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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 개정증보판 ㅣ 정재승의 시네마 사이언스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저자 정재승씨야 이미 언론에 많이 노출되었고, 그의 다른 책 <과학콘서트>가 티비 책 소개 프로그램에 한번 뜨면서 유명해져, 그의 '책'은 몰라도 그의 '이름'은 한번쯤 다 들어봤을 것이다.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는 정재승씨가 예전에 대학원 시절부터 <과학동아>에 '시네마 사이언스'라는 코너에 연재하던 글들을 기초로 하여 보완/보충하여 엮어낸 책이다. 철학과 영화의 결합은 더 이상 특별한 만남이라 볼 수 없고, 이제는 과학과 영화의 새로운 만남이 시도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다른 분야들간의 이종교배가 이뤄지기 전인 1999년에 이미 만들어져 최근의 추세보다 먼저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 과학기술부인증우수과학도서'라는 마크기 찍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나로서는 인정하기 힘들다. 내용이 깊이있지도 않으며 무엇보다 영화 속의 실수, 오류 잡아내기에 주력하고 있는 책의 내용들이 썩 유쾌하지 않다. '오류를 잡아내기 위해 잡아내는 글'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399쪽에 달하는 상당한 두께의 책에서 그는 꽤 많은 영화들을 통해서 독자에게 과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인상을 전해주기보다는 영화 속 과학적 오류 잡아내기에 집중하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서 뒷부분으로 넘어갈수록 그래도 좀 나아지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와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중이 과학에 좀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 영화를 매개로 삼아 작업한 것이라면,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99년부터 17쇄를 찍었다고 하는데 이 책이 인기를 끈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정재승'이라는 이름의 유명세가 그리 만든 듯 하다.
글 자체를 놓고 봤을 때도 그다지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할 순 없다. 역시 후반부의 글들은 괜찮지만 전반부의 글들이 문제다. 아마도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그 당시 저자가 텀을 두고 작성했을 가능성이 많고 - 연재물이다보니 - 이후에 추가 작성된 글들은 저자 개인의 역량이 좀더 발전한 상태에서 작성되었기 때문에 괜찮겠지만, 초반의 글들은 아니올시다이다. 연재물을 그대로 싣지 않고 다시 한번 손보면서 대거 수정/보완했다면 더 좋은 글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과학콘서트>는 재밌게 봤지만, 이 책은 아니다.
p.s. 과학과 영화의 교배작으로는, 현재 한국일보에 주일우씨가 과학@영화 라는 제목으로 매주 연재하고 있는 글이 마음에 든다. 아직 10여회 밖에 작성하지 않았고, 또 그가 스스로 책으로 엮어낼 의지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과학@영화 시리즈가 하나의 완성된 책으로 묶어져 나오길 희망한다.