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 씨를 빌려 드립니다 - 대한민국 상상력 업그레이드 교과서
박원순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진보 인사의 본격 자기계발서'라고나 할까. 그동안 박원순에 대해 다룬 책은 몇 권 있었지만, 그 책들과 이 책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도서 분류에 있다. 기존의 책들이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등으로 분류되었다면 이 책은 자기계발, 실용 등으로 분류된다. 어떻게 보면 이제 진보적 메세지조차도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팔아먹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인 셈인가 생각하게 되고,또 다르게 보면 진보 인사의 메세지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타협점을 찾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박원순은 여러 직함을 거쳐 희망제작소에 안착했다. 스스로 "잘 나가는" 변호사였다고 하는 그가 잘 나가던 길을 마다하고 아름다운재단,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등을 설립하는데 일조하고 꾸려왔던 것은, 조영래 변호사와의 만남 때문이었다. 이후 그의 삶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여러 자기계발적  항목 아래 담담히 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다른 한편 자서전이기도 하다.  

  그가 거쳐온 모든 조직이 온전히 제 발로 설 수 있고,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이유는, 그가 정치성을 내세우기보다는 자신과 주변인들의 상상력을 발휘했기 때문. 그는 그간의 노하우를 '상상력'이라는 항목 아래 풀어낸다. 이름하여 5C라고 붙였는데, 박원순의 생각이라기보다는 편집자나 출판사 등 책을 만드는 이들의 생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명백히 박원순의 것이 맞다. 다섯 가지는 이렇다. consilience(통섭), credibility(믿음), community(커뮤니티), culture(문화), creativity(창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인정받기까지는 모험이 따른다.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도 들지 않고,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도 수없이 들 것이다. 이미 그런 과정을 거쳐온 박원순의 다음과 같은 말이 그런 이들에게 자신에 대한 확신과 힘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살기 위해 먹습니까? 먹기 위해서 삽니까? 당연히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지요. 좋은 인생을 살고 꿈을 이뤄내고자 직업을 택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본말이 전도되어 있습니다. 목적인 꿈과 가치보다 수단인 먹고사는 자체를 우선시합니다. 이른바 ‘먹고사니즘’에 중독된 어른들에 의해 젊은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고민해볼 틈도 없이 스펙에 갇히고 정해진 길로 내몰립니다. 측정 가능한 크기로 작아진 채 불안과 두려움의 시스템에 수동적으로 길들여져 갑니다. 젊은 꿈과 가치가 설 자리는 없습니다."   

  세상의 주류 흐름을 따라갈 때 나는 노예가 되고, 그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자기계발서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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