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이성 친구 (작은책)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5월
품절


"감정의 저울질이 필요없는 참으로 무던한 사람과 담백하게 살았으면 좋겠다"(P14)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이 사귀는 과정에서 수없이 저울이 오르락내리락한다. 내가 이 여자를 더 좋아하는거 같아. 나의 이 여자에 대한 감정이 70%라면, 이 여자의 나에 대한 감정은 30% 밖에 안돼. 흙흙. 저울은 항상 돌아간다. 50:50이면 딱 좋으련만 어느쪽으로 항상 기울어져있다. 그것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우리의 행복은 우주 처럼 한이 없었다. 우리는 그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큰 소리로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누구에게 알리지? 우리 친구들 가운데 그 행복의 깊이를 헤아릴 줄 알고 그것의 찬양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우리는 그 행복을 어떤 식으로든 구체적으로 형상화해 보기로 했다. 나는 우리의 행복을 주제로 몇 쪽에 달하는 글을 썼다. 그녀는 그 글을 이해하지 못했다. 반면에, 로르는 한 폭의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은 나를 완전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우리는 크나큰 의혹을 품은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P36)

"실연의 아픔은 홀로 견뎌야 한다. 하지만 집 안에 틀어박힐 필요는 없다. 오히려 사람들 속에 있을 때 자기가 혼자라는 느낌을 더욱 뼈저리게 실감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P70)

배 머리에 여자들이 엎드려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각 배의 또다른 끝에는 남자들이 각자 낚시를 즐기고 있다. 이 그림은 이 책의 가장 끝에 실려있고, 글귀도 없다. 알아서 생각해보시길. 이 책에 실린 모든 그림 중에 난 이 그림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몰랐을까. 그때 사랑이었다는 것을. 왜 지나쳤을까. 그 사람인줄 알면서도.
   사랑은 언제나 '후회'입니다.
 


   
   지금의 난 과거의 나보다 사랑고백에 있어선 서툴지 않다. 해보고 또 해보고 그러다보면 아 고백은 이렇게 하는거구나, 이렇게 해서는 안되는구나,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대학 3학년, 첫사랑이 다가왔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매우 늦은 시기였다. 멜로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첫사랑의 기억은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도 너무나 뚜렷하다. 그리고 소중하다. 상처받지 않게 가슴 속에 고이 간직해놓아야만 할 것 같은 기억이다. 소중했고 조심스러웠기에 난 멜로 영화를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지도 모르겠다.

   3학년 시절, 한살 어린 다른 학교의 여자아이에게 사랑고백을 했다. 일년간 알고 지내던 사이였지만 다른 사람이 있었기에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고, 그저 그냥 연락하고 지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러다 그녀에게 걸려온 전화, 그 전화가 상황을 바꿔놓았다. 함께 만나 영화를 보고, 대공원에 놀러도 가고, 함께 한 우산을 쓰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난 고백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고백이 쉽지 않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참 둘다 고생했다 싶다.  

  어느 쌀쌀한 초겨울의 날씨. 그녀와 난 여의도 공원에 있다. 걷다 걷다 벤취에 앉았다. 날씨는 참 추웠지만 사람들이 하나 둘 우리 앞을 지나다녔다. 난 그곳에서 고백할 생각이었으나 사람들이 자꾸만 지나다니는 통에 한동안 말 없이 멍하니 위 아래만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글쎄 시계를 볼만한 여유는 없었으니 모르겠지만 적어도 40분 이상이 그렇게 지났을 거다. 어쩜 한 시간 정도 될지도. 그리고 너무나 가슴이 답답하고 터질 것만 같아 고백했다.

 

  "나 할말이 있는데..."
  "뭔데...?"
  "...... (또 한동안 적막) 나... 너... 좋아해." 
  "그래서?"
  "음....... (또 한동안 적막) 우리... 사귀자..."



  아휴 그 말이 뭐 그리 어렵다냐. 그런데 정말 어려웠다. 그 말을 하려고 마음먹기까지도, 하려고 그 추운날 그 공원 벤취에 가기까지도, 가서 40분가량을 침묵하며 앉아있는 것도, 그리고 막상 말을 꺼낸 것도 너무나 너무나 어려웠다. 그러나 말하고나니 후련했다. 답답했던 가슴이 펑 뚫릴 것만 같았다. 고백하기 어려운 것은 상대방이 나의 사랑을 거절할까봐서다. 나 역시 그랬다. 사랑한다고 말해버리면 이 사람이 도망갈까봐. 나한테서 멀어질까봐. 그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무서웠다. 거절당하느니, 그녀가 나에게서 멀어지느니, 지금 이대로가 낫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러자니 내 가슴은 너무나 답답했고 터질 것만 같았다. 말하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래서, 고백했다.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차마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 말은 좋아한다는 말 보다 더 힘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추운날 손 꼽 붙잡고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갔고, 버스에 타서도 손을 놓지 않았다. 집에 데려다 줄때까지.  

  처음에는 그냥 관심이었는데 그게 어느새 내 마음 속에 사랑으로 자리잡은 걸 알았을 때, 난 너무나 행복했다.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이. 하지만 또 두려웠다. 그녀에겐 다른 사람이 있었고,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1년이 지나고 힘들게, 힘들게 고백했다. 사랑을 고백했다. 우리는 '인연'에서 '연인'이 되었다.

 



* 이 사람이 내 사람일까 고민하는 사이, 내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과 함께 있다. 사랑은 용기 있게 고백하는 자의 몫이다.  



* 나 할 말 있어. 알아 무슨 말 할지 알아. 그러니까 하지마.

 

  사랑하지만 사랑이라 말하면 도망칠 것만 같았다는 연수, 그리고 10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것이 사랑인줄 알았다는 우재. 두 사람의 사랑은 너무나 답답하다. 내가 가서 얘 너 사랑하고, 너도 얘 사랑해,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나이 먹으면 뭐하냐. 사랑고백 하나 못하고. 사랑에는 나이란 아무 것도 아니다. 나이를 먹어도 사랑고백을 쉽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렵게 힘들게 한 마디 내뱉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은 나이를 먹는다고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새롭고 조심스럽다. 놓치면 추억으로 남고, 잡으면 사랑으로 머문다. 추억을 간직할지, 사랑을 이룰지는 나에게 달려있다. 추억은 혼자 가지지만, 사랑은 둘이 갖는다. 한쪽에선 머뭇 머뭇 거리다가 말 못하고, 한쪽에선 눈치 못 채서 모르고. 사랑은 너무나 어렵다.

 

* 선술집 한 구석에서, 이별을 고하는 남자와 받아들일 수 없는 여자

   이 사람이 과연 나의 사람일까? 생각하고 고민하며 시간 보내는 사이 사랑은 떠난다. 이 사람이다 싶으면 잡아야 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여자건 남자건 이 사람이다 머리에 번쩍이는 순간, 가슴이 아련한 순간 잡는거다. 내가 어떻게 먼저 고백해, 에이 나랑 얘랑 비교가 돼나, 머리 속으로 계산하고 고민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은 떠난다. 우재가 연수와 하룻밤을 지새고, 연수가 우재의 집을 찾아갔을 때, 계단을 올라오던 우재가 연수에게 하는 말. "미안하다..." 연수 되뇌인다. "미.안.하.다......" 그리곤 계단을 내려간다. 살며시 젖은 눈으로. 언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했던 말이다. 미안하다. 우재에게 미안하단 말을 듣고 계단을 내려가는 연수에게 나는 너무나 미안했다. 나에게 미안하단 말을 듣고 되돌아가는 그녀에게 나는 너무나 미안했다. 미안하다. 참 쉬운 말이다. 내뱉기 쉬운 말이다. 미안하단 말 한마디면 다 되는 줄 알아? 그렇다. 미안하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것은 그녀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나의 그녀에 대한 미안함 마음을 조금 줄여볼 수 있는, 나를 위한 한 마디다. 난 그 말을 함으로써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믿고 싶은 것일 뿐이다.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쉽게 내뱉을 수 있지만 쉽게 내뱉어서는 안되는 말이, 바로 '미안하다' 이다.

    우리 그만하자. 우리 헤어져. 쉽게 말해서는 안되는 말이다. 상대방의 가슴에 너무나 큰 가시를 찔러넣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별을 고하는 사람은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에게 쉽게 그 말을 내뱉는다. 그만두자. 헤어져. 영화 속에서 우재와 연수가 다시 만나 선술집에 들어갔을 때, 한 쪽에선 남자가 여자에게 말한다. 그만두자. 여자는 말한다. 내가 잘할게. 이별을 고하는 남자와 어떻게든 이별을 막으려는 여자의 모습은 나의 모습이다.

   추창민 감독은 말한다. " '내가 이 여자를 정말 사랑하나? 모르겠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나중에 결국 헤어지고 나서 '아, 내가 이 여자를 정말 사랑했구나' 하고 깨닫는거죠." 그래 맞다. 사랑은 이별 뒤에야 비로소 느껴진다. 아 이 사람이 내 사람이었구나. 하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내 사람은 나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곁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고민된다. 이 사람이 내 사람인가? 정말 그럴까? 그러지말고 잡아라. 그 사람이 네 사람 맞다. 고민하고 머리 굴리지 말고 잡아라.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고민된다. 내가 사랑한다고 말해버리면 도망갈까봐. 그러지말고 고백해라. 그 사람 도망가지 않는다. 너에게 감동받는다. 갈등하지말고 고백해라. 사랑한다고.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키노 2006-02-06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찮아도 이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아프락사스님의 글을 보니 더 보고잡네요^^ 퍼가니다

마늘빵 2006-02-0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네. 이 영화 정말 좋았어요. 추창민 감독은 의외지만 이런 재주가 있군요. 송윤아와 설경구도 좋은 캐스팅이었습니다.

하늘바람 2006-02-06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 싶은 영화였어요.
 
속 깊은 이성 친구 (작은책)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장 자끄 상뻬. 그의 이름은 익히 들어왔다. 누군지는 잘 몰랐지만 익숙한 이름이다. 많이 들어본. <속 깊은 이성 친구>는 상뻬가 직접 그리고 쓴 작품이다. 그는 글쟁이이기보다는 그림쟁이다. 그가 직접 그리고 쓴 작품은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자전거를 못타는 아이> <뉴욕 스케치> <사치와 평온과 쾌락> <거창한 꿈> <어설픈 경쟁> <겹겹의 의도> 등 셀수도 없다. 하지만 그가 그림으로만 참여한 작품은 더더욱 셀 수도 없다. 독자들은 모두 그를 분명히 접했다.  그의 순수작품이 아닌 그림으로만 참여한 작품은 '장 자끄 상뻬 그림'이라는 문구는 삽입되지만 독자들은 책의 글을 쓴 저자를 확인하지 그림을 그린 자를 주목하진 않는다. 읽지는 않았어도 누구나 다 들어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  르네 고시니의 <꼬마 니콜라> 시리즈는 모두 그가 직접 그린 그림을 담고 있다.

   그의 그림은 어떻게 보면 대충 그린 듯 하다. 연필로 대충대충 윤곽 잡고 시간 없어서 물감 옅에 발라놓은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힘이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이의 마음 속에 들어가, 머리 속에 들어가 깊이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다. 어떤 이는 그의 그림은 괜찮은 소설책 3천권 이상의 효과를 낸다고까지 말했다. 독자를 편안하게 끌어들여 한동안 그곳에 머물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은 그림의 화법이나 붓의 힘이 아니다. 그림이 주는 메세지의 힘이다. 그의 그림에는 메세지가 있다. 아주 단순한 그림이지만 그가 그 그림을 그리기까지는 수많은 생각들을 했고, 그것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다.  

  이 책에는 그가 직접 그린 그림과 그가 직접 그림에 대해 쓴 글이 매장마다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배치되어 있다. 우리가 여자친구를 사귀며, 남자친구를 사귀며 느끼게 되는 작은 감정들을 풀어놨다고 할까. 그러나 대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항상 여운을 남겨주며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그런 점이 좋다. 상황에 대한 답을 내리지 않고 그림으로 대신하며 그림을 통해 느끼게 만든다. 대답은 각자의 마음과 머리 속에 있다.  

 간단한 그림 한장의 힘, 간단한 글귀 하나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 '<공중그네> 제 2탄' 이라는 광고문구에 걸맞게 정말 지면의 부족으로 남겨놨던 나머지 이야기들을 또 한권의 책으로 묶어 낸 것 처럼 이어지는 소설이다. <인더풀>은 정말로 <공중그네> 2탄이 확실하다. 보통 작의 흥행에 힘입어 판매율 상승에 열을 올리는 출판사들이 팔아먹기 위해 이런 식의 광고문구를 내보내는데 이건 정말 <공중그네> 2탄 맞다. 딱히 마땅한 제목이 없는지 전작 <공중그네> 도 그 안에 들어있는 여러 이야기 중 하나의 제목을 책 전체의 제목으로 삼았는데, < 인 더 풀>역시도 이 책 안에 들은 여러 이야기 중의 하나를 책 전체의 제목으로 삼았다.  

  이미 <공중그네>를 통해 한바탕 웃음 폭탄이 터졌던지라 이 책을 접하는 나의 반응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되려 이야기의 강도는 더 높아졌다. 이 책에서 이라부 의사와 마유미 간호사는 더욱 괴짜가 되어 출연하고, 환자들의 질병 역시 푸하하 웃음을 연발하기 딱이다. '도우미' '아, 너무 섰다!' '인 더 풀' '프렌즈' '이러지도 저러지도' 의 다섯개의 이야기. 모두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들이다.  

  자기가 너무나 이쁘고 매력적이라 남자들이 도대체가 가만두질 않는다는 이야기며, 고추가 너무나 딱딱하게 서 버린 나머지 줄어들지 않는 이 녀석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 핸드폰에 중독되어버린 프렌즈, 온갖 사소한 걱정을 사서하는 논픽션 작가의 이야기, 어느 하나 평범하게 넘길 수 없는 독특한 질병들이다. 그러나 또 독특하다고만 볼 수도 없는 일상적인 질병들이다.  

  이쁘고 잘난 여자들은 많다. 성형을 통해서 조금 못났어도 얼굴 뜯어 고쳐 이쁘게 만들고 몸매 관리해서 자기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여자들이 수두룩하다. 몸짱, 얼짱 열풍은 가라앉기는커녕 어떻게 된게 점점 더 확산되는 분위기고, 뜯어 고친 녀들은 뜯어고치기 전에 사귀었던 남친을 차버리기까지 하고 있다. 이제 나는 좀더 멋지고 잘난 남자와 만나야겠다는 심산. 주변엔 아직 이런 녀는 없지만 인터넷에 어떤 남성이 토로한 글을 보니 딱 이 상황이다. 이쁜건 알겠는데 괜히 과민반응하는 녀, 주변에 남자들이 날 가만 안둬 아 귀찮아. 이런 애 재주 흥.  

  휴대폰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핸드폰을 고딩, 중딩은 당연히 있고, 초딩들도 대부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루 종일 휴대폰만 가지고 논다. 게임하고 문자질하고 사진찍고 전화하고 인터넷하고 음악듣고 티비도 보고 안되는게 없다. 휴대폰 하나면 끝장난다. 그러니 애들이 휴대폰에 죽고 살고. 나부터도 화장실 갈 때 밥먹을 때 휴대폰 항상 옆에 두고 다닌다. 나도 중독된게지. 문명이 발달하고 새로운 것이 나올 수록 사람들은 거기에 더 노예가 되어가는 것 같다. 모든 중독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이라부를 만나세.  

  어이 거기 얼짱 몸짱녀, 핸드폰 중독 초딩, 자신에게 들어오는 스트레스를 과감히 날려버리지 못하는 억압받는 수많은 사회인들이여, 여기 이라부를 찾아오세. 그와 함께 놀다보면 금방 나아질지니. 아니 근데 정말 그런 의사 없나?? 나부터도 한번 찾아가고 싶다.  

환자를 위해 환자보다 더 괴팍하게 변해가는 이라부, 그는 멀쩡할까?  경품을 받게 된 이라부. 하지만 주최측의 잘못으로 번호가 두장 나와 두 사람이 당첨됐다. 상대는 초등학생.  

 "저쪽은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양보하시는게......."
 "싫어"
 "다른 상품을 준비하겠습니다."
 "싫어. 한정품을 줘"
 ... 중략 ... 
 "싫어, 하나밖에 없다면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면 되잖아."
 "다 큰 어른이 왜 그러세요."
 "어른이라도 그건 싫어."
 

 흐하. 초딩보다 더 초딩같은 이라부. 절대 초등학생한테 상품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떼쓴다. 웃음폭탄 팡.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mmon 2006-02-1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공중그네>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이 그 후속작이었군요 ^^ 나중에 꼭 읽어야겠습니다~

마늘빵 2006-02-12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네. 전 행사할때 사서 두 권을 한 권 값에 샀죠. 꼭 보세요.
 
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구판절판


이라부는 미치광이와 정상인의 거리를 한없이 '제로(0)'로 만드는 인격이다. 인간은 누구든 어떤 심리적 편향을 가지고 있고, 다만 그것이 좀 심하면 특별한 몸의 현상으로 나타날 따름이다. 그것이 아마도 신경증적 질환이며 심신증일 것이다. 심리적 편향은 개인적 삶의 궤적이 그려낸 흔적이다. 생명으로 태어나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온 세월이 마음에 뭔가를 남겨 그것이 몸을 흔들어 놓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일종의 역사이다. 그 역사가 인간의 옅은 무의식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일상의 의식은 그 무의식이 일상에 미치는 작위를 모른다. 이라부는 그것을 환자 스스로 알게 만들어 준다.
(옮긴이의 말 中)-310-31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