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알랭 드 보통의 번역된 저서 중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읽은 책. <여행의 기술>. 물론 그의 번역된 책 중에서 절판된, 지금은 도서관에나 가야 만날 수 있는 또다른 저서가 있긴 하다. <섹스 쇼핑 그리고 소설>이 그것인데, 요놈도 얼른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난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걸 별로 안좋아하는 위인인지라. 그렇다고 다 사보는 건 아니고 친구나 동생 것을 빌려 읽기는 한다. 그러나 웬만하면 사서 보는 걸 선호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집에 책이 많은건 아니다. 워낙 읽는 속도도 느리고 이런저런 핑계로 잘 읽지도 않기 때문에.

  지금껏 읽은 알랭 드 보통의 저서들 모두 나에게 별 네개 이상씩의 만족은 안겨주었고, 그렇기에 난 그의 책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구입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 역시  내게 별 네 개 정도의 만족을 안겨주었다. 별 하나 부족의 이유는 내가 여기 나오는 여행의 장소들에 대해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여행한 그 장소들을 이미 다녀왔다면 이 책을 읽을 때 더 밀착하여 읽을 수 있었을텐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여행이라는 건 순전히 '머리 속의 여행'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여행에 관한 이 책은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이 나로 인해 증명되었다. 난 여행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보통씨가 사색하는 그것을 좋아했다.

   이 책의 순서는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그리고 귀환 이렇게 다섯부분으로 나누어져있고, 여행의 할 때의 출발시의 주의점, 장소 등에 대해서부터 시작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의 그것까지 다루고 있다. 여행할 때의 시간순에 맞춰서 책의 순서를 배열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은 순수하게 여행에 대해, 여행장소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여행을 통해 그가 느낀 것, 호기심, 숭고함, 아름다움, 습관 등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사색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오히려 여행의 시간적 기록은 찾아볼 수 없고, 띄엄띄엄 그가 본 것이 시작이 되어 끝없이 그의 머리 속에서 펼쳐지는 사색의 향연을 즐기는 것이 이 책의 주 내용이다.

 "귀중한 요소들은 현실보다는 예술과 기대 속에서 더 쉽게 경험하게 된다. 기대감에 찬 상상력과 예술의 상상력은 생략과 압축을 감행한다. 이런 상상력은 따분한 시간들을 잘라내고, 우리 관심을 곧바로 핵심적인 순간으로 이끌고 간다. 이렇게 해서 굳이 거짓말을 하거나 꾸미지 않고도 삶에 생동감과 일관성을 부여하는데, 이것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보푸라기로 가득한 현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P27)

  "상상력은 실제 경험이라는 천박한 현실보다 훨씬 나은 대체물을 제공할 수 있다."(P43)

  어쩌면 이 책은 일종의 대중적 미학 서적이 될수도 있겠다. 건물과 거리거리마다의 느낌, 그리고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들, 이를 통해 펼쳐지는 숭고와 미학. 예술작품에도, 미학에도, 여행에도 문외한인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솔직히 내가 잘 아는 이들이 아니라 어렵게 느껴졌다. 물론 다 들어본 이들이다. 이름만. 위스망스, 보들레르, 에드워드 호퍼, 귀스타브 플로베르, 알렉산더 폰 훔볼트, 윌리엄 워즈워스, 에드먼드 버크, 빈센트 반 고흐, 존 러스킨 등등 이들의 이름은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니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안내자가 되어 나와 여행을 떠나고 있으니 난 읽을 때마다 나의 무지를 한탄하고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고 고개만 끄덕일 밖에.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p46)

  알랭 드 보통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독자의 몫까지도 지나치게 사색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가 펼치는 자랑질이다. 난 이만큼 알고 이만큼 똑똑해. 그래 너 잘났다. 이런 식이 되는 거다. 보통이 그걸 의도하고 책을 쓰지는 않겠지만 일단 그가 똑똑한 것은 인정하자. 많이 안다는 것은 인정하자. 하지만 그는 너무도 자신이 아는 것을 현학적으로 그려낸다. 좀더 쉽게 안될까?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난 나의 무지를 깨닫고 아 이런 멍청이 머 아는게 하나도 없냐 이런식의 자기비판을 하고 있으니 그의 책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아니 뭐 이래. 나이 먹은 움베르트 에코 쯤 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는 고작 30대의 젊은 스위스 철학자 아냐? 너무한걸.

  <여행의 기술>에는 어떻게 여행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적 기술은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여행안내서가 아니라 철학에세이다. 미학에세이다. 그러니 나같이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는, 갈 계획도 없는 이들이 읽어도 무방한 것이다. 자 그를 통해 이제 머리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사색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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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08-2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잘난척 하는 똑똑한 스위스 젊은 철학자에게 아주 푹 빠져 있습니다. 우호호호... 게다가 미남이지 않으시옵니까? ㅋㅋ

마늘빵 2005-08-22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저도 푹 빠지긴 했습니다. 잘난척도 밉지가 않더군요. 미남이 해서 그런가? 난 남자 별로 안좋아하는데.
 
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최인훈의 <광장/구운몽> 중의 <구운몽> 부분. 흔히들 <구운몽>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김만중의 <구운몽>과 최인훈의 <구운몽>을 함께 이야기한다. 어떤 관계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난 김만중의 <구운몽>이라는 것은 학교 다닐 적 시험을 위해 김만중이라는 사람이 <구운몽>이라는 소설을 썼다 라는 사실 이외에는 아는 바가 없으므로.

  구(九). 운(雲). 몽(夢). 아홉 구. 구름 운. 꿈 몽. 아홉 구름의 꿈? 인생무상을 논하는 것인가. 모든 것이 한낱 꿈이더라. 현실에서 시작해 꿈으로 도망가고 다시 현실과 맞닥뜨린다. 이런식의 구도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많이 써먹은 방법이기도 하다.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도 현실-꿈-현실로 이어지는 구도는 아니었지만, 지금껏 진행된 모든 것이 한낮 꿈이었다 라는 식으로 끝냄으로서 그동안 열심히 본 시청자들에게 허무감을 안겨주기도 했고, 역시 현실-꿈-현실의 구도는 아니지만, 영화 <달콤한 인생>도 구름에 붕 뜬 삶을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안겨주기도 했다.

  독고민은 자신의 집 마룻바닥에 떨어진 한 통의 편지를 보고 놀랬다. 그것은 숙이가 보낸 것이었고, 그녀는 민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숙이는 독고민이 미국 부대에서 그림을 그리며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만난 여자이다. 민은 그녀를 사랑했다. 그런 그녀가 자취를 감추고 이제는 민을 만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녀는 약속장소에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편지날짜를 확인한 그는 이미 약속날짜가 지났음을 확인 그녀에게 편지를  쓰다 잠이 든다.

  꿈의 시작. 스피커를 통해 거친 음성이 흘러나온다. 자유를 찾기 위해 정부에 대항합시다. 혁명군의 목소리다. 아 혁명이 났구나. 한 건물로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그를 보고 사장이라며 뭘 결단내리란다. 난 사장이 아니에요. 그들을 피해 다른 문으로 들어갔더니 웬 아리따운 무용수 20여명이 춤을 추고 있다. 흐흐. 독고민은 그들에게 발레 선생이었다. 뭐냐? 그녀들이 추근덕거리고, 민은 그녀들을 피해 도주한다. 그랬더니 웬 감방? 황당하게 들어선 감방에서 웬 여자 하나가 또 그를 쫓아온다. 또 도망간다. 그랬더니 갈수록 태산이다. 이제 반란군의 수령이 되었다. 그리고 총에 맞았다. 하지만 방탄복을 입어 살았고 무용수중의 늙은댄서가 그를 부축해 어느 문으로 들어간다. 다음 날 아침. 독고민은 얼어죽었단다. 몽유병이라고 한다.

  독고민은 고고학에 관한 영화를 봤다. 그리곤,

  여자가 남자의 옆 모습에 눈을 주며 입을 연다.

  "민!"

  "..."

 이쪽은 말이 없이 눈으로 대답.

  "그런 시대에도 사람들은 사랑했을까?”

  남자는 그 물음에도 여전히 대답이 없이 우둑 걸음을 멈춘다. 여자도 선다. 남자가 두 손으로 여자의 팔을 잡는다.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신기한 보물을 유심히 사랑스럽게 즐기듯.

  "깡통. 말이라고 해? 끔찍한 소릴? 부지런히 사랑했을 거야. 미치도록. 그 밖에 뭘 할 수 있었겠어"

  남자는 잡고 있던 여자의 겨드랑 밑으로 팔을 넣어, 등판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두 손바닥으로 여자의 부드러운 뒤통수를 꼭 붙들어서 꼼짝 못하게 만든 다음, 입을 맞춘다. 오랫동안.

  하늘에는 꽃불. 땅에는 훈풍과 아름다운 가락. 플라타너스 잔가지가 간들간들 흔들린다. 잎사귀가 사르르 손바닥을 비빈다.

  그들의 입맞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의 머리는 혼란스러웠다. 최인훈의 <광장>을 읽었을 때의 좌냐 우냐 아니면 중도냐 그것도 아니냐? 의 혼란이 아니라, 도대체 뭔 내용이래 하는 혼란. 실컷 읽고 났더니 머리가 벙찐 기분이다. 쇠파이프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그리곤 내가 꼭 나의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파아란 하늘의 뭉게구름 위에 둥실둥실 떠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곤 이내 낙하산도 없이 땅으로 푹 꺼진 느낌. 멍 하니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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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22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에 있음 뛰어 내리고 싶은 기분이죠 ㅠ.ㅠ

마늘빵 2005-08-2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일어나서 이부자리도 아직 정리하지 않고 컴터 켜고 이짓하고 있어서 그런가. 아직도 머리가 멍한데요?

물만두 2005-08-22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리스 2005-08-22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일어나서 이부자리도 정리하지 않고 서재질에 몰두하는 모습 상상! 캬호호..

마늘빵 2005-08-22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늦게 일어나서 그런지 오늘 하루가 굉장히 짧군요. 하려고 계획하고 있던 것들을 하나도 끝낸게 없습니다.
 
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구판절판


"그런 시대에도 사람들은 사랑했을까?"
남자는 그 물음에도 여전히 대답이 없이 우둑 걸음을 멈춘다. 여자도 선다. 남자가 두 손으로 여자의 팔을 잡는다.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신기한 보물을 유심히 사랑스럽게 즐기듯.
"깡통. 말이라고 해? 끔찍한 소릴? 부지런히 사랑했을 거야. 미치도록. 그 밖에 뭘 할 수 있었겠어"
남자는 잡고 있던 여자의 겨드랑 밑으로 팔을 넣어, 등판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두 손바닥으로 여자의 부드러운 뒤통수를 꼭 붙들어서 꼼짝 못하게 만든 다음, 입을 맞춘다. 오랫동안.
하늘에는 꽃불. 땅에는 훈풍과 아름다운 가락. 플라타너스 잔가지가 간들간들 흔들린다. 잎사귀가 사르르 손바닥을 비빈다.
그들의 입맞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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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08-2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히 사랑을... 아, 그렇군요. 저 표지가 참 낯이 익네요. ㅎㅎ
<광장>을 읽던때가 도대체 언제였는지, 제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학교에 가며 읽고 있었는데 웬 아저씨가 끊임없이 <광장>에 대해 설교를 늘어놓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히피드림~ 2005-08-22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 닭살 ^^

마늘빵 2005-08-22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 ^^
펑크님 / ㅋㅋ 아름답잖아요.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구판절판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12쪽

"귀중한 요소들은 현실보다는 예술과 기대 속에서 더 쉽게 경험하게 된다. 기대감에 찬 상상력과 예술의 상상력은 생략과 압축을 감행한다. 이런 상상력은 따분한 시간들을 잘라내고, 우리 관심을 곧바로 핵심적인 순간으로 이끌고 간다. 이렇게 해서 굳이 거짓말을 하거나 꾸미지 않고도 삶에 생동감과 일관성을 부여하는데, 이것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보푸라기로 가득한 현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27쪽

"상상력은 실제 경험이라는 천박한 현실보다 훨씬 나은 대체물을 제공할 수 있다"(데제생트)-43쪽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46쪽

"18세기 말부터는 공동체의 관행이 아니라 방랑자가 되는 것에서 동료의식이 생겨난다. 따라서 자연과 공동체의 매개는 일반적인 사회의 엄격함, 냉혹한 금욕, 이기적인 편안함이 아니라 본질적인 고립과 침묵과 외로움에 맡겨지게 된다."
(레이먼드 월리엄스, <시골과 도시>) -86쪽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142쪽

"우리가 관객으로서 어떤 화가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어떤 특정한 장면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특징을 그 화가가 골라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화가가 어떤 장소를 규정할 만한 특징을 매우 예리하게 선별해냈다면, 우리는 그 풍경을 여행할 때 그 위대한 화가가 그곳에서 본 것을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248쪽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은 어떤 장소 자체에 내재한 특질들에 의해 또는 우리 심리의 내부 회로에 의해 결정이 나는 것 같다. 따라서 어떤 아이스크림이 특히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듯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장소에 대한 느낌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251쪽

"원래의 모습에는 감탄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닮게 그린 그림에는 감탄하니, 그림이란 얼마나 허망한가"(파스칼 <팡세>) -282쪽

"나는 목수를 화가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목수로서 더 행복하게 살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러스킨)-300쪽

"나는 보는 것이 그림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그림을 배우기 위하여 자연을 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을 사랑하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라고 가르치겠습니다."(러스킨)-322쪽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파스칼, <팡세>)-329쪽

"여행을 하는 심리란 무엇인가? 수용성이 그 제일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면, 우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새로운 장소에 다가가게 된다."-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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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8-20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문장 투성이군요. ^^

마늘빵 2005-08-20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머 하나 뺄게 없습니다. 이거 올릴 때 컴터가 세번 그냥 꺼지는 바람에 고생했습니다. -_-;

이리스 2005-08-2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그런 일이.. 고생하셨습니다앙~

마늘빵 2005-08-2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해요. 노트북인데 요새 자꾸만 알아서 꺼지네요. 뭐가 문제인지...

이리스 2005-08-21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볼때는 말이죠, 노트북이 더위를 먹고 기력이 쇠한거 같아요.
보약이라도 한 재 달여 먹이심이..
쿨럭.. 후다닥~

마늘빵 2005-08-2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 구두님이 사주세요.

이리스 2005-08-2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또.. 노트북을 위한 보약은 흠.. 포옹이 아닐까요? 캭.. -.-
노트북아.. 너 힘든거 내 다안다카이.. 하면서 와락~ ㅎㅎㅎ

마늘빵 2005-08-2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은 컴맹. ㅋㅋㅋ

이리스 2005-08-2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 그런가여? 사실 저는 모든 가전제품을 비롯하여 각종 기기와 주변의 사물과 대화를 하는 사이코스러운 면이 --; ㅎㅎㅎ

마늘빵 2005-08-2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잘잤니? 노트북" 이렇게요?

이리스 2005-08-22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뭐 그런식인거죠. 그러나 좀 더 친근하게 불러요. 이를테면 노트북아.. 아니면 트북아.. 이런.. 으윽 -.,-
 

 

* 사랑에 대한 단상 #1

 먹을만치 나이 먹었지만 난 사랑에 대해선 자신이 없다. 말 할 자신이. 사랑이 어떤 것인지. 사람들마다 자신의 인생에서 몇 차례의 이성을 만나고, 좋아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경험한다. 물론 몇 차례가 아닌 단 한차례 일수도 있고, 수십차례일수도 있다. 어쨌든 누군가를 만나고 좋아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이미 과거가 된 그들을 두고서, 누군가 내게 그렇게 묻는다면?

 "사랑했던 사람이 있습니까" 

 난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누구를 '사랑했던 여자'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누구를 '좋아했던 여자'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누구를 '그냥 잠시 만난 여자'의 카테고리로 분류해야할까. 물론 이 세 카테고리는 후배로서, 동료로서, 친구로서, 선배로서, 그냥 아는 여자로서 만난 친분이 있는 여성들을 제외하고, 적어도 호감을 가지고 만났던 이들에게만 해당될터. 잠시 만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짧게 헤어진 이들도 있고, 호감만 가지고 있고 말도 제대로 못붙여보고 마음에서만 떠나 보낸 사람도 있고, 아주 오랜 기간 좋아하다가 사귄 사람도 있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이 사람이다 싶을 정도로, 내 안에 이런 열정이 있구나 느낄 정도로 만났던 사람도 있고, 혼자 좋아하다 보낸 사람도 있다.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유형의 만남을 했다. 그런데 어느 누구를 좋아함의 카테고리로, 사랑함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것인가. 부질 없는 짓.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난 지금껏 두 사람을 사랑했었다, 단 한 사람만을 사랑했었다, 내 인생에서 사랑은 아직 없었다 등등의 말을 하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나 역시도 두 사람을 '사랑'이라는 카테고리 속에 집어넣었지만 그게 어떤 의미일까 라는 물음이 곧 다가왔다. 내게 두번의 사랑이 왔었다. 그래서 뭐.   난 정말 몰라서 묻는거다.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사랑에 대한 단상 #2 

  어쩜 난 사랑을 해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사랑이란걸. 어쩜 난 사랑이라는 걸 애초 할 수 없는 인간인지도 모른다. 자의식이 너무 강해서. 자기애가 너무 강해서. 난 나를 제일 우선으로 생각한다. 니 까짓게 뭐가 그리 대단한데? 뭐가 그리 중요한데? 어떤 이들은 사랑하면 내가 아닌 그 사람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단 한차례도 난 그런적 없다. 그 어떤 순간에조차도 난 내가 우선이었다. 이기적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그게 솔직한 거니깐. 내 목숨을 바쳐 그녀를 사랑한다? 난 아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 혹시 위험한 상황이 실제로 닥치면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내 머리 속 이성의 작동방식에 따르면 난 절대 그러지 못한다. 우선 내가 살고 봐야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목숨을 내놓는다. 난 그런 짓 못한다. 만약 정말 그게 사랑이라면 지금의 내가 생각하기로는 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다. 사랑이 도대체 뭘까. 어떨때 두 사람은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야하는거지.

  누군가를 사귀고 있는 동안에, 좋아한다, 사랑한다 라는 말 한다. 그렇게 자주,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기는 했다. 그런데 내가 그 말을 내뱉고 있는 동안에도 정말 이 사람을 내가 사랑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은 여전히 내 머리를 채우고 있었다. 사랑이 뭔지 모르니깐. 뭘까? 그게.

 

* 사랑에 대한 단상 #3

  만남은 주변인들로부터 축복받지만 헤어짐은 외면당한다. 그리고 주변인들이 두 사람을 배려하는 것으로 그게 가장 최선의 방책이다. 왜 헤어졌니? 어쩌다 그리됐어? 아이구 이런 썩을 놈의 자식. 불쌍해라. 등등의 감정 표현들은 오히려 두 사람의 감정정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유야 어쨌든 이미 헤어진 각각의 그들에게 주변인들의 당사자를 대신하는 듯한 질책 혹은 동정, 이유탐색 등은 방해가 될 뿐이다. 침묵함으로써 그들을 배려하는 것이 더 나은 주변인의 자세. 만남에 이유가 없듯, 좋아함에 이유가 없듯, 사랑함에 이유가 없듯, 헤어짐에 이유가 없다. 이유랍시고 대는 것들은 이미 엎지러진 상황에 대해 자기 스스로 이해-이건 머리로 하는거다- 하기 위해 갖다붙이는 한낮 근거들에 불과하지 않다. 만남과 사랑, 이별 그것은 두 사람만의 문제이고, 두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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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8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8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8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18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5-08-1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이거이거 댓글이 모두 주인장에게만 보이기네요?
음.. 뭘까 뭘까. ㅜ.ㅡ

릴케 현상 2005-08-1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음침한 얘기들인가요^^

마늘빵 2005-08-1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 많이 아시면 다치십니다. ㅋㅋ
산책님 / ^^

이리스 2005-08-18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궁금타.. 크엑.. ㅜ.ㅡ

마늘빵 2005-08-18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__________^

2005-08-19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