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소감은 정말이지 놀랍다라는 말로 밖에는 표현이 안됐다. 대단한 영화다. 이 영화가 대단한 것은 첫째, 영화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화박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그 긴박감을 연기해낸다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고 할지라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일 터. 둘째, 실제 이 영화의 제작비가 얼마나 투자됐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볼 땐 별로 돈이 안들었을 것 같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이라고 해봐야 전화박스 한대가 고작이기 때문이다. 화면에 가끔씩 비춰지는 스투 부인의 집이나 뉴욕 한복판의 빌딩들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돈이 필요한 장면은 아니고, 기껏해야 경찰차 몇 대 동원되는 비용이 고작일터. 초저예산 영화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 뛰어난 영화다. 보는 내내 온몸에서 땀이 났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극작가 래리 코언의 머리속에서 20년간 묵혀온 시나리오라고 한다. 그러나 공중전화박스를 이용한 영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추상적인 뭔가가 있었을 뿐이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로 나오지 않았기에 20년이란 세월이 필요했고, 감을 잡은지 일주일만에 시나리오는 완성됐다고 한다. 전화박스라는 좁은 공간을 내내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 작품이기에 줄거리가 탄탄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성공했다.

관객에게 주목받는 부분은 전화박스 한대. 그리고 범인과 스투와의 전화내용이 전부다. 영화내내 등장하는 범인의 목소리의 주인공은 정작 영화에는 등장하지도 않지만(누가 범인인지 모르겠다) 주인공을 둘 뽑는다면 그 둘이 될 것이다. 주인공 하나는 영화내내 화면에 나오고, 하나는 목소리만 나오는 정말 특이한 구조의 영화.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들 중 이렇게 충격적인 영화는 처음이었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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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메이커'는 인디언 전설에서 유래한 말로 가뭄이 들었을 때 하늘에 제사를 올려 단비를 청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기업에서는 조직에 단비를 내리는 사람, 즉 탁월한 이익을 가져다 주는 세일즈맨을 일컫지만 영화 속 ‘레인 메이커’는 주인공 루디가 힘겹게 싸워나가던 부도덕한 로펌 변호사들다. 부유한 의뢰인의 소송만을 맡아하며 회사에 더러운 돈을 많이 벌어주는 변호사들이 바로 영화가 비꼬고 있는 레인 메이커인 셈이다.(엠파스 검색 참고)

결국 영화의 '레인메이커'는 루디의 상대인 로펌 변호사들을 일컫는 것인데, 반대로 루디를 '레인메이커'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가뭄에 들었을 때 하늘에 제사를 올려 단비를 청하는 사람이라면 확률없는 게임에 변호사를 자청하고 나서 사건을 승리로 이끈 초짜변호사가 레인메이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레인메이커'가 누구를 지칭하건 이 영화는 오랫만에 본 가슴이 찡하면서도 통쾌함, 짜릿함,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영화이다. 변호사 자격증도 없는 신출내기 루디가 어떻게 법정에서 변호사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 아는 것도 없어 재판 중 계속 헤매는 그는 결국 유능한 로펌 변호사 집단을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상대 회사를 아예 망하게 만든다. 오히려 회사가 망해버리는 거대한 승리를 낚음으로써 그는 변호사 수임료를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됐지만 이 사건을 맡으면서 그는 수임료를 염두해둔 것은 아니었다. 정말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 했던 것이다.

나는 <레인메이커>와 같은 법정 영화들을 좋아한다. 재판중 오가는 검사와 변호사의 변론과정과 증거 확보와 진상규명을 위한 그 뒷편의 모험들, 그리고 끝내 정의가 이기는 이 짜릿함은 나를 법정영화 매니아로 만들었다. <레인메이커> 강력 추천!!



붙임 : 법에 관한 개인적인 견해

개인적으로 '법'은 있는자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법이 기초하고 있는 헌법의 추상적 문구들은 만인을 동일선상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약자에겐 최후의 보루이다. 혹자는 법이 있는자에게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또 지금의 법이 악법이라고 하더라도 지켜야 한다고 하지만 내겐 그 법은 거부해야할 대상이다. 그리고 헌법조문에 비춰보면 그 법들은 사실 헌법과 모순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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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우드식 황당영화를 베낀 참 재미없고 유치한 영화다. 기왕 보기 시작한 것이 아까와 끝까지 어쩔 수 없이 본 영화. 오로지 그래도 끝까지 보고 영화감상이나 써보자며 참고 참고 인내해가며 참을 인자 세 개가 눈에 아른거렸던 영화. 출연진이 그다지 나쁜 것도 아닌데 왜 영화가 이 모냥 이 꼴일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던 영화. 온갖 악평을 달아도 모자를 영화. 공일오비의 윤종신이 음악생활 13년만에 처음으로 영화음악에 손을 댄 영화이고, 유희열, 롤러코스터, 하림 등 쟁쟁한 가수들이 참여해 오에스티를 만들었지만 빛을 발하지 못한 영화. 영화에 나오는 기차만 만드는데 2억 5천을 쏟았다는데 이 영화에 왜 돈을 퍼부었을까 생각나게 하는 영화.

나는 이 영화를 만든 장항준 감독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에 대해 어떤 악연으로 이런 악평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정말 너무도 지루하고 재미없고 황당하고 짜증나는 영화인지라 영화를 본 100분이 아까웠다. 백수놀이 7개월째하면서 남아 도는 것이 시간이건만 그 남는 시간중 두 시간도 채 안되는 100분을 투자하여 이 영화를 본 것이 너무도 허탈하다.

오로지 이승우가 출연한 이유는 300원짜리 일회용 싸구려 빨간 라이터를 돌려받기 위한 것. 영화 내내 엄청나게 두들겨맞고도 끝내 라이터를 돌려받으려는 그의 굳은 의지는 그냥 길거리에서 구걸을 해 똑같은 일회용 300원짜리 빨간 라이터를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론 영화니까, 재밌는 설정을 하려고 하니까 그리된 것인데 그 설정이 너무도 황당하고 어이없다.

줄거리도 구성도 연기도 빈약한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긴급조치 19호> 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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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실리 2Km>의 '시실리 2Km'는 영화 초반에 나오는 길안내 표지판의 글자다. 조직의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시실리라는 마을로 도피한 석태와 그를 쫓는 양이와 그 일당. 그러나 정작 무서운 것은 석태를 쫓는 조폭 일당도, 시실리의 버려진 학교에 사는 처녀귀신도 아닌, 마을주민들이다.

다이아몬드에 환장한 마을주민에 쫓겨 학교로 도피한 양이와 처녀귀신의 만남. 처녀귀신의 사연깊은 죽음을 들은 양이는 귀신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동시에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양이 역시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이 영화는 코믹공포조폭스릴러 짬뽕영화라는 평에 한가지 더 아련한 교훈까지 안겨주는 영화가 되어버린다.


권오중, 난 엑스트라가 아냐.

마을주민들은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줄 알고 그의 콧구멍에 껴있는 다이아몬드 한 조각을 훔쳐내고 그들이 사는 집 방 한칸에 그를 세워묻은 뒤 벽돌과 시멘트로 잘 발랐다. 하지만 석태는 그 안에서도 살아남고 결국은 어이없게도 벽에 박힌 못이 머리를 관통하며 죽게 된다. 하지만 석태를 연기한 권오중의 출연이 영화초반 여기서 끝날거라는 예감은 어이없이 빗겨나간다. 권오중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등장한다. 죽다 살다 죽다 살다 끝내는 처녀귀신이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 마을주민들과 싸우는 장면에서도 권오중은 끈질기게 등장한다. 역시 엑스트라는 아니었다.


이렇게 착한 귀신을 봤나

생전 보다보다 공포를 빙자한 코믹영화라지만 그래도 공포영환데 이렇게 착한 귀신을 보기는 처음이다. 도망자의 상처를 보살펴주고 치료해주고 눈물까지 보이는 이 착한 귀신은 위기에 처한 조폭대장 양이를 마을사람들로부터 구해낸다. 영화를 보다보면 마을사람들이 귀신인지, 이 착한 귀신이 귀신인지 헷갈릴정도다. 귀신은 나쁘다라는 편견은 버려!


혹자는 이 영화를 실패작으로 간주하며 짬뽕을 너무 심하게 한 나머지 코믹, 조폭, 공포, 스릴러 뭐 하나 건질게 없다는 가혹한 평을 내리기도 하지만, 내게는 유쾌한 코믹공포영화였다. 감상평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 마련. 대개의 흥행성공작들이 뜨거운 찬사를 받는 반면 어떤 영화들은 찬사와 비난을 함께 받기도 한다. 이 영화가 그런 케이스가 아닐지.

그렇게 대단하고 위대한 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한바탕 웃을 수 있었고 본 후에 불쾌하지도 않은 뒤끝없는 상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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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벨리 오브 비스트>는 태국을 배경으로 홍콩 영화 감독 정소동과 미국의 동양액션 배우 스티븐 시걸이 함께 만나 만들어진 영화다. 스티븐 시걸이 출연한 일반 다른 액션영화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스티븐 시걸에 의한, 스티븐 시걸을 위한 영화다.

대개의 액션들이 '영웅만들기'를 그 중심에 두고 있음은 이 영화를 통해서도 증명할 수 있다. 태국 내의 테러집단에 대적해 홀로 싸우는 스티븐 시걸은 흔하디 흔한 타박상 정도도 입지 않은 채 아주 쉽게 총과 칼을 든 적들을 물리친다. 그것도 맨 손으로 말이다. 물론 중간중간 칼을 들기도 하고, 창을 들기도 하고, 총을 들기도 하지만, 그의 주요 무기는 주먹이다. 스티븐 시걸의 딸이 미 상원의원의 딸과 각각의 남자친구와 함께 폭포수 아래서 물놀이를 하던 중 두 남친은 죽고 여자 둘만 테러집단에 납치된다. 이들을 인질로 미국에 대해 그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것. 하지만 이들의 실체는 태국 내 반정부 테러집단이 아니라 오히려 그 테러집단을 몰살함으로써 부수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다른 집단이었다. 대상이 누구건 스티븐 시걸의 목표는 딸 구하기. 결국 구출은 성공하고 뒤늦게 도착한 태국 특공대는 이미 끝난 상황에 스티븐 시걸 앞에 무기력한 존재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는 다분히 기존의 액션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유일한 볼거리는 뚱뚱하고 늙은 몸을 이끌고도 태극권(?), 가라테, 합기도 등의 동양무술을 사용하며 악당들을 제압하는 스티븐 시걸의 색다른 액션연기다. 힘들이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특유의 중국무술은 눈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이를 뺀다면 볼거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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