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눈물 났다. 그렇게 완벽할 수는 없다. 그토록 감동적일 순 없다. 그토록 열정적일 순 없다. 최고의 콘서트 현장이었다. 내 자신이 콘서트 장에서 그토록 소리를 질러대고 팔을 흔들고 날뛴 적은 없었다. 그 어떤 콘서트장에서도. 하긴 내가 본 해외밴드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껏 봤던 국내 인디밴드들의 공연, 98 자유 콘서트 이런 것들은 어제의 '꿈의 극장'과 함께 한 향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정말 신나게 놀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지하철로만 장장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면서도 그때의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도. 아마도 난 한 동안 드림씨어터의 앨범을 죄다 꺼내놓고 차례대로 듣게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이 순간도 5.1 채널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그들의 가장 최근 음반을 들으며 어제의 그 감동을 느끼고 있다.
드림씨어터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이번 방문을 포함해 총 네 차례 다녀갔다. 2년에 한번씩. 2년을 계획하고 오는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첫 공연부터 시작해 2년마다 이들의 공연을 매번 찾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그 사이 8살이나 먹은 것이다. 공연 예매자의 평균연령은 29.2세. 정말 현장엔 많은 이들이 20대후반에서 30대중후반까지가 대부분이었던 듯 하다. 물론 예매자 중엔 10대도 있었지만, 그들은 어떻게 드릠씨어터를 알았을까. 흠. 나 고등학교땐 고작 메탈리카에 입문한 정도였는데, 그 나이에 드림씨어터를 듣고 있다면 록음악을 좀 들어본 놈들이다.
드림씨어터는 록음악 매니아 뿐 아니라 클래식 매니아에게도 인기가 많다. 지금의 이 멤버들, 드러머 마이크 포트노이, 기타리스트 존 페트루치, 베이시스트 존 명은 버클리 음대 시절 함께 모여 밴드를 조직했다. 이어 키보드와 보컬을 영입했고, 키보드 파트를 제외하고는 그 멤버 그대로 20년을 함께 해왔다. 키보드도 나의 기억이 맞다면, 단 한차례 바뀌었다가, 또다시 이전 멤버인 조던 루디스가 다시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대단하다. 그들 개개인의 각각의 실력으로 놓고보나, 밴드 자체의 결합력, 조직력으로 보나,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밴드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결성 20주년 이제 40살 전후의 나이를 먹은 이들, 지금으로부터 20년 뒤에도 이들이 지금과 같은 연주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공연은 인터파크에 공지한 바로는 3시간 30분이었으나, 흠. 2시간 30분 정도만 했다. 쉬는 시간을 빼면. 아마 공지를 잘못한 듯 하다. 3시간 30분을 공연한 적은 없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제도 원래 2시간 정도를 하고 나서 끝이 났지만, 수많은 관중들의 앵콜을 외치는 소리. 다들 하나가 되어 입으로는 앵콜 앵콜, 주먹쥔 팔은 높이 흔들고, 한쪽 다리는 땅을 치며, 불꺼진 무대를 향해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 한참 시간을 끌더니, 아 이 형들 참 재밌어, 한 명 두 명 서서히 다시 나와 앵콜을 부른다. 으아~ 딥퍼플의 하이웨이 스타, 그리고 드림씨어터 최고의 명반이라고 불리우는 'IMAGES AND WORDS' 음반의 'Pull Me Under'. 관객들은 본 공연보다 더 열광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밴드는 약간 침체 상태다. 아무리 취미 밴드라고 하고, 개인별 실력차가 많이 나긴 하지만, 뭔가 밴드를 하기 이한 동기부여가 안되고 있다. 어제 나와 함께 공연을 본 기타리스트와 나는 바로 이런 대곡들, 드림씨어터와 같은 곡을 하기를 바라지만, 밴드 내에서는 드림씨어터를 좋아하지 않는 멤버도 있으니. 난 맨날 쉬운 곡만 하는 우리밴드에 질렸다. 쉽고 재미없고 건조한 곡들. 재미없다. 실력향상을 위해서는 바로 이런 대곡들을 연습해야하는데, 또 실제 공연에서 이런 곡들 하면 관객들 다 뒤집어진다. 어제 기타리스트와 그런 이야기를 하며 저들의 위대함과 함께 우리 밴드의 미래를 논했다.
마이크 포트노이의 현란하지만 딱딱 떨어지는 저 정교한 드러밍, 닮고 싶다 정말. 테크닉도 테크닉이지만 그는 정말이지 너무나 정교하다. 게다가 드럼을 가지고 논다. 원 베이스와 투 베이스로 세팅한 각각의 드럼 두대를 한 곡을 하면서도 옮겨다니며 자유롭게 연주하는 그, 또 그 위에서 온갖 묘기를 부린다. 한손으로 연주하고 한손으로는 누군가와 스틱을 주고 받기도 하고, 카운트를 세는 곳에서는 자신의 귀에 양 손을 갖다대었다 떼며 귀여운 포즈를 짓기도. 크크크. 복장은 또 얼마나 재밌던지. 완전히 무슨 레스링 챔피언 복장이다. 나이를 먹었어도 귀엽고 장난끼 있는 얼굴과 표정에, 그런 복장을 하고 나왔으니, 가서 볼을 한번 꽉 꼬집어주고 싶다. 그의 드럼 테크닉만큼이나 귀엽다.
존 명. 언제나 묵묵히 베이스만 치는 이 검은 옷의 가냘픈 사나이. 어쩜 그렇게 나이를 안먹니.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얼굴이 똑같다. 가까이 보면 다를지 모르지만. 그는 절대 헤어스타일이나 복장을 바꾸지 않는다. 언제나 똑같다. 긴 생머리에 검은 티, 검은 바지, 검은 구두. 어둠의 사나이.
존 페트루치. 이 아저씨 참 멋있게 늙었다. 몸매가 완전히 운동선수다. 딱 벌어진 어깨, 탄탄한 가슴, 두꺼운 팔뚝, 스타일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관리하는게 느껴진다. 엄청난 기타 속주와 다양한 효과음,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다. 나중엔 12현 어쿠스틱기타와 6현 일렉기타가 함께 붙어있는 기타(맞나? 기타를 제대로 볼 줄 몰라서)를 가지고 나와서 묘기를 부리는데 허~ 입이 떡 벌어질 밖에.
키보디스트 조던 루디스,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 아저씨도 참 멋있다. 운동으로 단련된 몸매, 깔끔하게 다듬은 턱수염, 비록 머리칼은 하나도 없지만 너무나 잘 어울린다. 동양사람들은 대머리에 수염기르면 이상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서양사람들은 왜 그런 모습이 잘 어울리는지. 흠. 정말 멋있었다. 키보드를 안치는 동안엔 관객에게 팔을 저으며 따라하라고 하기도 하고, 시종일관 우리를 보고 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친근하게 느껴졌다.
보컬 제임스 라브리에. 혹자의 말로는, 내가 보기에도 그렇고, 드림씨어터에서 가장 떨어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건 그가 못해서가 아니라 다른 멤버들이 너무나 지나치게 뛰어나기 때문. 하지만 어제는 절대로 다름 멤버들의 위대함에 밀리지 않았다. 정말 제대로된 앨범 그대로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5명의 드림씨어터 멤버 모두 훌륭했고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으며 매너도 좋았다. 앵콜하며, 이런저런 묘기하며, 관객을 향한 웃음과 마지막 인사까지 최고였다. 언제나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실력, 결집, 묘기, 매너 모든 방면에서 최고임을 보여줬다. 만일 2년 뒤에 그들이 다시 온다면 난 또 그들을 찾아가리라. 그때 봐요 '꿈의 극장' 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