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 예술
김점선 지음, 그림 / 마음산책 / 2002년 7월
품절


대부분의 사람은 언어로 생각하고 수학자는 숫자나 기호로 생각하지만 화가는 눈과 손으로 생각한다. 손을 통해서만 사고는 앞으로 나아간다. 손으로 그려보지 않으면 상식적인 단계에서 시각적인 사고가 멈춰버린다. 화가는 생각과 동시에 손을 움직여서 그려야만 한다. 손이 그린 것을 눈이 보면서 생각은 더 앞으로 나아간다. 손의 도움 없이 눈만으로 나아가는 세계에는 한계가 있다. 자꾸 손으로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세계에 자신이 도달해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손으로 그리는 작업이 중요한 것이다.(글머리에 中)-14쪽

누군가 나에게 나쁜 짓을 하자고 제안하면 나는 깜짝 놀란다. 얼마나 나를 믿었으면 하필 나를 공범자로 찍었을까. 그런 제의를 받으면 무섭기도 하지만 선택되었다는 기쁨과 나를 완벽하게 믿어주었다는 희열과 성취감에 취해서 내가 하는 행위가 옳은지 그른지 따지지도 않았다. 한편으로는 힘들게 나쁜 짓을 제안한 친구가 무안할까봐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좋다, 하자!" 하며 재빨리 대답했다. 그런 행동의 밑바닥에는 짙은 허무가 깔려 있었다. 좋은 일은 무의미하고 나쁜 일은 더 허무하고......-41쪽

누더기를 입은 거지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누더기가 아니라 거적을 두른 거지가 집으로 들어왔다. 집 안에 있던 사람은 당연히 그를 무시했다. 밥을 주기는커녕 웃어주지도 않고 물도 안 주고 나가라고 소리쳤다. 거지는 집 안을 둘러보다가 마당 한쪽에 토끼장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토끼에게로 다가갔다. 옆에 있던 풀을 토끼에게 주었다. 토끼는 풀을 먹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토끼는 그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행복이다. (김점선의 어릴적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中)-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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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6-01-21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이런 책도 있군요.
세상은 넓고 책은 많습니다 ^^;; (근데 벌써 2시이옵니다...)

마늘빵 2006-01-21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 맥주 한잔 하고 집에 와서 씻고 이러고 있으니 시간이 금방 가는군요. 리뷰는 내일 써야겠어요. 이 책 간단히 말하면, 정말 최곱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