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조디 포스터, 덴젤 워싱턴, 윌리엄 데포 라는 특급 배우와 스파이크 리 라는 검증받은 감독의 이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은 시나리오의 주인공이다. 매년 수없이 많은 헐리우드 액션/범죄/스릴러 영화들이 출몰하지만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이제 더 이상의 신선한 소재들이 나올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같은 신선한 영화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략 다 거기서 거기. <인사이드맨>은 다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를 압도한 것은 배우들도 감독도 아니었다. 화려한 액션씬도 아니었다. 줄거리였다. 시나리오.

  러셀 게르위츠. 그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도 그런 것이 그의 데뷔자이 <인사이드맨>이니 뭐 할 말 있겠는가. 롱아일랜드 출신에, 컴퓨터 공학자였다가 부동산 중개업까지 두루거쳤다는 그는 <인사이드맨>의 시나리오로 대번에 헐리우드의 행운아가 되었다. 물론 운 뿐 아니라 그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었겠지만. 이 영화의 성공 이후 그는 이후 두 편의 범죄영화 시나리오를 주문받았다고 한다.



* 푸른페인트작업복에흰마스크에검은선그라스. 너는 누구냐.

  "범죄가 인질의 경계가 사라진 그곳에서 완전 범죄는 시작된다" 
  
  월 스트리스의 한 은행이 대낮에 무장강도 몇 명에 의해 점령됐다. 수십명의 고객과 은행직원들이 있었고, 경찰도 있었지만, 순식간에 은행은 범죄의 현장으로 둔갑했다. 핸드폰과 열쇠를 압수당하고, 남자와 여자로 분류되어 속옷을 제외하고 다 벗은 채 푸른색 페인트 작업복과 하얀 마스크가 주어졌다. 인질과 범인은 구별되지 않는다. 다만 총을 들고 명령하는 자가 범인이다. 하지만 이 역시 곧 알쏭달쏭해진다. 범인은 인질로 위장하고 인질 틈에 뒤섞여있다. 누가 인질인지는 모른다. 누가 범인인지도 모른다.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인질 틈에 섞여있는 범인의 얼굴을 봤다 해도 그를 범인이 아닌 같은 인질로 봤으니 더우 헷갈릴 밖에.

  은행에서 없어진 것도 없고, 죽은 사람도 없다. 범죄현장은 특공대에게 주도권이 넘어가고 현장은 마무리되었지만 범인도, 사라진 돈도, 죽은 사람도 없다. 당연히 범죄현장이라고 할 수 도 없다. 몇시간동안 인질을 붙잡은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이대로 사건은 마무리 될 것인가. 완전 범죄는 가능했다. 그것은 내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면 된다. 의외로 간단하다. 사라진 것은 은행소유주가 나치 치하에서 돈을 긁어모았다는 문서와 다이아몬드. 그러나 계좌에 기록되어있지 않으니 없어졌다 할 수도 없고.

   이런 어이없는 영화는 처음이다. 사건은 미해결로 끝났다. 아니 그것을 미해결이라고 해야하는가. 담당형사의 상사의 말마따나 없어진 것도, 다친 사람도 없으니 된거 아니냐. 묻어라. 월 스트리트 한 복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인질극은 그저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묻혀지게 생겼다. 정말 어이 없다. 하지만 와 이런 시원한 영화가 있나 싶다. 결코 이 영화에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다. 128분,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절대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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