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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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오웰의 또다른 작품. <카탈로니아 찬가>. 조지오웰은 이미 중학생들 도덕교과서에 소개될 정도로 많이 알려진 작가이다. 학교교육에 있어서도 독서 교육이 강조되다보니 별의 별 책들이 다 중학교 필독서가 되고 있다. 우리때 읽었던 알퐁스 도데의 <별>이나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같은 작품은 물론이고, 좀 읽는다 싶은 애들은 단테의 <신곡>이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네 하는 작품들을 읽고 있다. 너무 지나치게 독서교육이 강조된 나머지 더 나이들어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조기교육시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야 더 언급안해도 알 만한 유명한 작품이고, <1984년>역시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읽혀왔다. 그러나 조지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이 책은 읽기 쉬운 책도 아니고, 지루한 나머지 한장을 넘기기가 힘겹다. 뒤에 넘긴다 해도 재밌는 내용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똑같은 전쟁이야기만 계속될텐데 말이다.

 솔직히 난 스페인 내전 이야기 잘 모른다. 왜 내전이 발생했고, 그 당시 유럽의 상황이 어찌되었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읽기가 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배경지식이 없는 채로 그저 '조지오웰'이 좋아서 집어든 책이기에.

 에릭 아서 블레어. 조지오웰의 본명이며 영국인이지만 인도 뱅골만에서 태어났고 영국의 이튼학교에서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녔지만 가난과 기타 다른 이유 등으로 본래 진학하려던 옥스퍼드 대학을 포기한다.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 버마에서 경찰생활을 하다가 다시 영국으로 와서 사회 밑바닥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노숙자도 해보고, 접시닦이도 해보고, 그러다가 나중에 <동물농장>과 <1984년>으로 대박을 터뜨린 뒤 돈 좀 끌어모았으나 3년 뒤 폐렴으로 죽었다. 참 불쌍한 인생.

 인생의 중간에 있어서 그는 스페인 내전에 참가해 군인으로 있기도 했는데-본래 종군기자를 하러갔는데 그 당시의 상황이 오웰을 군인이 되게끔 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직접 겪은 스페인 내전상황을 그려낸 전쟁르포다. 세계 3대 전쟁르포를 뽑을 때 <카탈로니아 찬가>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얼마전 알게 되었다. 물론 그야 뽑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카탈로니아 찬가>를 다 읽었지만 별로 내가 머리에 담고 있는 것은 없다.

 "왕정 붕괴 그리고 좌파 인민 전선 공화정의 집권, 카톨릭 교회와 우익 지배 계급의 지원 아래 일어난 프랑코의 반란, 공화 정부가 믿었던 소비에트의 방관과 교묘한 반대파 제거 공작, 그에 대조적이었던 나치 독일의 프랑코 지원, 스페인 내전을 <양심의 전쟁>이라 부르며 공화 정부 편에 합류했던 수많은 국제 의용군들의 이상 등이 뒤범벅된 전쟁" 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스페인 안에서 이렇게 많은 갈래들로 분열되어 전쟁을 하는데 어찌 어지럽지 않겠는가. 우리네 6.25 전쟁처럼 중국과 소련의 지원을 받은 북한 공산당 대 미국의 지원을 받은 한국군의 싸움도 아니고 말야. 하긴 우리네 6.25 전쟁 안에서도 크게 보면 이렇지만 그 안에서는 기독교, 좌익, 우익 등등의 여러 갈래들간의 갈등이 있기도 했다. 소설가 황석영의 <손님>은 일제부터 6.25 전쟁을 거쳐오면서 생긴 기독교과 맑스주의의 갈등을 잘 그려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렇더라도 우리네 전쟁이 아닌 저 멀리 유럽의 스페인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진 내전의 작은 갈래들까지 헤아리기엔 내 머리가 너무 터질 것만 같았고 그냥 오웰의 기록들을 훑어봤다는 것으로 이 책을 읽은 의미를 간직하기로 했다. 나중에 다시 볼 생각은 없고, 다시 본다해도 별단 이해가 가지 않고 어려운 것 마찬가지일거라 생각된다. 내가 따로 그 당시의 스페인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다면.

 오웰은 아마도 종군기자로서 전쟁에 참가하려던 자신이 직접 군인으로 참가하면서 본래의 자신의 의도를 전쟁이 종결된 후 이 책을  펴냄으로써 욕구를 해소했던게 아닌가 생각된다. 기자로서의 오웰을 전쟁르포작가로서의 오웰로 해소했던 것이다. 기록하고자 하는 욕구, 쓰고자 하는 욕구는 오웰을 내내 강하게 지배했다.

 오웰은 자신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분노'때문이라고 말한다. 전쟁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속해있던 통일노동자당이 나중에 없는 죄를 뒤집어 쓰고  숙청당하던 것에 분노한 것이다. 그리고 그 분노는 오웰로 하여금 누명을 벗기기 위한 작업을 실행하게 했고, 그 결과물이 <카탈로니아  찬가>이다.

 오웰의 이 책 5장과 11장은 그 이유에 대해서 서술해놓은 부분이다. 특히 11장에서는 당시의 신문기사를 직접 인용해가며 자신의 억울함, 분노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때로 어떤 번역본은 5장과 11장을 빼고서 출판하기도 했다고 하나 만약 두 장을 빼버린다면 오웰이 이 책을 쓴 의미를 상실해버리니 알짜배기를 없애버린 셈이 된다.

 민음사의 <동물농장>의 뒷부분에 있는 <나는 왜 쓰는가>라는 부분에서 오웰은 작가에게는 글을 쓰는 네 가지 동기가 있는데, 첫째는 순전한 이기심이다. 남들에게 똑똑해 보이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죽은 후에도 기억되고픈 욕망. 두번째는 미학적 열정으로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 혹은 말의 아름다움과 말의 적절한 배열이 지니는 아름다움을 지각하기 위한 것이고, 세번째는 역사적 충동. 즉 사물/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한 사실들을 발견하며 후대를 위해 이것들을 모아두려는 욕망. 마지막으로 네번째는 정치적 목적인데 세계를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욕망, 성취하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여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려는 욕망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오웰은 스스로를 1,2,3번의 욕구가 네번째를 압도했을 사람이라고 평가하는데, 나중에 스페인 내전이 끝나고 그는 이를 번복한다. 네번째가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노라고.  그런면에서 오웰은 정치적이라고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로써 나는 오웰의 작품 세 가지 <동물농장> <1984년> <카탈로니아 찬가>를 모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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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6-12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선생님, 아프락사스님!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결국 이 전쟁 덕에 스페인은 유럽에서 가장 이상한(?) 나라로 무시당하고 경멸당하는 처지가 되었더랬지요.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요. 또 명색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이 스페인을 외면한 것만으로도 이미 일찌감치 그 체제가 지닌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죠. 아 그리고 그 영국 미국 치들에게 신경질 난 파블로 카잘스 할아버지는 피레네 북쪽 프랑스 어느 산골에 틀어박혀서 평생 연주하러 안 나오겠다고 신경질도 부렸죠. 추천하고 갑니다.

마늘빵 2005-06-1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로렌초의 시종님은 정말 해박하신거 같아요. ^^ 평소 올라오는 리뷰도 역사를 다룬 부분이 굉장히 많은 것 같고. 역사에 무지하다보니 소설 하나 읽는데도 힘드네요. ^^

하이드 2005-06-1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끼리를 쏘다' 도 읽어보셔야겠네요. 로렌초님 답글을 보니, 스페인을 무시하는 어조가 있나보군요 . -_-+ 저도 코끼리를 쏘다 보면서 오웰의 이상한 민족주의에 완전 깼었는데 말이지요.

마늘빵 2005-06-1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그것도 번역이 된게 있나요? 검색해봐야겠네. 전에 찾아봤을 땐 없었던거 같아서요. 코끼리를 쏘다.

로렌초의시종 2005-06-1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저는 이 책을 안 읽어봤기 때문에 이 책 속에서 오웰이 스페인을 비하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단, 이 스페인 내전 이후에 빚어진 프랑코의 독재정치는 유럽 답지 않게 참 세련되지 못해서;;;; 스페인이 유럽의 후진국으로 남는데 이바지했죠.
그리고 이 스페인 내전 과정에서 영국이나 미국이 정당하게 수립된 스페인 인민전선 정부를 외면한 건 그들이 지닌 위선성이 일찌감치 드러난 한 예로 말할 수 있다는 뜻이었답니다.

하이드 2005-06-1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쟁덕이군요. 어쨋든 한번 읽어보긴 해야할 것 같아요
 

 



 

  

 

영화평이 극과 극을 달린다. 어떤이는 어이없다 하고 어떤 이는 딱 내 타입인 영화라고 평하기도 한다. 난 그냥 그렇다. 딱히 끌리지도 않고 그다지 나쁘지도 않고.

오후 열한시 십사분. 이건 영화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발생한 시간을 가리킨다. 영화 속에서 일어난 5가지 사건들은 모두 서로 얽히고 설켜있고 동시에 11:14분에 일어났다.

살기좋은 마을 '미들톤'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던 술취한 운전자 잭은 젊은 남자 하나를 치게 되고, 편의점에서는 더피가 임신한 여자친구의 애를 떼기 위한 돈 오백불을 훔치기 위해 권총강도로 돌변했다.

공동묘지에서는 셸리의 또다른 남자친구와 셸리가 섹스를 하고 있고 누워있던 남자친구는 비석위에 있던 돌이 떨어져 얼굴이 뭉개져 죽는다. 경악하는 셸리는 잘못한 것도 없지만 이를 더피에게 뒤집어 씌우려한다.

셸리의 아버지 프랭크는 공동묘지에서 셸리와 섹스하다 죽은 남자를 발견하고 셸리를 보호하기 위해 시체를 싸 다리에서 떨어뜨린다. 그때 지나간 차가 잭의 차다.

길거리에서 셸리를 치어죽게 만든 밴에 탄 세 악동. 전력질주하다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성기를 내놓고 창문으로 오줌을 갈기던 한 놈이 창문에 찧여 성기가 잘려나갔다. 어이쿠.

이 어이없고 황당한 다섯개의 사건들은 모두 11:14분에 일어났고, 모두 서로 연관되어있다. 잭이 친 남자는 이미 공동묘지에서 섹스하다 죽어 프랭크에 의해 던져진 시체였고, 편의점에서 권총강도를 하던 더피가 임신시킨-사실은 임신안했다- 여자친구 셸리는 밴에 탄 세 악동에 의해 차에 치여죽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각각 연계되어있는 것이다.

영화를 이를 통해 뭘 전달하거나 보여주려고 한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다섯개의 사건들이 서로 연관되어있다는 사실뿐. 그게 전부다. 그냥 관객이 동시에 벌어진 각각의 사건에서 웃고 즐기길 바랬을 뿐이다. 등장인물들이 의도되지 않게 벌어진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의 코믹함을 느껴보라는 것.

사족
얼마전 본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여주인공 힐러리 스웽크가 편의점 직원으로 나오는데 영화가 제작된 것은 이 2003년으로 먼저고,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나중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제 개봉됐는데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상승세를 이어서 이 영화를 내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 영화포스터 상단에는 영화 속에서 별 비중있는 역할도 아닌 힐러리 스웽크의 이름이 크게 적혀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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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6-0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달콤쌉싸름한 초콜렛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5
라우라 에스퀴벨 지음, 박경범 옮김 / 울림사 / 2001년 4월
구판절판


"바라건대 로사우라의 입을 재가 되도록 태울 수 있다면, 그래서 그런 더럽고, 두렵고, 불쾌하고, 혐오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꺼내지 못하게 하고, 그 말을 삼켜 썩을 때까지 담아두도록 하면 좋을 텐데. 언니가 그런 지독한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까. 그녀는 가장 행복해 해야 할 이런 시간에 왜 그렇게 불쾌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야만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신경이 날카로운 지도..."-151쪽

"얼마나 좋은 열매를 사용하는가. 몇 가지 다른 종의 초콜렛 열매를 섞는가. 그리고 얼마동안 볶는가 하는 것이다.
열매는 기름이 배어나오려 할 때까지 볶는다. 그 전에 불에서 내려 놓으면 색도 변하고 모양도 없는 데다 소화도 안 되는 초콜렛이 될 것이다. 반대로 너무 오래 불 위에 놓으면 열매가 거의 타서 쓰디쓴 초콜렛이 만들어진다."-163쪽

"차라리 이 몸이
들판에 흩날리는 씨앗이었다면
아이를 낳고 그게 누구의 자식이고
그것이 관습에 어떻게 어긋낫는지
구속되지 않아도 좋으련만
인간은 왜 이다지 자연의 원리인 생식과 번식에
하고 많은 금기와 법도를 제정했는지
생명 가진 것의 가장 큰 행복인 사랑마저도
이토록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인간 사회라면
인간이 들판의 씨앗보다
행복하다 할 것이 무엇인가."
-182쪽

그것이 타기 시작하자 그녀는 티타에게서 몸을 떼고 상냥하게 말했다.
"잠깐, 저걸 불에서 내려놓자. 그리고 나서 다시 울어. 알았니?"
티타는 그 순간 쓴웃음이 나왔다. 자기의 절실한 고민보다도 후식이 어떻게 될까 걱정하고 있으니. 하지만 그것은 헤르트루디가 동생의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탓이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후식을 너무도 갈망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185쪽

숨이 끊어지자 칼을 꺼내 그의 고환을 잘라냈다.
"총으로 간단히 해치우지 않고 왜 그렇게 잔인하게 죽였소?"
헤르트루디가 물었다.
"나는 복수를 한 것입니다."
"복수라니?"
"몇 해 전에 사타구니에 거미모양의 검은 반점을 가진 자가 어머니와 누이를 강간했지요. 누이는 죽기 전에 그 사실을 말했지요."
"그렇다고 그 강간범이 이 자라고 할 수는 없을텐데."
"아무튼 나는 어머니와 누이의 강간범을 잡아죽인 증표를 얻었습니다. 이제 우리 가족의 명예를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191쪽

"옛 적에 연금술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연구하던 때가 있었지요.
귀중한 금을 다른 물질을 서로 섞어서 만들 수는 없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금은 다른 것을 섞어서 만들수는 없었어요.
왜냐면 금은 그 이상 다른 것으로 분해될 수 없고 다른 것으로부터
만들어지지 않는 그 자체로서의 물질, 즉 원소이기 때문이었지요.
사랑도 역시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은 하나의 원소로서
다른 여타 감정으로부타 합성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우정과 성욕을 섞어 사랑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은과 구리를 섞어 금을 만들려는 것과 같은 일이었지요."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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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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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2. 무엇이건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친구이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26쪽

"뭐든 잘못된 일이 있으면 모두 <스노볼이 그랬다>가 되었다. 창문이 깨지거나 배수구가 막혀도 꼭 누군가가 나서서 지난밤 스노볼이 들어와서 그랬다고 말했다."-71쪽

"그들은 지금의 삶이 고단하고 힘들다는 것, 자주 춥고 배 고프다는 것, 잠자는 시간을 빼면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99쪽

"동물농장의 주인 여러분, 당신들에게 다스려야 할 하급 동물들이 있다면, 우리 인간들에겐 다스려야 할 하층 계급들이 있습니다."(나폴레옹과 대화중 한 인간 曰)-120쪽


"그 책을 쓰는 이유는 내가 폭로하고 싶은 어떤 거짓말이 있기 때문이고 사람들을 주목하게 하고 싶은 어떤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일차적 관심은 사람들을 내 말에 귀 기울이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글 쓴다는 것이 동시에 미학적 경험이 아니라면 나는 채을 쓰지 못하고 잡지에 실릴 글조차도 쓸 수가 없다. 누구든 내 작품을 검토해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내가 쓴 것들 중에 전적으로 선전적인 책의 경우에조차 본격 정치인의 눈으로 봤을 때는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141-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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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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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2002년 초겨울에 처음 읽었고 2005년 초여름에 다시 읽다. 난 <동물농장>을 두 번 읽었다. 3년의 차이를 두고 읽어서 그런지 내용들이 새롭다. 물론 전체적인 구도는 파악하고 있지만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됐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의 기억력은 매우 나쁘다. 나는 책을 읽으면 도대체가 기억하는게 없다. 그래서 또 읽고 또 읽고 해야한다. 지난달에 읽은 책도 난 기억하지 못한다. 내용이 뭐였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확실한 사실은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것뿐. 혹자는 내게 그런 말을 한다. 너의 삶의 현실이 그 책을 읽을 때 맞물리지 못해서 그렇다라고. 그때는 나도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그건 아닌거 같다. 내게는 정말 뭔가가 문제가 있는거 같다. 도대체가 여지껏 읽은 책들을 줄거리 조차 기억하지 못할 수가 있단 말인가. 나는 현실을 살지 않는 사람인가? 어떤 책은 기억나고 어떤 책은 기억나지 않고 하면 나도 그 '혹자'의 말에 동감하겠는데 그렇지 않으니 문제다. 내가 책을 읽고 흔적을 남기는 건 나의 기억력에 의존해서는 그것들을 보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다. <동물농장> 말 안해도 다 아는 고전이다. 대개의 고전은 재미가 없기 마련인데 이 책은 완전히 이솝우화다. 그래서 아무나 읽어도 무방하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중학교 2학년의 도덕교과서에도 <동물농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흑백논리를 가르치면서 <동물농장>에 나오는 나폴레옹 돼지의 7가지 계명을 언급한다.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

 중학교 아이들에게 이 책을 아느냐고 물어보면 그들 중 소수는 이 책을 이미 봤다고 한다. 허. 이런. 놀라워라. 요즘 아이들에게 독서가 강조되고 있기는 하지만 얘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책을 읽어대고 있었다. 무섭다. 아이들 수준에서 너무 어려운 책들을 읽히는건 아닌지 걱정도 되지만. <동물농장> 정도는 중학생에게 읽혀도 이솝우화정도로 읽히니깐 상관은 없을 듯 하다.

 조지오웰. 에릭 아서 블레어라는 본명을 가지고 인도의 뱅골만에서 태어났다고 하며, 영국의 이튼스쿨을 다녔다. 캠브리지 대학에 진학할 기회가 있음에도 신분을 이유로 포기, 버마에서 대영제국 경찰을 했다. 이후 접시닦이, 노동자, 거지 등의 하층생활을 전전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했다. 참 어렵게 삶을 살아온 듯 하다.

 1947년에 낸 책, <동물농장>을 통해서야 비로소 경제적인 압박감에서 벗어나지만 폐병이 악화되어 병원을 왔다갔다 결국 1950년에 사망. 이제야 빛을 보는가 했는데 죽음을 맞이했다. 47세의 나이로.

 내가 <동물농장>을 접한 것은, 그의 또다른 작품 <1984년>을 접한 뒤였다. 그리고 두 작품을 통해 난 그의 매니아가 되었고, 영남대 법학과 박홍규 교수가 쓴 <조지오웰>이라는 책까지 사서 보게 되었다. 이 책 역시 무슨 내용인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동물농장>에는 사람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온갖 농장의 동물들이 판을 친다. 그중 돼지가 으뜸이다. 흔히 멍청하다고 알고 있는 돼지가 이 소설에서는 가장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농장 주인 존스가 놔두고 간 책을 통해 글을 익힌다.

 메이저 라는 늙은 돼지의 유언으로 농장의 혁명은 성공, 스노볼이라는 젊은 돼지가 집권한다. 그러나 곧 스노볼은 나폴레옹에 의해 쫓겨나고 나폴레옹 집권기가 되자  혁명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폴레옹과 스퀼드, 그리고 9마리의 사나운 개들은 다른 동물들을 위협한다. 메이저가 유언하고 스노볼이 주창한 동물들의 평등은 이제 없다.

 스노볼과 나폴레옹은 혁명이 성고한 뒤 다음과 같은 계명을 만든다.

 1.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2. 무엇이건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친구이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스노볼이 쫓겨나고 나폴레옹이 집권한 뒤에 일곱 계명은 변질된다. 예를 들어,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된다"라는 계명은 "어떤 동물도 시트를 깔고 침대에서 자서는 안된다"라는 계명으로 변질되고,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된다"라는 계명은 "어떤 동물도 지나치게 술을 마셔서는 안된다"라는 계명으로 바뀌며,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된다"라는 계명은 "어떤 동물도 이유없이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된다"라는 계명으로 변질된다.
 
 계명이 변질된 이유는 나폴레옹 자체가 계명을 어겼기 때문이고 이를 합리화 시키기 위해 법칙을 바꿨던 것이다. 글을 모르는 동물들은 물론이고 글을 알지만 이상하게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사나운 개들과 스퀼러의 설득력에 취해버린 모든 동물들은 원래 계명을 자기들이 잘못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농장의 생산물은 나폴레옹과 스퀼러를 비롯한 돼지들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동물에겐 가난과 핍박뿐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은 사실 구소련의 볼셰비키 혁명 이후를 그리고 있다. 그 자신이 사회주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우파진영과 좌파진영 양쪽으로부터 오해를 받았는데 그 이유는 우파에게는 오웰이 좌파를 비판한 것으로 비춰져 우파로 오인됐고, 좌파에게는 좌파임에도 불구하고 좌파를 공격했다고 비난받은 것이다.

 오웰이 사회주의자였던 것도 사실이고, 오웰이 좌파를 비판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은 진실된 의미에서의 사회주의자의 혁명이후의 잘못된 방향에 대한 비판이었던 것이다. 자기진영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은 격이라고 봐야할까.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라는 장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책을 쓰는 이유는 내가 폭로하고 싶은 어떤 거짓말이 있기 때문이고 사람들을 주목하게 하고 싶은 어떤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일차적 관심은 사람들을 내 말에 귀 기울이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글  쓴다는 것이 동시에 미학적 경험이 아니라면 나는 채을 쓰지 못하고 잡지에 실릴 글조차도 쓸 수가 없다. 누구든 내 작품을 검토해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내가 쓴 것들 중에 전적으로 선전적인 책의 경우에조차 본격 정치인의 눈으로 봤을 때는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오웰이 사회주의의 잘못된 흐름에 대한 비판을 위해, 그 거짓에 대고 진실을 말하고 싶었던 이유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며, 또한 다른 동기는 미학적 경험을 위해서다라고 말하고 있다.

 오웰이 이솝우화와 같은 재미난 구성과 형식을 통해 이렇게 무거운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진실을 말하고 싶었던 것과 동시에 미학적 경험도 추구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어렵게 출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과 동시에 엄청나게 팔려나갔으며 지금까지도 고전의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그가 <동물농장>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진실은, 민중의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하고, 독재와 파시즘은 지배 집단 혼자만의 산물이 아니다. 또한 권력을 맹종하고 아부하는 순간 모든 사회는 이미 파시즘과 전체주의로 돌입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메세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매한 다수의 민중들의 암묵적 동의는 권력의 타락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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