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실리 2Km>의 '시실리 2Km'는 영화 초반에 나오는 길안내 표지판의 글자다. 조직의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시실리라는 마을로 도피한 석태와 그를 쫓는 양이와 그 일당. 그러나 정작 무서운 것은 석태를 쫓는 조폭 일당도, 시실리의 버려진 학교에 사는 처녀귀신도 아닌, 마을주민들이다.

다이아몬드에 환장한 마을주민에 쫓겨 학교로 도피한 양이와 처녀귀신의 만남. 처녀귀신의 사연깊은 죽음을 들은 양이는 귀신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동시에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양이 역시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이 영화는 코믹공포조폭스릴러 짬뽕영화라는 평에 한가지 더 아련한 교훈까지 안겨주는 영화가 되어버린다.


권오중, 난 엑스트라가 아냐.

마을주민들은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줄 알고 그의 콧구멍에 껴있는 다이아몬드 한 조각을 훔쳐내고 그들이 사는 집 방 한칸에 그를 세워묻은 뒤 벽돌과 시멘트로 잘 발랐다. 하지만 석태는 그 안에서도 살아남고 결국은 어이없게도 벽에 박힌 못이 머리를 관통하며 죽게 된다. 하지만 석태를 연기한 권오중의 출연이 영화초반 여기서 끝날거라는 예감은 어이없이 빗겨나간다. 권오중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등장한다. 죽다 살다 죽다 살다 끝내는 처녀귀신이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 마을주민들과 싸우는 장면에서도 권오중은 끈질기게 등장한다. 역시 엑스트라는 아니었다.


이렇게 착한 귀신을 봤나

생전 보다보다 공포를 빙자한 코믹영화라지만 그래도 공포영환데 이렇게 착한 귀신을 보기는 처음이다. 도망자의 상처를 보살펴주고 치료해주고 눈물까지 보이는 이 착한 귀신은 위기에 처한 조폭대장 양이를 마을사람들로부터 구해낸다. 영화를 보다보면 마을사람들이 귀신인지, 이 착한 귀신이 귀신인지 헷갈릴정도다. 귀신은 나쁘다라는 편견은 버려!


혹자는 이 영화를 실패작으로 간주하며 짬뽕을 너무 심하게 한 나머지 코믹, 조폭, 공포, 스릴러 뭐 하나 건질게 없다는 가혹한 평을 내리기도 하지만, 내게는 유쾌한 코믹공포영화였다. 감상평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 마련. 대개의 흥행성공작들이 뜨거운 찬사를 받는 반면 어떤 영화들은 찬사와 비난을 함께 받기도 한다. 이 영화가 그런 케이스가 아닐지.

그렇게 대단하고 위대한 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한바탕 웃을 수 있었고 본 후에 불쾌하지도 않은 뒤끝없는 상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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