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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ㅣ 지식인마을 3
강신주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평점 :
기획자체가 매우 신선한 시리즈다. 지식인 마을, 이라 하여 우리가 따로따로 알고 있는 철학자와 과학자들을, 관련이 있다 싶은 구석이 있는 녀석들만 묶어서 흐름을 파악한 책인데, 꽤나 깊이있고 동시에 재밌다.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기는 쉽지 않다. 시리즈 중 한 권을 읽고서 전체에 대해서 평가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공자&맹자> 만큼은 매우 잘 쓰여졌다고 봐야겠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국철학사상연구회에서 기획한 '이지 고전' 시리즈를 몇 권 읽었더랬는데, 이지 고전 시리즈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고, 또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대학 입시 논술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내용면에서나 형식면에서나 혹은 사유의 연습 측면에서나 철학이 강조되고 있고, 강남의 어딘가에서는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나도 아직 읽지 못한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힌다는 등 부작용의 목소리도 심하지만, 사유를 강조한다는 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철학적 사유방식을 강조하다보니 아무래도 쓰이는 텍스트 또한 철학의 내용들이 많은데, 이에 따라서 많은 출판사들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철학서들을 내놓는 작업이 활발하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이지고전' 시리즈와 김영사 기획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 또 풀빛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청소년 철학창고' 시리즈는 모두 이런 마인드에서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이와 더불어 철학의 대중화 작업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딱딱하고 어려운 학술적인 번역서들이 아닌 일상의 친근한 언어로 풀어쓰는 작업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공자&맹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가철학자의 대표자 공자와 맹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고, 그들과 함께 거론되는 순자와 한비자 등 과도 어떠한 점에서 다른지, 또 이들 이후의 신유학 주희는 공맹을 어떻게 읽는지, 나아가 한국 땅에 들어온 유학에 대해 정약용은 어떻게 읽어내는지 등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따라서 공맹으로 대표되는 유학의 흐름을 책 한권으로 파악하기가 수월하며, 더불어 칭찬하고픈 점은, 그것을 철학사상으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호주제' '인성론' '강제된 도덕' 등의 테마를 가지고 다시 한번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철학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현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어떤 가르침과 도움을 주기 때문인데, 그런 점을 '이슈 지식' 에서 다뤄줌으로써 공맹철학의 의의를 살피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되 내용이 빈약하지 않고 깊이있으며 재미까지 안겨준다. 지식인과의 만남 - 지식ㅌ크, 테마토크 - 이슈 지식- 징검다리 로 이어지는 구성 또한 기획단계에서 신경을 많이 쓴 냄새가 난다. 비록 공자&맹자 한권 밖에 아직 보지 않았지만, 다른 시리즈 서적 또한 이런 구성으로 이뤄져있다면 한 권으로 꽤 많은 부분을 잡아낼 수 있으리라 본다.
* 풀빛에서 나온 '청소년 철학창고' 시리즈는 아주 단순하게 고전을 쉬운 말로 풀어썼다는 것 말고는 주목할 만한 부분이 없으며, 원문과 풀어쓴이의 생각글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아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원문이 꼼꼼하게 나와있는 정식 해설서를 보는 것이 더 낫겠다 싶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에서 기획하고 삼성출판사에서 찍은 '이지고전' 시리즈는 한 철학자의 사상을 한눈에 쉽게 정리하고, 원문을 토대로 소개했다는 점에서 꽤 알차다. '지식인 마을' 시리즈보다 더 쉽게 쓰여졌고 쉽게 읽을 수 있다. '지식인 마을' 시리즈는 청소년이 읽기에는 너무 많은 내용을 깊이있게 다뤘다. 하지만 일반 교양철학서로는 매우 유익히라리 본다. 단순히 한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공자와 맹자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분에게, 그것이 갖는 철학적 의미 내용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자 하는 이에게 적합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철학사상연구회에서 나온 '이지고전' 시리즈를 읽고 '지식인 마을' 시리즈를 읽는 것이 정리하기에 도움이 많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