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 '<공중그네> 제 2탄' 이라는 광고문구에 걸맞게 정말 지면의 부족으로 남겨놨던 나머지 이야기들을 또 한권의 책으로 묶어 낸 것 처럼 이어지는 소설이다. <인더풀>은 정말로 <공중그네> 2탄이 확실하다. 보통 작의 흥행에 힘입어 판매율 상승에 열을 올리는 출판사들이 팔아먹기 위해 이런 식의 광고문구를 내보내는데 이건 정말 <공중그네> 2탄 맞다. 딱히 마땅한 제목이 없는지 전작 <공중그네> 도 그 안에 들어있는 여러 이야기 중 하나의 제목을 책 전체의 제목으로 삼았는데, < 인 더 풀>역시도 이 책 안에 들은 여러 이야기 중의 하나를 책 전체의 제목으로 삼았다.  

  이미 <공중그네>를 통해 한바탕 웃음 폭탄이 터졌던지라 이 책을 접하는 나의 반응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되려 이야기의 강도는 더 높아졌다. 이 책에서 이라부 의사와 마유미 간호사는 더욱 괴짜가 되어 출연하고, 환자들의 질병 역시 푸하하 웃음을 연발하기 딱이다. '도우미' '아, 너무 섰다!' '인 더 풀' '프렌즈' '이러지도 저러지도' 의 다섯개의 이야기. 모두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들이다.  

  자기가 너무나 이쁘고 매력적이라 남자들이 도대체가 가만두질 않는다는 이야기며, 고추가 너무나 딱딱하게 서 버린 나머지 줄어들지 않는 이 녀석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 핸드폰에 중독되어버린 프렌즈, 온갖 사소한 걱정을 사서하는 논픽션 작가의 이야기, 어느 하나 평범하게 넘길 수 없는 독특한 질병들이다. 그러나 또 독특하다고만 볼 수도 없는 일상적인 질병들이다.  

  이쁘고 잘난 여자들은 많다. 성형을 통해서 조금 못났어도 얼굴 뜯어 고쳐 이쁘게 만들고 몸매 관리해서 자기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여자들이 수두룩하다. 몸짱, 얼짱 열풍은 가라앉기는커녕 어떻게 된게 점점 더 확산되는 분위기고, 뜯어 고친 녀들은 뜯어고치기 전에 사귀었던 남친을 차버리기까지 하고 있다. 이제 나는 좀더 멋지고 잘난 남자와 만나야겠다는 심산. 주변엔 아직 이런 녀는 없지만 인터넷에 어떤 남성이 토로한 글을 보니 딱 이 상황이다. 이쁜건 알겠는데 괜히 과민반응하는 녀, 주변에 남자들이 날 가만 안둬 아 귀찮아. 이런 애 재주 흥.  

  휴대폰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핸드폰을 고딩, 중딩은 당연히 있고, 초딩들도 대부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루 종일 휴대폰만 가지고 논다. 게임하고 문자질하고 사진찍고 전화하고 인터넷하고 음악듣고 티비도 보고 안되는게 없다. 휴대폰 하나면 끝장난다. 그러니 애들이 휴대폰에 죽고 살고. 나부터도 화장실 갈 때 밥먹을 때 휴대폰 항상 옆에 두고 다닌다. 나도 중독된게지. 문명이 발달하고 새로운 것이 나올 수록 사람들은 거기에 더 노예가 되어가는 것 같다. 모든 중독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이라부를 만나세.  

  어이 거기 얼짱 몸짱녀, 핸드폰 중독 초딩, 자신에게 들어오는 스트레스를 과감히 날려버리지 못하는 억압받는 수많은 사회인들이여, 여기 이라부를 찾아오세. 그와 함께 놀다보면 금방 나아질지니. 아니 근데 정말 그런 의사 없나?? 나부터도 한번 찾아가고 싶다.  

환자를 위해 환자보다 더 괴팍하게 변해가는 이라부, 그는 멀쩡할까?  경품을 받게 된 이라부. 하지만 주최측의 잘못으로 번호가 두장 나와 두 사람이 당첨됐다. 상대는 초등학생.  

 "저쪽은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양보하시는게......."
 "싫어"
 "다른 상품을 준비하겠습니다."
 "싫어. 한정품을 줘"
 ... 중략 ... 
 "싫어, 하나밖에 없다면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면 되잖아."
 "다 큰 어른이 왜 그러세요."
 "어른이라도 그건 싫어."
 

 흐하. 초딩보다 더 초딩같은 이라부. 절대 초등학생한테 상품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떼쓴다. 웃음폭탄 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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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2006-02-1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공중그네>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이 그 후속작이었군요 ^^ 나중에 꼭 읽어야겠습니다~

마늘빵 2006-02-12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네. 전 행사할때 사서 두 권을 한 권 값에 샀죠. 꼭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