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조디 포스터, 덴젤 워싱턴, 윌리엄 데포 라는 특급 배우와 스파이크 리 라는 검증받은 감독의 이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은 시나리오의 주인공이다. 매년 수없이 많은 헐리우드 액션/범죄/스릴러 영화들이 출몰하지만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이제 더 이상의 신선한 소재들이 나올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같은 신선한 영화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략 다 거기서 거기. <인사이드맨>은 다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를 압도한 것은 배우들도 감독도 아니었다. 화려한 액션씬도 아니었다. 줄거리였다. 시나리오.

  러셀 게르위츠. 그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도 그런 것이 그의 데뷔자이 <인사이드맨>이니 뭐 할 말 있겠는가. 롱아일랜드 출신에, 컴퓨터 공학자였다가 부동산 중개업까지 두루거쳤다는 그는 <인사이드맨>의 시나리오로 대번에 헐리우드의 행운아가 되었다. 물론 운 뿐 아니라 그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었겠지만. 이 영화의 성공 이후 그는 이후 두 편의 범죄영화 시나리오를 주문받았다고 한다.



* 푸른페인트작업복에흰마스크에검은선그라스. 너는 누구냐.

  "범죄가 인질의 경계가 사라진 그곳에서 완전 범죄는 시작된다" 
  
  월 스트리스의 한 은행이 대낮에 무장강도 몇 명에 의해 점령됐다. 수십명의 고객과 은행직원들이 있었고, 경찰도 있었지만, 순식간에 은행은 범죄의 현장으로 둔갑했다. 핸드폰과 열쇠를 압수당하고, 남자와 여자로 분류되어 속옷을 제외하고 다 벗은 채 푸른색 페인트 작업복과 하얀 마스크가 주어졌다. 인질과 범인은 구별되지 않는다. 다만 총을 들고 명령하는 자가 범인이다. 하지만 이 역시 곧 알쏭달쏭해진다. 범인은 인질로 위장하고 인질 틈에 뒤섞여있다. 누가 인질인지는 모른다. 누가 범인인지도 모른다.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인질 틈에 섞여있는 범인의 얼굴을 봤다 해도 그를 범인이 아닌 같은 인질로 봤으니 더우 헷갈릴 밖에.

  은행에서 없어진 것도 없고, 죽은 사람도 없다. 범죄현장은 특공대에게 주도권이 넘어가고 현장은 마무리되었지만 범인도, 사라진 돈도, 죽은 사람도 없다. 당연히 범죄현장이라고 할 수 도 없다. 몇시간동안 인질을 붙잡은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이대로 사건은 마무리 될 것인가. 완전 범죄는 가능했다. 그것은 내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면 된다. 의외로 간단하다. 사라진 것은 은행소유주가 나치 치하에서 돈을 긁어모았다는 문서와 다이아몬드. 그러나 계좌에 기록되어있지 않으니 없어졌다 할 수도 없고.

   이런 어이없는 영화는 처음이다. 사건은 미해결로 끝났다. 아니 그것을 미해결이라고 해야하는가. 담당형사의 상사의 말마따나 없어진 것도, 다친 사람도 없으니 된거 아니냐. 묻어라. 월 스트리트 한 복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인질극은 그저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묻혀지게 생겼다. 정말 어이 없다. 하지만 와 이런 시원한 영화가 있나 싶다. 결코 이 영화에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다. 128분,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절대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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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에서 제일 인기 없는 감독, 김기덕.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버림받은 감독, 김기덕. 
  그치만 유럽에서 제일 잘나가는 감독, 김기덕.

  김기덕 감독 만큼이나 말 많은 감독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감독이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완성된 영화를 걸만한 극장이 없는, 상반된 두 가지 모양새를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에서 보여지는 가학과 피학의 변태성, 그리고 적나라한 잔인함, 여성비하적 태도 등이 대중이 싫어하는 주된 이유일 터이다. 남성보다는 많은 여성들이 김기덕 감독을 싫어하고, 또 그를 좋아하는 매니아적 여성팬층도 있는 것은 또다른 묘한 모습이다. <해안선>이라는 영화 역시 그가 지금껏 해왔던 작업의 연장선이다. 장동건이 주연으로 출연했다고 해서 세간의 관심을 좀더 이끌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김기덕 표' 영화는 어디가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군대생활의 장면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현재에는 찾아보기 힘든 요소들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군대가 민주화된다 하더라도 역시 군대인 점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고, 그렇기에 변할 수 없는 부분도 당연히 있다. 왜냐면 군대이기 때문에. 그러므로 민주화된 현대의 군대에서 이 같은 장면들이 많이 사라진 것은 또 사실이지만, 지역에 따라, 부대에 따라 차이가 있고, 여전히 어떤 곳은 이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또다른 사실일터이다. (참고로 내가 근무했던 강원도 강릉의 어느 부대 또한 그러했었다. 그리고 나는 영화에서 보여지는 많은 부분을 몸소 체험했다. 당하는 자로서) 소위 말하는 까라면 까 정신. 하라면 한다, 할 수 있다, 등등의 무대뽀식 상하 명령과 복종의 체계. 내가 군대를 싫어하는 주된 요인이다.   영화는 이를 적나라하게 그대로 보여준다.

   "경고! 밤 7시 이후 이곳을 접근하는 자는 간첩으로 오인되어 사살될 수도 있습니다" 

  간첩 잡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강상병. 군사 경계 지역 안에서 야밤에 쾌락을 즐기던 남자와 여자. 강상병의 야시경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가 잡히고 그대로 발포, 사살. 남자는 포탄에 온몸이 찢겨죽고, 여자는 미쳐버렸다. 괴물체를 잡았다는 이유로 포상을 받은 강상병은 휴가 중 애인으로부터 버림받고, 부대에 왔으나 정신이상으로 의가사제대, 하지만 그는 미친 채 다시 부대로 돌아와 부대원들을 하나 둘 사살한다. 정사를 벌이다 애인이 죽어버리고, 자신은 미쳐버린 미영은 헤헤 거리고 주변을 돌며 부대원들와 섹스를 하고, 임신한다. 동생의 임신을 알게 된 오빠는 끝내 그들 중 하나를 찔렀다가 경찰서로 연행된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영화에서 다소 작위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간 것도 사실이지만, 감독은 대한민국의 군사적 현실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다. 간첩을 잡기 위해 밤에 잠도 자지 않고 눈에 불을 켜고 해안경계근무를 서는 병사들이 간첩이 아닌 민간인을 사살하고 표창받는 어이 없는 현실을, 죄 없는 사람 죽이고 포상휴가까지 받은 병사가 사람을 죽였다는, 죄 없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미쳐가는 현실을, 남들이 보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소대장을 비롯한 부대원들이 미친여자를 강간하고 임신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야밤에 초소안에서 아이를 지워버리는 그런 현실을. 너무나 작위적이라고 말 할지 모르지만 해안경계근무를 서며 부대에 근무해본 경험으로 말하건대, 현실과 많이 어긋났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민간인과 군인의 충돌로 인한 사고사례는 하루에도 몇건씩 접수되고 있으며, 군인의 민간 여자 강간, 강도, 폭력, 절도 등등의 사건들은 상당부분 병사들에게 전파되지 않고 묻혀진다. 그것이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이다.

  군대 중 죽은 병사는 '자살'처리는 기본이다. 백일 휴가를 앞두고 잔뜩 들떠있던 한 녀석이 어느날 아침 바다 위에 시체로 둥둥 떠있다면, 그것은 자살이다. 군대는 재조사를 요청하는, 의문사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많은 아버지와 어머니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자살로 결론내린다. 7,80년대의 일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이다. 민주화 민주화 그러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상당 분야에 있어 민주화되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며, 군대 또한 그곳 중 한 곳에 불과할 뿐이다. 병사들의 복지를 위해 월급을 올렸다는, 병영생활개선을 위해 좁은 침상이 아니라 침대를 놓겠다는, 컴퓨터를 통해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밥을 줄이고 반찬의 종류를 늘리겠다는, 기타 등등의 언론에 오르내리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그저 겉모습에 불과할 뿐이다. 폭력을 근절하겠다고 외치고, 캠페인을 한다고 해도, 군대에서는 결코 폭력/가혹행위를 근절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군인들이 더 잘 알며, 군대 내에서 행해지는 부적절한 행위들의 상당수가 아무렇지 않게 소초장 선에서, 중대장 선에서, 대대장 선에서 무마된다는 것 또한 군대를 다녀온 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터.

   영화 <해안선>은 우리나라의 군대 현실에 대한 많은 부분을 생각케해준다. 한번쯤 꼭 봐야할 영화이다. 군대에서 <블랙호크다운> 같은 전쟁영화를 보여주며  저 장면에서 쓰이는 장비가 무엇이라는둥 하는, 전쟁의 참혹함은 배제한 채 전쟁을 즐기고 있는 군대 간부들이여 각성할지어다. <블랙호크다운>을 통해 당신들이 병사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은, 각종 신종 화력무기의 강력함이 아니라 전쟁의 참혹함이다. 군대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한참 군대문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던 <한겨레21>의 구독을 못하게하는 것도 그들의 잘못이다. 비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조직은 언젠가 와해될 수 밖에 없다. <해안선>과 같은 영화를, 군인이라면 꼭 봐야한다. <국방신문>에는 주적 북한을 없애자 류의 글이 아니라 군대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점들을 알리는 글이 실려야한다. 현실에 눈감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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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마니아 2006-07-2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군대를 안갔다와서 그런지. 이 영화 보고 해병대 (영화 실제 배경) 출신이 제법 멋있어 보이더라구. 장동건의 연기 변신도 넘 멋있었구. 이 영화 촬영할 당시 배우들이 고생 무진장 했다더라. 김기덕 감독이 해병대 출신이라서 scene 하나하나를 실감나게 만들려고 지옥 훈련을 시켰다더라.
너 이 참에 '용서 받지 못한 자'도 한 번 보지 그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작품과 동명인데. 우리랑 동갑내기 감독이 작년도에 중앙대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던 거야. 난 해안선 볼 때완 달리 이 영화 보고 군대는 정말 안좋은 곳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 너가 이 영화 보면 저절로 욕이 나올 꺼다. 강추!!!

마늘빵 2006-07-2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영화 제목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음. 그렇군. 그거 한번 보고 싶군. 김기덕이 해병대 출신이었나 근데? 흠. 안어울리는데.
 



  동양에 강시가 있다면 서양엔 좀비가 있다. 강시는 귀엽기라도 하지 좀비는 징그럽다. 어릴적 대략 내가 중학교를 다닐 무렵까지만 해도 강시영화들이 꽤 인기를 끌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홍콩 강시영화를 본 따 영구와 머시기 하는 식의 따라하기 영화를 만들곤 했었다. 그치만 지금은, 강시는 찾아 볼 수 없다. 영화 속 강시를 따라하느라 두 손 앞으로 나란히 하고 몸 뻣뻣하게 세우고는 두다리로 통통 뛰놀던 그런 놀이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서양의 좀비는 사람을 뜯어 먹는다. 팔, 다리, 몸통은 기본이고, 허파, 간, 심장, 뇌까지도 파먹는 이 녀석들은 그야말로 식인종이다. 사람이 아니니 '인종'이라 할 수 없겠지만.



* 영원히 좀비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것만 같았던 피들러 그린에 좀비가 습격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리해진 좀비는 불꽃놀이에도 끄덕않고, 강을 건너는데도 두려움이 없다. 좀비 또한 '없애야 할 것'으로 여기지 말고 그들 역시 자신들이 갈 곳을 찾아 떠나는 하나의 존재로 봐야할 것이다. 사람을 공격한다고 그들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하는 짓이 무엇인지 모른다.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조차 죄로 봐야 할 것인가. 소크라테스는 무지에서 비롯된 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그것은 후세의 철학자들에 의해 비판받았지만 '죄'가 성립되지 않음은 사실이다.  



* 내가 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 돈 없는 마을 사람들이 그가 지은 요새를 공격하자 그들을 없애려하고, 있는 자들로부터 돈을 갈취해 부를 이룬 카우프만. 인간의 이기심의 극단에 서있는 자이다.

  무덤에서 살아난 시체들이 두 눈 게슴츠레 뜨고 흐느적흐느적 거리며 거리로 나와 사람들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갑작스런 기습에 한 웅큼 살점 뜯기고 나면 한 시간이면 좀비로 변신, 그 역시 또 다른 먹이거리를 찾아 나선다.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엔 사람은 없고 좀비만 가득하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눠진다. 하나는 돈이 있는 자, 그리고 하나는 돈이 없는 자. 좀비가 지배하는 사회든, 그렇지 않은 현실이든 상관없이 언제나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돈이 있는 자의 대표 카우프만은 거대한 빌딩 안에 호화로운 집을 설계해놓고 돈을 받고 사람들을 입주시킨다. 그리고 돈이 없는 자는 좀비들의 공격에 벌벌떨며 마을에서 하루를 버텨나가는 것을 감사한다. 좀비 VS 사람의 구도 뿐 아니라 사람 VS 사람의 또다른 구도가 형성된다.

  좀비는 날이 갈수록 점점 학습능력이 강해지고, 사람들은 점점 더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다. 안전하리라 여겨졌던 카우프만의 요새도 이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되고, 좀비의 침략을 받자, 사람들은 무방비로 당한다. 돈 없는 자는 경험을 통해 좀비와 싸울 수 있는 능력을 키운 반면, 돈 있는 자는 언제나 보호받는 삶을 살아왔기에 무차별 공격을 당할 수 밖에 없다.

  영화 제목 '랜드 오브 데드', 죽음의 땅은 좀비가 점령해버린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서로 싸우며 못잡아먹어 안달인 현실을 지칭하기도 한다. 인류의 공적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자기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타인을 해치는 자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자신을 걸고 싸우는 자. 언제나 인류의 역사는 그렇게 반복되어왔고, 먼 미래에 혹시나 외계에 있을지 모를 어떤 생물체가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내려온다해도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삶의 터전을 죽음의 땅으로 만드는 것은 외계인도, 괴생물체도, 좀비도 아닌 바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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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놀이가 공포가 될 줄은 몰랐다. 살기 위해선 숨어야 한다. 꼭꼭 숨어야 한다.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죽음이 다가온다. 엄마의 자살을 목격한 이후 정신적 충격을 받아 집구석에만 처박혀 살던 에밀리를 위해, 아빠 캘러웨이 박사는 한적한 시골동네의 커다란 저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긴다. 그런데, 이 집에 온 뒤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니가 그랬지, 아니요 제가 안했어요, 솔직히 말해도 괜찮다 얘야, 제가 안했어요, 누가 그랬어, 찰리요.

  찰리. 에밀리는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의 주인공으로 그녀의 친구 찰리를 지목하지만 찰리는 이곳에 없다.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가 만들어낸 상상속의 인물. 그러나 범인은 언제나 의외의 곳에서 등장하기 마련.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매우 한정되어 있고, 그중 누군가는 찰리가 될 수가 밖에 없다. 하지만 또 정말 에밀리가 만들어낸 상상 속의 인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공포는 언제나 그렇지만 일상 속에서 매우 사소한 곳에서 등장한다. 잘 운행되던 엘리베이터의 급작스런 정지, 어두운 밤 홀로 있는 집안에서의 정전사고, 학교 친구들로부터의 왕따와 이어지는 폭행 등등 공포는 생각지 못한 가까운 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따뜻한 보금자리인 집, 가족, 이웃, 친구, 밖에서 상처받고 돌아와 나를 치유해주고 보듬어줄 이 공간과 이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이 내게 안정감 대신 두려움으로 느껴질 때이 살벌함이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를 터.



* 땡그랗고 커다란 두 눈하며, 저 묘한 표정, 그녀는 영화에 출연하는 순간 맡은 배역에 푹 빠져버린다.

  공포영화의 출연진이 대개 잘 모르는 신인들의 영화계의 등용문인데 비해, 이 영화는 로버트 드니로와 코다 패닝이라는 검증받은 두 주연배우를 섭외했다. 94년생인 다코다 패닝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출연하는 모든 영화마다 찬사를 받은 바 있다. 2002년의 <아이 엠 샘>에서 루시 다이아몬드로, 2005년의 <드리머>에서는 콜 크레인 역으로, 2005년의 <우주전쟁>에서는 레이첼로, 그리고 <숨바꼭질>에서는 에밀리로 다양하게 연기변신을 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관객들의 머리에 그녀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녀가 출연하는 영화인줄 모르고 봤지만 결국 공포를 느끼는 주인공인 동시에 공포의 대상을 만들어내는 인물을 섬뜩하게 연기했다. 그녀를 보기 위해서, 또 하나의 공포영화로서 괜찮다. 이 문을 여는 순간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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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7-2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코다 페닝을 볼때마다 조마조마 합니다....
드류 베리모어와 같은 길만 안가길 바랄 뿐입니다..^^

책방마니아 2006-07-2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코다 패닝 ... 넘 어른스러운 척 해서 어떨 땐 징그럽기도 하다. 나도 hide and seek 이 영화 봤다. 아마 두 가지 결말이 있었다지?

마늘빵 2006-07-2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가지 결말??

책방마니아 2006-07-25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 내가 알기론 극장에 따라 결말이 2가지였다고 들었어. DVD title도 2가지 결말을 포함해서 출시했다고 들었음

마늘빵 2006-07-25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른 분도 그렇다고 하네. 음. 다른 결말은 뭔지 또 궁금하군.
 





  이런 영화는 또 처음이다. 전 출연진 남자. 허허 영화가 망하려고 그러나 생각들겠지만 - 왜냐면 영화엔 머니머니해도 남녀가 함께 등장하고 긴장감있는 관계조성과 정사씬 까지는 아니어도 키스씬 정도는 있어줘야 보는 맛이 있는 법. 그러니 <에일리언>같은 괴물영화에도, <진주만>같은 전쟁영화에도 로맨스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것 아니겠어? - 이 영화는 단 한명의 여자 출연진도 집어넣지 않았다. 왜.

  138분이라는 두 시간 넘는 긴 러닝타임 동안 오직 남자들만 바라보고 있으라고? 그게 무슨 재미야. 싫어. 난 여자가 더 좋다고. 이쁜 여배우을 넣어달라. 그래봐야 소용없다. 아무래도 감독은 전혀 없는 듯 허이. 2003년 겨울 나왔던 이 영화 <마스터 앤 커맨더 : 위대한 정복자>는 그런 영화다. "나폴레옹 전쟁과 광활한 대양, 서프라이즈호의 잭 오브리 선장과 명예로운 197명의 부하들"이라는 포스터 문구 답게 남자들만의 세계를 다룬 영화다.

  영국 HMS 서프라이즈호의 함장이자 최고의 해양 전투 전문가인 잭 오브리는 프랑스의 무적 함대 아케론을 격침하라는 국왕의 명령을 받고 항해를 시작한다. 하지만 서프라이즈호는 유령처럼 안개속에서 나타난 아케론으로부터 대규모 공격을 받게 되고, 위태로운 조국의 운명과 부하들의 목숨을 맞바꿀 세상 끝으로의 믿을 수 없는 추격이 시작된다. (이상 포스터 문구 참조)

  실제 역사 속에 있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하여 바다위에서의 남자들만의 세계를 그려낸 영화. 오직 명령과 복종만이 존재하고 - 아 나 이런거 싫어 - 마초적 냄새가 짙게 풍기는 영화. 전력상 우리가 한참 딸리지만 아케론을 막지 못하면 조국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 지금 초딩 고학년에서 중딩 정도의 나이가 된 어린 사관생도들을 데리고 바다위의 사투를 이끌어야 하는 선장 잭 오브리의 고민, 그리고 힘찬 리더쉽.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잭 오브리 선장에게서 카리스마란 이런 것이다 하는 걸 배울 수 있다면 오버? 요즘 나오는 처세술 관련된, 수많은 리더쉽 책자들 다 필요없다. 이 영화 한 편 보라고. 이게 바로 상사가 부하직원을 이끄는 바람직한 방식이야. 아 인간적이면서 동시에 카리스마 넘치는. 전세가 딸린다는걸 알면서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효과적인 전술을 짜는 그의 명석한 두뇌하며 너무나 완벽한거 아냐? 러셀 크로우니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게야. 강인하고 마초적인 인상과 그 내면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간직한 배우니까.  남자들만 나오는, 싸움만 하는 영화이지만, 138분이 지루하지 않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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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7-2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사는 없지만 유일한 여자 한명이 나오긴 합니다..^^

마늘빵 2006-07-2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그랬나요? 여자를 못 본거 같은데...

Mephistopheles 2006-07-2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량과 물 보급할려고 섬에 갔을 때 배타고 나온 원주민 여자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쁩니다.)

마늘빵 2006-07-2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 그랬군요. 기억이 안나요.

책방마니아 2006-07-2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DVD 타이틀을 보면 ... 주인공 2명 (선장과 그 친구인 인류학자인지 고고학자였던가?)이 첼로와 바이올린 연주하는 장면을 촬영한 게 나오는데 ... 음악에 맞춰 손가락 움직임 외우느라 죽는 줄 알았다고 너스레 치더라구. 실제로는 배경 음악에 맞춰 두 배우의 엉터리 합주가 나옴 ^^

마늘빵 2006-07-2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 장면 참 좋았는데. 배 안에서 같이 합주하는 장면. 그거 다 연기였군. 정말 하는거였음 감동적이었을텐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