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이성 친구 (작은책)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장 자끄 상뻬. 그의 이름은 익히 들어왔다. 누군지는 잘 몰랐지만 익숙한 이름이다. 많이 들어본. <속 깊은 이성 친구>는 상뻬가 직접 그리고 쓴 작품이다. 그는 글쟁이이기보다는 그림쟁이다. 그가 직접 그리고 쓴 작품은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자전거를 못타는 아이> <뉴욕 스케치> <사치와 평온과 쾌락> <거창한 꿈> <어설픈 경쟁> <겹겹의 의도> 등 셀수도 없다. 하지만 그가 그림으로만 참여한 작품은 더더욱 셀 수도 없다. 독자들은 모두 그를 분명히 접했다.  그의 순수작품이 아닌 그림으로만 참여한 작품은 '장 자끄 상뻬 그림'이라는 문구는 삽입되지만 독자들은 책의 글을 쓴 저자를 확인하지 그림을 그린 자를 주목하진 않는다. 읽지는 않았어도 누구나 다 들어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  르네 고시니의 <꼬마 니콜라> 시리즈는 모두 그가 직접 그린 그림을 담고 있다.

   그의 그림은 어떻게 보면 대충 그린 듯 하다. 연필로 대충대충 윤곽 잡고 시간 없어서 물감 옅에 발라놓은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힘이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이의 마음 속에 들어가, 머리 속에 들어가 깊이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다. 어떤 이는 그의 그림은 괜찮은 소설책 3천권 이상의 효과를 낸다고까지 말했다. 독자를 편안하게 끌어들여 한동안 그곳에 머물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은 그림의 화법이나 붓의 힘이 아니다. 그림이 주는 메세지의 힘이다. 그의 그림에는 메세지가 있다. 아주 단순한 그림이지만 그가 그 그림을 그리기까지는 수많은 생각들을 했고, 그것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다.  

  이 책에는 그가 직접 그린 그림과 그가 직접 그림에 대해 쓴 글이 매장마다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배치되어 있다. 우리가 여자친구를 사귀며, 남자친구를 사귀며 느끼게 되는 작은 감정들을 풀어놨다고 할까. 그러나 대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항상 여운을 남겨주며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그런 점이 좋다. 상황에 대한 답을 내리지 않고 그림으로 대신하며 그림을 통해 느끼게 만든다. 대답은 각자의 마음과 머리 속에 있다.  

 간단한 그림 한장의 힘, 간단한 글귀 하나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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