발전 속에서 양심을 발휘하고 그 양심을 알아보고 그 양심대로 정의로운 사회와 국가를 만드는 더 고차적인 능력이 필수적이다. (홍윤기)-117쪽

"부자 옆에 줄을 서라. 산삼밭에 가야 산삼을 캘 수 있다." 서부시대나 개발시대의 졸부나 지껄일 이런 말을 내뱉는 정신 못 차리는 자는 대체 누구냐? 우리의 제일 부자 이건희다. 아무래도 이 자를 옆으로 치워둬야 비로소 이 땅에 정의가 찾아올 것 같다. (김재홍)-161쪽

가라타니 고진의 논의를 적용해 보자면, 그것은 삼성에 노동력 팔지 않기 운동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포함된 자’들이 ‘노동력 팔지 않기’를 실천하지 않는 한 불매운동은 "자본과 국가, 네이션을 함께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소비자 운동에서 멈추고 말 것이다. "김예슬 학생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내 딸에게는 그렇게 권하지 못하는 이율배반, 자본의 지양까지는 아닌더라도 좀 덜 자본스러운 삶을 꿈꾸다가 결국 소비자로서 자본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이율배반"(류동민), 이 이율배반의 현실적 근거를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류동민)-264쪽

씨앗은 열매에 비하면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농부는 가을에 태풍이 닥칠지라도 봄에 씨앗을 뿌린다. 우리가 삼성 해체와 삼성 불매를 촉구하는 까닭은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상봉)-372쪽

학벌을 없애려면 밖으로 대학을 평준화해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들 자신이 안으로부터 학벌에 대한 욕망을 버려야 한다. 세상을 바꾸려는 자 반드시 자기를 같이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가장 큰 일을 하려는 자 가장 작은 일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뜻으로 함석헌이 말했다. "나 속의 착취자 압박자를 없애라. 그러면 밖에 있는 반대자가 자연 없어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삼성불매운동이란 세상을 바꾸는 동시에 나를 바꾸는 운동이다. 참된 혁명의 불꽃은 고립된 나의 내면세계도 아니고 나 밖의 대상 세계도 아니라, 그렇게 나와 세상이 만나는 접점에서 번개처럼 촉발되는 것이다. (김상봉)-3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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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삼성 - 이건희, 그리고 죽은 정의의 사회와 작별하기
김상봉 외 지음 / 꾸리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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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바꾸지 않고선 변화도 정의도 없다. 시작은 삼성 불매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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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9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9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0-10-20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저도 삼성 갤러시 탭을 불매할려고 합니다.하지만 넘 갖고 싶군요ㅡ.ㅜ

마늘빵 2010-10-20 11:23   좋아요 0 | URL
삼성이 워낙 여러가지를 만들고 있지만 삼성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은 널려 있죠. ^^ 갤러시 탭 말고도 또 여러개 나올 거에요. 7인치 짜리는.

다이조부 2010-11-0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가는 40자평인데 일상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네요.

주인장의 블로그에 놀러 올때마다 읽고 싶은 책을 미리 읽은 부지런함에 감탄을 합니다.

확률적으로 적중률이 떨어지지만, 출판사 도서관사서 서점주인 같은 직업을 가진 분이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ㅋ

마늘빵 2010-11-09 09:34   좋아요 0 | URL
아, 공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으로 공감하기는 어렵고, 마음으로 공감해도 몸으로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렵죠. 어떤 분은 머리에서 마음까지는 먼 게 이해가 되는데, 마음에서 몸으로 가는 게 왜 어려운지는 모르겠다 하는데, 사실, 후자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도 기존에 구입한 삼성 제품이 좀 있는데, 있는 걸 버릴 수는 없고, 있는 건 그냥 쓰고, 언젠가부터 구입하지 않기 시작했어요. 대체 상품은 참 많습니다. 전 사서시켜주면 잘 할 거 같긴 한데, ^^ 사서는 아니고, 서점 관련자도 아니고, 그냥 책 애호가입니다.
 
원순 씨를 빌려 드립니다 - 대한민국 상상력 업그레이드 교과서
박원순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진보 인사의 본격 자기계발서'라고나 할까. 그동안 박원순에 대해 다룬 책은 몇 권 있었지만, 그 책들과 이 책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도서 분류에 있다. 기존의 책들이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등으로 분류되었다면 이 책은 자기계발, 실용 등으로 분류된다. 어떻게 보면 이제 진보적 메세지조차도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팔아먹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인 셈인가 생각하게 되고,또 다르게 보면 진보 인사의 메세지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타협점을 찾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박원순은 여러 직함을 거쳐 희망제작소에 안착했다. 스스로 "잘 나가는" 변호사였다고 하는 그가 잘 나가던 길을 마다하고 아름다운재단,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등을 설립하는데 일조하고 꾸려왔던 것은, 조영래 변호사와의 만남 때문이었다. 이후 그의 삶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여러 자기계발적  항목 아래 담담히 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다른 한편 자서전이기도 하다.  

  그가 거쳐온 모든 조직이 온전히 제 발로 설 수 있고,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이유는, 그가 정치성을 내세우기보다는 자신과 주변인들의 상상력을 발휘했기 때문. 그는 그간의 노하우를 '상상력'이라는 항목 아래 풀어낸다. 이름하여 5C라고 붙였는데, 박원순의 생각이라기보다는 편집자나 출판사 등 책을 만드는 이들의 생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명백히 박원순의 것이 맞다. 다섯 가지는 이렇다. consilience(통섭), credibility(믿음), community(커뮤니티), culture(문화), creativity(창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인정받기까지는 모험이 따른다.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도 들지 않고,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도 수없이 들 것이다. 이미 그런 과정을 거쳐온 박원순의 다음과 같은 말이 그런 이들에게 자신에 대한 확신과 힘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살기 위해 먹습니까? 먹기 위해서 삽니까? 당연히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지요. 좋은 인생을 살고 꿈을 이뤄내고자 직업을 택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본말이 전도되어 있습니다. 목적인 꿈과 가치보다 수단인 먹고사는 자체를 우선시합니다. 이른바 ‘먹고사니즘’에 중독된 어른들에 의해 젊은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고민해볼 틈도 없이 스펙에 갇히고 정해진 길로 내몰립니다. 측정 가능한 크기로 작아진 채 불안과 두려움의 시스템에 수동적으로 길들여져 갑니다. 젊은 꿈과 가치가 설 자리는 없습니다."   

  세상의 주류 흐름을 따라갈 때 나는 노예가 되고, 그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자기계발서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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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사랑학
목수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9월
품절


연애하는 사회는 행복하다. 연애는 인간을 굴종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에너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도 섹스도 아니고, 마음껏 ‘연애’할 것을 허락하는 사회는 그 성원들의 삶에 대한 높은 만족도로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는 동시에, 구린 구석이 별로 없는 당당하고 투명한 사회로 인정될 수도 있다. -14쪽

생존의 뒷덜미를 잡힌 비정규직들은 좀처럼 연애에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다. 자유라는 존엄한 인간의 권리를 허락받지 못한 영혼에게 연애는 감히 아름답다고 느낄 수조차 없는 진열장 속의 호화로운 보석일 뿐. 어떤 사람들에겐 연애마저 이제 사치가 되어 버린 시대에는 대신 연애산업들이 활황을 누린다. -15쪽

연애는 스펙 쌓기라는 이 시대의 의무로 인해 뒷전으로 밀린다. 스펙만 쌓고 나면, 연애는 저절로 된다? 불행하게도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 인간도 제법 고등동물인지라 스펙만 서로 맞으면 마음이 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펙이 쌓이고, 연애시장에서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두둑해지면 스펙의 시대가 허락하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한 짝짓기는 할 수는 있을 테지. 그러나 그것은 서로의 직관이 순식간에 맞부딪히고 시선이 한순간에 엉켜 버리는, 숨 막히는 열정과는 거리가 멀다. -44쪽

저항하는 개인들과 억압하는 사회의 간극이 극단적으로 벌어지면, 세상은 기울 것이다. 달이 차면 기울 듯이, 낡고 구멍 난 배에 물이 차오르다 어느 순간 두 동강이 나듯이. -63쪽

그들(68혁명을 일으킨 청년들)은 모든 생각을 벽에 적었고 그것을 읽었다. 그러자 그 모든 권리가 그들의 것이 되었다. -75쪽

연애의 성공을 결혼이라고만 한다면 한 사람의 일생에 성공하는 연애는 극히 제한적일 테지만, 연애를 통해 세상과 삶에 대한 풍요로운 폭을 갖게 된다고 인식한다면 진지한 연애를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행복한 인생이다. -95쪽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경험이 반복될수록 그들이 마음을 다해 영혼을 나누는 사랑을 완성해 갈 가능성은 줄어든다. -157쪽

이 나라 남성들에게 꼭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여자를 사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멍청한 짓이라고. 그녀들의 몸을 소비하지 말고, 그녀들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사랑하라고. 그리하여 삶의 희열과 고락을 함께 누리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라고. -165쪽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린 늘 백지가 된다. 연습할 수 없다.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사랑에 투항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느 순간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며, 그것이야말로 삶이라는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을 최대한 누리는 일이다. -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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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0-10-15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성의 사랑학

제가 읽어 봐야 할 듯한 책인 느낌도 드네요.ㅎㅎ;; 그런데 많이 바쁘신가봐요. 밑줄긋기만 올리시네요..^^

마늘빵 2010-10-15 17:29   좋아요 0 | URL
네, 정신이 없네요. ^^ 리뷰도 안 쓰다보니 계속 안 쓰게 돼요.
 
듀이 & 로티 : 미국의 철학적 유산 프래그머티즘 지식인마을 9
이유선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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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그머티스트들은 모든 지식이 문제 해결을 위한 잠정적인 지식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주의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분명히 문제 해결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참된 지식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44쪽

제임스의 프래그머티즘에서 드러나는 또다른 특징은 그가 언제나 변화, 생성, 과정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제임스는 이 우주가 정해진 법칙에 따라서 일정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매우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리 과학적으로 우주의 본 모습을 알려고 해도 제대로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우주가 다양하게 변하는 과정에는 우리 자신의 행위에 의한 결과들도 포함되기 때문에 우리도 우주가 변하는 데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거꾸로 보면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우리 자신의 경험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제임스는 사고나 의식을 늘 새롭게 변하고 있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보았다. -55쪽

퍼스는 참된 신념은 과학적인 탐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결국에는 모두 합의할 수밖에 없는 신념이며 그 신념은 실재하는 대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60쪽

퍼스가 진리를 이상적이며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반면, 제임스는 우리의 경험들 속에서 진리의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 제임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참된 신념이 우리에게 얼마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주는가 하는 점이다. 제임스가 말하는 ‘만족’이라는 말은 좁은 의미에서 보면 신념이 경험에 의해 확증되어 만족스러움을 느낀다는 뜻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신념을 가진 사람이 그런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로도 생각할 수 있다.-62쪽

제임스는 선과 악, 질서와 무질서가 뒤섞여 있는 이 세계를 사람들이 노력해서 좀더 나은 방향으로 꾸준히 개선할 수 있다고 믿지만 이런 일이 인간의 힘만으로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종교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을 때 그런 일을 더 잘할 수 있다. 말하자면 신의 존재를 믿고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면 신이 보답을 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제임스가 말하는 신은 전지전능한 절대적인 신이 아니다. 신은 모든 것을 자신의 뜻에 따라서 이루어나가는 존재가 아니라 반드시 인간의 힘을 필요로 하는 유한한 존재다. 미래는 신에 의해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이 유한한 신을 믿으며 세계를 더 나은 쪽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세계가 제임스가 바라보는 다원적 우주다. -73-74쪽

퍼스는 실재란 그것을 인식하는 우리의 마음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참된 지식, 곧 진리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지식이 우리에게 단지 유용해서가 아니라 실재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79쪽

(듀이의 입장) 엘리트주의가 잘못된 둘째 이유는 설사 그런 형태의 정치가 사회와 개인을 최고로 발전시킨다고 하더라도 그 방법이 옳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를 개선하고 개인의 능력을 계발하는 이유는 저마다 더 잘살고 싶어서다. 잘산다는 것은 각 개인이 원하는 삶을 산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아무리 풍족하고 풍요로운 삶을 산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사람에 의해서 인도되거나 강제된 삶이라면 우리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 속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문제다. -117쪽

(로티의 입장) 어떤 언명이 참이라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실천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입증된 지식이라고 해도 언젠가 오류로 드러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태도는 퍼스의 오류가능주의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진리의 문제에 관해 이렇게 오류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인물을 로티는 아이러니스트라고 부르고 있다.
-132쪽

로티는 우리의 자아와 마찬가지로 공동체 역시 역사적인 우연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곧 우리 공동체를 이끌어갈 원리가 어떤 보편적인 진리 위에 기초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중략) 공적인 영역에서 무엇이 옳은가 하는 것은 실천적인 결과를 통해서 현실적으로 검증되어야 할 문제이지 관념적으로 논증을 통해서 주장할 문제는 아니다.
-141쪽

논리실증주의란 우리의 언어를 명료화함으로써, 겉보기에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런 문제도 아닌 철학의 사이비 문제를 걸러내 ‘과학적인 철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학파의 이름이다.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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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0-10-11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게 발췌해 놓으셨네요.^^ <듀이&로티>는 가장 뛰어난 프래그머티즘 입문서로 꼽을만한 것 같아요. 잘 지내시죠?^^

마늘빵 2010-10-12 17:24   좋아요 0 | URL
^^ 입문서로 괜찮습니다. 저도 뭐 궁금한게 있어서 찾아봤어요. 다 해소가 되지는 않았는데 줄기는 잡았습니다. 요새 뭐 일하고 놀고 하느라 바쁘네요. 혼자서도 뭐가 이렇게 바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